2023년 3학년 2학기 돌아보기여행 13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3-10-22 23:12
조회
164
2023년 10월 16일 월요일



이동 구간: 충주 숙소(비내섬의 아침) - 비내섬 인증센터 - 강천보 - 여주보 - 이포보 - 양평 숙소(산내들 펜션)

거리: 약 63km

선두: 양지욱

특이사항:

1) 네 개의 인증센터를 지나감



16일 월요일 아침.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습니다.

안개. 정말 짙은 안개. 걷히는 듯하다가 다시 덮어버리는.

그래서 그런지 괜스레 아침이 부산했습니다.

출발을 하자니 안개 때문에 안 되겠고, 그렇다고 계속 지체하고 있을 수는 없고.

8시 30분이 넘어가도록 안개가 걷힐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짙은 안개.

느지막이 길을 나설 여행자에게는 포근한 솜 같겠지만, 길이 바쁜 이들에게는 유리를 덮은 성에 같습니다.

 

계속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

9시 30분쯤에 아래로 내려가서 출발할 채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갈 채비를 하는 중. 

뒤로는 아직 안개가 물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9시 36분. 드디어 출발합니다.

출발할 때가 되니 다행히 안개도 많이 걷힌 상태였습니다.

비내섬 인증센터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대략 5분 정도를 내려 가니 인증센터가 보입니다.

비내섬은 자연이 잘 보존된 터라 꽤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장소로 쓰였습니다.

인증 도장을 찍고 다시 출발.



비내섬 인증센터에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전거길과 차도가 같은 길을 쓰고 있었습니다.

차량은 뜸해도 가끔 지나가는 차들이 신경 쓰이기는 마찬가지. 차들도 저희 자전거 행렬이 신경 쓰였는지 멀찍이 떨어져서 지나갑니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선 자전거 전용 도로.

평탄하기는 하지만 지루한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고개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평탄하기만 한 길은 오히려 우리 마음을 느슨하게 만듭니다.



편안하지만 지루한, 평탄하지만 심심한.

 

비내섬에서 강천보까지는 약 28km.

저희 속도로 가면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같이 며칠을 달리다 보니, 한 시간당 달릴 수 있는 평균 거리가 나오는데 빠르면 18km 정도. 조금 늦는다 치면 15km 전후가 나옵니다.

아이들은 중간에 시속 20km 이상으로 달리는 여행자들을 보면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을 겁니다.

다리 근육의 차이인지, 자전거 성능의 차이인지 얼마나, 어찌나 잘 달리던지요.

그래도 우리는 7명이 서로의 속도를 맞춰서 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같이 가야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목표는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니 만큼, 시간과 다툴 필요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불쑥 올라오는 조바심과 다퉈야 합니다.



강천보에서 먹는 점심식사. 줄줄이 소세지, 케찹 그리고 밥. 정말 맛있게들 먹었습니다.

 

강천보에 도착해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강천보의 위치는 여주. 경상도에서 충청북도를 거쳐서 경기도까지 들어왔습니다.

다음은 여주보, 그 다음은 이포보입니다.



여주보에서 이포보를 향하는 길목

 

중간에 잠깐 길을 헤매기는 했지만, 이포보까지 도착을 하고 보니 오후 3시 10분 경.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첫 날이 떠오릅니다.

저녁 6시가 되면서 내려앉던 땅거미. 어두워진 자전거 도로 위를 달리던 그 때.

그 때에 비해서 서로 호흡이나 시간, 속도를 맞추는 게 훨씬 나아졌음이 느껴집니다.

해가 지기 전에만 숙소에 도착하면 됩니다.

오후가 되니 볕이 강 위로 흩어집니다. 그 위로 놓인 다리를 건너 숙소로 달려가기 시작합니다.



사진의 아쉬운 점

실제로 볼 때의 느낌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

 



오늘의 마지막 인증센터가 있는 이포보에서

 

숙소에 도착해서 가장 바쁘게 한 일은 빨래였습니다.

어제 손으로들 빨고 또 빨아서 밖으로 안으로 널었지만 역시나 마르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있는 세탁기에 아직 마르지 않은 빨래, 땀으로 절은 옷들을 몰아 넣고는 바쁘게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13일차가 되니 몇몇은 많이 피곤했던 모양입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피로감을 느끼면 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 때는 세상은 계속 돌아가도 자신은 멈추게 됩니다.



지친 듯 하면서도, 공놀이를 또 하고 있다니

 

13일 정도 여행을 하다 보니 왠지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이라는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안, 저희는 그 틈으로 뻗어있는 자전거길이라는 다른 시간의 흐름을 탑니다.

그 시간의 줄기를 타고 16일째에 도착하면 다른 일상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여행 전 일상에서, 여행 후 일상으로 바로 도착하는 겁니다.

자전거는 타임머신이 되는 셈이고요.

뭔가 익숙하지만 생소한 느낌들이, 시간대를 뛰어넘었으니, 분명 여행이 끝나는 날부터 들기 시작할 겁니다.

물론 시간여행의 시차 적응을 위해 잠부터 푹 자야 하겠지만요.

 

약간의 충전(휴식) 후,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비빔면. 부식은 라면.

서울로 들어가면 조리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기에 오늘 다 털어 넣으려고 했습니다.

그 결과 비빔면 8봉지를 끝냈습니다.

삶은 계란을 하나씩 얹었고요.

라면을 (냄비 크기 때문에) 3개 단위로 끓였는데, 그렇게 3개씩 끓이고 또 끓이다 보니 12개를 끓였다고 합니다.

아주 원 없이 먹었을 겁니다.



비빔면과 라면만으로도 파티는 가능합니다.

 



전골용 냄비에 끓여서 더 맛있을 것 같아 보이는 라면

 

숙소 주인 아주머님께서 아침, 저녁으로 춥다고 난로를 틀어주셨습니다.

난로 옆에서 식사를 하고, 그 주변에 앉아서 하루일기들을 쓰고 있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습니다.

저도 옆에서 꾸벅 졸다가 깨기를 반복했습니다.

피곤해서 그런 게 아니라 난로가 따뜻해서 그렇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따뜻한 난로

 

세탁기가 열심히 빨고, 아이들이 열심히 널은 빨래들도 내일은 뽀송하게 마를 게 확실해 보였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3일.

다른 일상으로 가는 시간여행의 끝이 보입니다.
전체 1

  • 2023-10-25 10:31

    라면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