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학년 가을여행-우도 1부(2016.10.28 피터팬)

작성자
깔깔마녀
작성일
2017-02-22 20:58
조회
1510
제주 우도에서의 1박 2일

학년여행은 전체여행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우리 반만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해요.

디자인이 동일한 알록달록한 단체 후드 티를 입고. 이번 여행에서 “우리”라는 의미를 담아 5일을 함께 거닐고 오르고 나누려 합니다.

리무진 버스를 탔어요.

성훈이는 버스를 타면 늘 제일 앞자리에 앉아요. 쉽게 타고 오를 수 있고 앞의 시야가 트여 좋다고 하네요.

다른 친구들은 모두 뒷자리에 나란히 앉습니다. 아침부터 단장한 여인들의 셀카 놀이~ 빠질수 없죠.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행기 출발시간이 예정보다1시간정도 늦어진다고 하네요.

우도를 가려면 배를 타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막배를 놓치게 될 수도 있을 듯해요.

우리가 어찌 할 수 없는 일이니, 우선 걱정은 접어두고 잘 될 것이란 희망을 갖고

힘준 머리 풀어지기 전에 공항에서 화보를 찍어봅니다.



공항에서 내려 짐을 찾고 100번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내려 성산포항행 버스로 갈아탑니다.

막배는 5시30분인데 기사분께 여쭈어 보니, 성산포 항까지 빨라야 5시 30분에 도착한다고 하네요.

버스 밖의 제주 가을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지만, 배 시간 때문에 긴장감이 돕니다.

제발~제발!! 드디어 도착한 여객터미널...정확히 5시 30분에 버스에서 내립니다.

배가 선착장에 아직 있네요. 우리는 달립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전력질주를 합니다. 이렇게 몸이 가볍게 느껴지다니, 너무나 빨리 뛰어 제 자신도 놀랍니다.

마지막승객을 태우는 아저씨에게 “6명 지금타면 될까요?”하며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물어보는데....

아저씨의 대답 ” 티켓을 끊어야 탈 수 있어요.“ 100m정도 떨어진 매표소를 손으로 가르키는 아저씨~

기다려 달라는 우리의 부탁에 그럴 수 없다고 하시네요. 아~~야속하여라

우도의 밤이 저~~멀리 작은 점으로 사라져 갈 때 쯤.

아저씨는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다음 배를 타라고 말씀하십니다.

분명히 이 배가 막배인데... 다음배가 있다고요?? 여기저기 물어보니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우리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항구로 가는 배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운명은 우리 편임이 확실하네요. 여행의 첫날 예감이 좋아요.

터미널 시간표에 나와 있지 않아서 그런지, 커다란 배에는 우리와 혼자 여행 온 여자분 한분 뿐입니다.

배 위에서 해지는 바다의 풍광을 만끽하며 사진도 찍어봅니다.

멀어지고 있는 제주의 작은 불빛들과 가까워지는 우도의 풍경, 붉어지는 하늘과 바다를 봅니다.

행복하여라~ 예상치 못한 행복이라 더 좋네요.



항구에 내리니 연지민박 주인아저씨께서 1톤 트럭을 가지고 마중 나와 주셨어요.

우린 짐칸에 책상다리하고 서로 옹기종기 앉아 덜컹거리는 오픈카를 타며 우도의 초저녁의 시골풍경에 신이 납니다.

오토바이와 개짓는 소리, 고추말리는 냄새, 고향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 아이들도 저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요즘아이들이라 이런 시골의 감성을  알지 못할지 알았는데....

세련된 도시보다 소박함에 감동을 느끼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던지... 미소가 절로 번집니다.



우도의 연지민박은 나이 지긋하신 두 내외분이 사시는 가정집 입니다.

주인아저씨의 마른체구와 굵은 마디의 손가락에서 고단한 우도의 일과가 그려집니다.

낮은 가옥들, 빨랫줄과 마당에 말리고 있는 붉은 고추와 우도땅콩,

이러한 풍경을 보며 정다운 감상에 젖어 있는 내가 어쩐지 사치스럽게 느껴지네요.

아픈 아내를 두고 하루 종일 밭일하고 오신 고단한 농부는 우리에게 밥을 먼저 해 먹으라며, 하나뿐인 부엌을 내어주십니다.



아이들이 차려 준 푸짐한 부대찌개를 먹고 나서 우도의 밤 산책을 합니다.

섬이니 어느 쪽으로 가든지 해변은 나올 것이고, 우리가 우도의 서쪽근처에 있으니 서쪽으로 가면 바다가 곧 있을 것입니다.

조금 걸어 나가니 바다소리가 들리네요. 물이 어찌나 맑은지 어두운 밤에도 물이 투명하게 비칩니다.

바다에서 산책하고 동네를 둘러봅니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우도의 돌담길에서 이야기하고 웃으며 걷고 있을 때,

이 세상에 무서운 것들 중 상위 랭킹에 속하는 목줄이 풀린 커다란 개가... 무려 4마리가 우리를 따라옵니다.

나란히 팔짱을 끼고 몸을 붙이고 서로의 다리를 스치며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어봅니다.

바짝 긴장한 우리를 보고 저 개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개들은 우리를 공격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는데, 편안히 함께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가 너무나 긴장한 것 같아요. 그래도 함께 라서 다행이었어요.

첫날 밤 하루 일기를 쓰고 잠자리에 듭니다.



모기 한 마리가 윙윙 거리네요.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그냥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지영이 얼굴에 모기가 4방이나..... 어쩌나 사진 예쁘게 찍어야 하는데....

아침에 우도에서 뜨는 해를 봅니다.

낮은 돌담으로 경계만 표시한 우도의 너른 밭 넘어로 해가 뜹니다.

그 반대쪽에는 보름달이 지고 있네요. 동시에 커다란 두 해 와 달이 떠 있는 우도의 아침이 신비롭네요.



연지 민박~ 안녕!! 다음에 꼭 다시 올께요.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건강하세요.^^

그럼 이제부터 자전거 타고 우도 한바퀴 돌아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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