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적 삶 2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18-10-21 20:45
조회
61
오늘은 아침 8시까지 늦잠을 잤습니다.

씻고 만둣국 물을 다시 올렸습니다.

성훈과 지영 모두 만두를 2개씩만 먹겠다고 해서 떠줬더니 다 먹고는 2개씩 더 먹습니다.

잘 먹어서 다행입니다.

평소 요리를 안 해서 맛이 잘 날까 걱정했는데 만두맛이 살려줬습니다.

오늘은 오전 11시 30분에 밝맑도서관에서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9시 40분쯤 버스 정거장에 나가 10시 5분 버스를 기다립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성훈과 지영.

버스 정거장 천장 쪽에서 커다란 호랑거미 두 마리가 자리를 잡고 먹잇감을 기다립니다.

홍동 갓골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5학년 학생들과 왔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도서관 쪽으로 내려가다가 작년에 묵었던 갓골 게스트하우스에 잠깐 들러 인사를 드렸습니다.

작년에는 농장 일정이 꽉 차서 어쩌다 보니 여기에서 며칠 묵고 가게 됐는데

여기서 묵으며 보냈던 시간들이 협업농장 생활을 하는데 많은 준비를 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도서관 쪽으로 걷다가 고양이를 마주쳤습니다.

작년에 만났던, 개의 탈을 쓴 그 고양이었습니다.

사람이 쓰다듬어도 얌전히 있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옵니다.



반가운 고양이

학생들에게 밝맑도서관, 느티나무 책방, 생협빵집을 소개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느티나무 책방을 함께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밝맑도서관, 그네의자



꽃향기를 맡는 고양이

(먹기도 했습니다. 먹는 소리가 바삭바삭거리는 게 너무 맛나게 들렸습니다.)



느티나무 책방 전경

11시 30분, 성경읽기모임이 밝맑도서관 2층에서 시작됐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내용을 읽고 설명을 듣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을에서 역할과 나이가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모임을, 역할을 우리학교가, 우리 지역에서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봅니다.

모임을 마친 후

홍동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ㅋㅋ만화방에 들렀습니다.

자유시간이니만큼 편하게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화방이 딱입니다.

성훈이와 지영이는 책꽂이에서 책을 골라 자리를 잡습니다.

저는 다시 갓골로 가서 책방과 그 근처들을 돌아봤습니다.

오후 시간을 자유시간을 가지며 푹 쉬고

5시 5분 경에 장곡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습니다.

사실 3시 50분 버스를 탄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나타나지를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경로로 간 것이 아닌가 싶긴 한데 버스가 갑자기 나타날까봐 쉽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1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습니다.



다시 농장으로

버스를 타고 예절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해놓고 나니 좀 싱거웠는데 그래도 끝까지 먹어준 성훈과 지영이가 고맙습니다.

고추장을 더 퍼 넣을 걸.

저녁식사 후에 우리가 왜 여기 와 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농적삶은 여행 수업 안의 활동이 아니라 진로 수업 안의 활동입니다.

때문에 학교에서 '진로' 과목이 갖는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도시적인 삶에 더 익숙합니다. 도시라는 공간의 핵심은 '소비'와 '단절'입니다.

'생산'을 모르는 소비, 관계의 '단절'에 익숙한 '사람'은 우리 학교가 지향하는 바가 아닙니다.

농적 삶의 경험을 통해 '생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공동체를 경험하고 커다란 생명의 순환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기에 자신의 '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 경험들이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이후에 떠오르면서

공동체를 이롭게 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진로에 대해>

어떤 직업을 가진다고 예상하자. 직이 의미하는 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말한다. 어느 집단에 속해 있는가를 주로 나타내며 업은 그 때의 내 소명, 이 일을 하는 의미를 되새겨보게끔 해준다. 나는 이번에 농적 삶에 왔다. 뭔가 스펙이나 기술을 전문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만의 삶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경험하며 나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야 한다. 또 하나의 삶을 배우고 단절된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를 아는 게 첫번째다. 그리고 나는 그 동안 마트에 가거나 식재료를 살 때 누가 만들었는지 관심도 없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었고. 그러나 이런 것들이 어디서 온 것인가는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그것에 대한 비밀을 풀고 세상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싶다. 공동체를 통해 나를 아는 것, 단절된 그곳의 비밀을 알고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홍성훈)

공동체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공동체는 생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동체가 없으면 살아가는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의미가 없어지면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동체는 중요하다. (문지영)

오늘 하루도 저물었습니다.

학생들도 오늘 하루 쉬고 나니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나가기 위한 쉼이 이런 쉼이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내일부터는 '일소공도'의 철학을 그대로 실천합니다.

일만 하면 소가 되고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됩니다.

내일부터 매일 저녁에 강의가 있습니다.

낮까지는 열심히 일을 하고 저녁에는 강의를 듣고 옵니다.

성훈, 지영에게 2~3번에 걸쳐서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습니다.

나도 그렇고 모두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꾸준한 배움의 시간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전체 4

  • 2018-10-22 12:21
    어차피 아이들 졸업하면 도시에 살면서 농사 짓지도 않을 것 같고, 공동체에 속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고등과정에서 농적 삶과 공동체 여행? 체험?을 가는지 궁금했는데 조금은 알 것 같네요. 작년 농적삶 여행기를 보면서 낯설었는데 올해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홍동과 농적삶에 대한 애정이 선생님 글에서 뭍어 나오는 것 같아 뭐랄까... 구수하네요 ^^

    • 2018-10-24 00:13
      작년에 저도 어머님과 같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ㅎㅎ 이런저런 공동체에 다녀보고, 변산에 가서 농사도 지어보고.. 진로와 농사의 연결점을 못 느끼다가 홍성에서 생활을 해보고는 그 연결점들을 느꼈습니다. 저희 학교 아침농사에서도 이런 철학과 생각들을 함께 심을 수 있으면 좋은데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2018-11-01 12:52
    농적삶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성훈이에게 별 기대없이 "어땠어?"하고 물으니 성훈이왈 "음식을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졌어."하더군. 어떤태도가 어떻게 달라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속에서 뭔가가 달라지고 있다니 기대하며 지켜보고 싶어요.

  • 2018-11-05 17:15
    지난 여름 저도 홍성에 다녀왔습니다. 풀무학교와 느티나무책방 등의 전경이 아직도 떠오르네요. 교사회연수에서 함께 다녀오셔도 참 좋을 듯해요. 최근에는 <사회적 농장>, <공유농장>이 화두인데요..졸업후의 학생들도 재미난 작당을 해보아도 좋을 듯해요. 이미 많이 시도하고 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