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적 삶 4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18-10-26 10:35
조회
43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훈이와 지영이는 매일 트레비소, 적상추, 치커리 등 쌈채소를 심기도 하고 수확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농장에서의 하루 일정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오전

6시 즈음 기상

6시 30분 아침식사

7시까지 농장에 집합 및 작업 시작

12시쯤부터 점심식사

오후

1시 작업 시작

4시 즈음해서 마무리

중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는 쉼, 수업 장소로 이동 (밝맑도서관 혹은 협업농장 내 오누이센터)

5시 30분 수업듣기 (평민마을학교)

7시 수업 끝

이후 숙소 이동 및 저녁식사

하루에 대한 이야기 및 하루닫기

하루일기 쓰기

취침

위와 같은 일정으로 쭉 일주일 가까이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5시 30분부터 강의 하나를 듣고, 7시 30분 일소공도 월례세미나에 참여했습니다.

대략 10시가 가까이 되어 숙소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늦은 시간이지만 월례세미나에는 마을 주민, 관련 기관 담당자, 농장 청년들이 함께 했고 타지에서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한 자리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하는 그 무언가가 이 곳의 에너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강의

오늘 강의 내용은 농사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농법이나 마을 만들기 같은 것이 아니라 약간은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관련 분야 교수님께서 해주신 강의였는데 먼저 영농양식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습니다.

영농양식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1. 농민 영농양식

  2. 경영자 영농양식

  3. 기업(자본제) 영농양식


특히 2, 3번 영농양식은 근대 이전에는 없던 형태입니다.

1번 농민 영농양식(peasant mode of family)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인 소규모 가족농 정도의 형태인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약 20여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지금 경영자 영농양식을 밀어주고 있습니다. (예: 쌀전업농우선정책 등)

쉽게 얘기하면 규모를 키우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경제논리로 접근을 한 것인데 문제가 있습니다.

규모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기보다는 단일 작물을 키우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그 땅의 생물다양성은 떨어집니다.

동시에 규모를 확대한다는 것은 땅을 넓힌다는 것인데 당연히 '돈'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금융권과 '대출'로 얽히게 됩니다.

여기에 규모를 확대하면서 기계, 농약, 비료 등의 외부투입재가 들어갑니다.

규모가 커졌으니 소득이 증대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매출은 올라갔으나 비용도 올라가고(대출 이자, 외부투입재 등) 오히려 소득은 줄어듭니다.

결국 농사를 지어서 갖고 가는 게 없게 됩니다. 규모가 커질수록 손해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가 그 현실을 보여줍니다. 50년대부터 비용은 쭉 올라갑니다. 85년이 넘어가면서 급상승을 하더니 그 후로 상승세를 이어갑니다.

반면 농가소득은 90년대까지는 대체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요동을 칩니다. 어떤 때는 큰 손해를 봅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이중쥐어짜기(double squeeze)라고 부릅니다.

위와 같은 상황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다기능농업론이 나옵니다.

기존의 농업근대화론을 뒤집는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게 된 겁니다.

다기능농업에 기초하여 농촌이 발전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나온 이야기가 '6차 산업'입니다.

1차 산업(농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업)이 함께 더해지면 (1+2+3) 6차가 됩니다.

예로 나온 지역이 이탈리아 토스카나라는 곳인데 이곳은 포도 생산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은 개별 농가 그리고 숙박업자, 포도주 생산자 등 그 지역의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별 농가와 업자의 발전이 아니라 지역의 발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6차 산업'의 핵심은 따로 있는 것들이 연결되는 것입니다.

연결이 되면서 다양한 실천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되는 것이 6차 산업의 힘입니다.

다기능농업이라는 것은 농가 하나가 제조업, 숙박업까지 모두 겸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 농가가 그 지역의 농사를 짓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엮이게 되는 것입니다.

협업농장 옆에 있는 행복농장 같은 경우는 농민이 사회복지사나 정신과의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저 재배해서 수익을 내는 목적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농민이 평소에 사회복지사, 정신과의사를 만날 일이 사실 거의 없습니다.

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협업농장에 와서 떡 만들기를 함께 하고 추수를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통 일반 농가에서는 볼 수가 없습니다.

농가와 학교가 연결되고 교사와 농민이 교육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연결됩니다.

이는 저희 학교 철학에도 잘 부합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숲'은 각 나무들, 식물들, 동물들이 함께 만들어갑니다.

함께 하는 지역, 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 비단 농가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 월례세미나

운 좋게도 한 달에 한 번 있는 마을학회 일소공도 월례세미나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주제는 마을 조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 구자인 박사님께서 먼저 발제를 해주셨습니다.

대략 40분 정도 진안군 마을조사단의 경험을 풀어주셨는데 내용이 많아서 여기에 다 적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사업의 목적은 세 가지입니다.
  1. 사라져가는 농산촌 마을문화 조사 및 자원 발굴

  2.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 창출 모색 (청년실업 해소)

  3. 마을 문화컨텐츠 활용한 농촌활성화 모델 발굴


마을 조사가 참 쉽지는 않은 일이었습니다.

과거 사진을 하나 모으더라도 주민분들과 먼저 소통하고 장농 속 어딘가에 있는 사진을 꺼내시도록 하는 것도 아주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억하시는 것들도 시간이 다르거나 왜곡된 경우들도 많아서 이를 정확히 정리하는 데 쉽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마을조사단 활동을 통해 보고서가 나오고 책자가 나왔습니다.

동시에 진안군백운면 내에서도 옛날사진전시회나 보름달 달빛걷기 행사 등을 진행했습니다.

조사내용을 활용하여 농촌관광을 위한 구름땅마실 지도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월간지도 발간하여 그 안에 소식들, 기억들을 담았습니다.

여기에 얽히고 또 얽혀서 여러 사업들이 연결됩니다.

마을 조사가 '기록'을 남긴다는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역할을 해주는 것인데

그 마을과 지역을 살아나게 하는 역할도 함께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뒤이어 홍성군 청년 마을조사단의 활동 보고를 들었습니다.

아직은 첫걸음(시작한 지 5개월 정도)이라 구체적인 결과물들은 없지만

진행과정 중의 고민이나 생각들을 함께 공유했습니다.

 

'마을조사단'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날로 변해가는 호매실동, 금곡동 일대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옛 모습을 과거로 보내는 아쉬움을 모아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누군가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얼핏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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