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광주518여행 2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2-05-18 18:45
조회
569
517일의 시작

7시. 학생들을 깨우려 각 방 문을 두드렸는데 웬걸요. 이미들 다 깨어 있었습니다. 저보다 더 부지런한 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역할을 나누어 아침식사로 샌드위치를 준비하고, 점심 때 먹을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저녁을 빠르게 먹을 수 있도록 카레 재료도 준비했습니다.

 

최초 발포지

채비를 하고 나서니 9시 30분이 넘어갔습니다. 17일의 첫 번째 목적지는 차량시위가 시작됐던 무등 경기장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약간 돌아서 최초 발포지에 들렀습니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인지라 안 가기에는 많이 아쉽습니다. 가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가보는 게 좋습니다. 발, 손, 눈, 생각과 느낌으로 현장을 직접 읽어내는 것만큼 좋은 배움은 없을 것입니다.



최초 발포지: 멈춰선 장갑차를 에워싼 시민들, 그 장갑차를 열고 나와 바닥으로 쏜 총알이 튕겨 한 고등학생이 큰 부상을 당했던 곳

 

무등 경기장 - 차량시위의 출발점

1980년 5월 20일. 광주 시민들은 천군만마를 얻습니다. 버스, 트럭, 택시 기사들이 차를 몰고 금남로로 들어옵니다. 지금도 매년 5월 20일은 ‘민주 기사의 날’로 그 날의 차량시위를 재연하는 행사를 합니다. 2022년 5월 17일의 학생들이 1980년 5월 20일 그 차량시위의 출발점에 다녀왔습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무등 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금남로로 향했습니다. 11시부터 기록관 일정이 잡혀있었습니다. 전야제 준비를 위해 금남로 쪽 차량이 통제되어 있었기에 버스는 금남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저희를 내려주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잘 됐다 싶었는데 내린 곳에서 또다른 사적지인 ‘고 홍남순 변호사 가옥’과 ‘광주MBC 옛터’가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록관에 가기 전에 두 곳을 먼저 들렀습니다.

기록관에서는 해설을 해주시는 분께서 1층부터 5·18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습니다. 1층에는 당시 총알로 뚫린 유리창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고 1~3층을 거치면서 교실에서 배운 것보다 더 깊은 내용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록관 1층, 해설사 분의 설명이 시작됩니다. 기록관을 둘러보는 학생들의 모습.

 

오늘의 주제 기록

학생들에게 오늘 생각의 주제로 ‘기록’을 던져주었습니다. ‘기록’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아래는 학생들의 답변입니다.

- 기록은 역사다. 기록은 우리다. 기록이 있어서 그것을 토대로 역사가 있는 것이다. 그 역사가 있어야 우리가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들이 모두 기록돼서 기억하면 좋겠고, 기록된 아픈 역사들이 되살아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기록이란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적는 게 기록이다.

- 이 세상에 기록을 하는 어떤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그 기록이 기억이라는 것으로 있고, 기억이라는 것이 있어서 세상의 역사가 기록되는 것 같다.

- 기록은 후대에 뭔가를 전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고, 이것들이 모여서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기록은 모든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아픈 기록은 기억해야 한다.

- 기록은 영원한 것이다.

 

시민난장

점심식사 및 휴식 후 금남로로 나섰습니다. 금남로 양옆으로 길게 천막들이 펼쳐져 있었고, 각 천막마다 여러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시민난장은 코로나로 인해 지난 2년 간 볼 수 없었던 행사입니다. 나눠주는 물, 주먹밥도 (점심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받고, 설문조사에도 참여합니다. 잠깐 앉아서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일에도 동참해봅니다.



시민난장 전경

 

 

전일빌딩246

전일빌딩은 당시부터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증거를 온 몸에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전일빌딩 10층으로 올라가서 당시 사격의 흔적을 살펴봤습니다.  그러고는 옥상에 올라가서 구전남도청과 분수대를 내려다보기도 했습니다.



헬기사격 VR 체험 중인 학생들

 



여기서 글을 남기면,



이렇게 벽면에 나옵니다. (학생 중 한 명이 직접 쓴 문장)

 

여행의 재미

여행의 진짜 재미는 일정을 완벽하게 짤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우연한 만남, 생각하지 못한 기회가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합니다. 5월 17일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50분경. 저녁을 해먹을 시간도, 하루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많이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우연한 기회

5월 16일 일정은 전남대였습니다. 알고 보니 전남대 해설을 해주신 분은 17일 전야제 전에 있을 민주평화대행진 행사를 담당하는 분이셨고, 행진에 참여해보기를 제안해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였지요. 행진 대열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 아닌, 행진에 함께 참여하는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16일 저녁에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행진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지. 학생들 모두 찬성을 했고, 17일 저녁 5시부터 행진 대열에 합류하고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민주평화대행진

6시 15분쯤부터 대열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도 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손팻말을 들고 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80년 5월 당시 금남로를 가득 메운 군중처럼 저희도 그 안에 섞여서 금남로를 채웠습니다. 2년을 기다린 행진인지라 마른 목을 해갈하듯 수많은 인파가 금남로를 씻어내며 걸었습니다. 그 대열들을 보니 윤상원 열사의 마지막 말이 참으로 맞는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전야제

행진 대열이 멈춰선 곳은 금남로 전일빌딩을 목전에 둔 곳입니다. 대형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전야제 행사가 시작됩니다. 모두들 자리에 앉아서 5·18에 대해 말하는 다채로운 공연들, 이야기들을 보고 듣습니다.



전야제가 끝나니 시간은 밤 9시 30분. 숙소에 도착하니 거의 9시 50분쯤입니다. 씻고, 식사를 하고, 나눔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죠. 다행히 전야제 중 간식거리를 먹은 터라 허기는 덜했기에 씻고, 하루일기를 쓰고 바로 자도록 했습니다.

 

참 바쁘게 다닌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큰 (광주라는) 교재를 읽자면 바쁘게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야 5·18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을 살 수 있습니다. 한 번 사면 평생 간직하게 될 것이니 이처럼 수지가 맞는 배움이 어디 있을까요. 5월 18일은 주남마을 그리고 죽음의 행진 일정입니다. 발품 며칠 더 팔고 올라가겠습니다.
전체 2

  • 2022-05-18 20:23

    재윤이랑 같이 택시운전사 영화를 봤지요. 영화를 볼 때만 해도 제가 더 많이 아는 입장이었는데, 여행 다녀오면 재윤이가 훨씬 위겠어요. 살아있는 공부를 하는 자유학교 여행, 참 고맙습니다.


    • 2022-05-19 08:35

      재윤이가 가이드해서 가족들과 광주 한번 내려오셔도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