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졸업여행(울릉도 여행) - 11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21-10-29 15:29
조회
718
11. 집으로

 

원래 우리가 탈 뱃시간은 오후 2시였다. 그런데 파도가 높아 시간이 11시 50분으로 변경이 되었다. 10시 20분에 숙소를 나서기로 했다. 사장님께서 저동항 여객터미널까지 태워주시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기 전,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진을 찍기로 했다.

 



 

먼저는 아이들끼리.

 



 

이번에는 우리가 묵었던 숙소를 배경으로.

 



 

이번에는 숙소 사장님과 함께. 왼쪽에서 세번 째 계신 분이 사장님이시다.

 



 

마지막으로 나도 끼어서.

 



 

우리는 올 때처럼 트렁크에 배낭을 차곡차곡 쌓았다.

 



 

북풍의 언덕 덕분에 우리의 여행이 아름다울 수 있었다.

 



 

저동항 여객터미널에 도착하고, 한쪽에 배낭을 정리해두었다.

 

11시 50분 배인데, 11시 20분이 넘도록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티나지 않게 조심했다.

 

오징어를 사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어 터미널 앞에 있는 상점에서 살 수 있도록 했다. 멀미약이 필요한 학생들과 나를 위해 약을 사왔다. 올 때 고생한 것을 기억해서인지 아이들도 쎈 약으로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경이와 치원이를 제외하고 우리는 모두 쎈 멀미약을 먹었다(치원이와 태경이는 멀미약을 먹지 않았음에도 조금도 멀미를 하지 않았다.).

그때 터미널 안쪽에서 방송이 나왔다. 강릉행 배에서 승객들이 내린 후 바로 탑승할 수 있도록 줄을 서달라는 것이었다. 해상 경보가 예보가 되어서 12시가 되면 배가 뜰 수가 없다고 했다. 터미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우리 역시 배낭을 메고 줄을 섰다. 정말 무슨 작전을 펼치는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탑승했고, 배는 11시 54분에 출발했다.

 



 

항구를 나오자마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을 먹었으니 괜찮겠지 생각을 했는데, 1시간쯤 지나자 구토가 나왔다. 배 한쪽에서도 구역질하는 소리가 크게 둘려왔다. 어떤 아이는 울기도 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아이들은 의외로 평안했다. 다시 나만 구토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멀미비닐을 꺼내어들었다. 파도는 더더욱 심해졌다. 놀이동산에 있는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좌우가 심하게 흔들렸고, 상하의 울림도 심상치 않았다. 무언가에 부딪치는 듯한 소리고 크게 울렸다.

구토 때문에 힘든 상황에서도 이러다가 큰 일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시간을 보니 3시간이 지나 있었다. 거의 도착할 즈음인데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불안감이 조금 더 커졌다. 그때 안내 방송이 나왔다. 원래는 강릉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기상 상황 때문에 급하게 진로를 묵호항으로 돌린다는 내용이었다. 배는 쾌속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느리게 움직였다.

 

울릉도 저동항을 출발한지 4시간이 훨씬 넘어 동해시 묵호항에 도착했다. 안심이 되었다. 정박을 하면서 선장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승객 여러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는 말미에 얇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우리보다 선장님이 더 고생한 것 같았다. 정박 후, 한참을 더 기다린 후에 내릴 수가 있었다. 울릉도에서 지금 배가 묵호항에 도착한 것이 처음이라, 승객들이 내릴 수 있는 사다리를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설명이 있었다.

 

우리는 급하게 묵호항 여객터미널을 빠져나와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다. 다행히 5시 15분 버스가 있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버스에 몸을 실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든 것 같았다. 나 역시 긴장이 풀렸는지 어느 샌가 잠이 들었다.

 

그렇게, 꿈 같은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수원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부모님들이 나와 계셨고, 아이들과 나를 위해 꽃을 준비해주셨다.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어딜 가서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정말 꿈 같은 여행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계획대로, 착착착 되지 않았지만, 계획보다 더 신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서로를 잘 알 수 있었고, 서로에게 귀 기울였으며, 편하게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멀미. 구토.

 

다음에 울릉도에 간다면 포항 영일만에서 크루즈를 타고 가야겠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초등학교 이후 멀미를 한 적이 없으니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찔함이었다.

 

2021년에 나에게 이런 시간이 있었다. 나 역시 올 한 해 내게 주어진 '업'을 '졸'한 것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전체 3

  • 2021-10-29 16:20

    오는 날 선생님과 아이들 얼굴을 보는 순간 무사히 잘 다녀온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요즘은 여행지들이 워낙 접근성이 좋아지다보니 울릉도같이 오고감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곳에서 또다른 배움을 얻었을것 같네요.
    평화로운(?) 마지막 졸업여행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21-10-29 22:02

    고생많으셨어요~~
    호주 산티아고 제주 울릉도
    모두 다녀온것 같은 기분 아닐까 싶어요
    어려운 와중에 다녀온 여행이라 더욱 감사합니다!


  • 2021-11-25 15:07

    마지막까지 너무 고생이 많으셨네요 덕분에 재미있는 여행기 정말 잘 보았습니다 고생한 사연들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