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졸업여행(울릉도 여행) - 1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21-10-26 15:15
조회
741
1. 울릉도

 

졸업여행.

 

설레는 말이다.

무언가를 ‘졸(卒)’한다는 것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그런지,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감격이 있다.

 

그 모든 시간을 대변하는 마지막 여행.

이것이 이번에 가는 우리들의 여행이다. 그래서인지 ‘졸업여행’을 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3학년 돌아보기 여행(국내여행)을 지리산 둘레길로 다녀왔다. 힘들기도 했으나 우리가 주도한 여행이었던 만큼 즐거운 여행이었다. 다큐멘터리도 여행문집도 우리 손을 거쳤고, 그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다. 돌아보기 여행을 마무리하며, 나아가기 여행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로 다녀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크리스털 워터스 공동체가 있는 호주로 갔으면 좋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우리는 견해의 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여행을 가야하고, 그 목적은 무엇이었는지부터 생각했다. 지난 1년간 했던 것이 바로 이 일이었다.

 

지난 12월.

 

1년간의 병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내가 맡은 과목은 5학년 진로 과목과 이야기, 연극, 독서 등이었다. 진로 과목 안에 나아가기 여행이 들어있었다. 그간의 이야기를 들으며 겨울방학 동안 목적지를 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겨울방학 동안 호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제주도 걷기 여행 40일을 대안으로 정했다. 1안(호주)과 2안(제주도) 가운데,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일정한 시점이 되면, 두 개의 안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리고 5월.

 

우리는 제주도 여행을 결정했다. 컨셉을 정하고 길잡이를 정했다. 코스를 연구하고 문집팀과 다큐팀으로 나누어 여행을 준비했다. 반살림을 통해 적은 액수이지만 여행비를 보탤 돈도 벌었다. 그렇게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여름방학을 지나며, 코로나 상황이 더 좋아지리라는 기대가 무너졌다. 3천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수가 연일 갱신되었고, 새로운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었다. 학생들과 긴급하게 회의를 했다. 그 결과 우리는 여행의 성격을 바꿔야한다고 결론을 내었다.

 

-나아가기 여행이 아니라, 졸업여행으로.

-코로나 상황은 감안해서 기간을 줄이고, 1단계 지역으로.

-기간과 여행의 성격이 바뀌었으니, 그 목적도 바뀌는 것으로.

 

그렇게 우리는 울릉도로 여행지를 정했다.

 



 

2. 첫날- 결항


 

울릉도 여행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반 모임을 하면서 울릉도는 기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여행지라는 피드백이 있었는데, 첫날부터 그 말에 실감했다.

 

우리는 10월 11일(월)에 여행을 출발해서 강릉에서 하룻밤을 묵고 그 다음날 울릉도 배를 탈 계획이었다. 그런데 막상 배를 예약하려고 보니 예매할 수 있는 티켓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강릉에서 2박을 하고, 13일(수)에 울릉도에 들어가는 배를 예매했다.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 전 주에 울릉도에 예약했던 숙소 사장님이 연락을 주셨다. 13일(월)에 파도가 높아 배가 뜰 수 없을 것 같으니 11일에 들어오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불이나케 배를 취소하고, 다시 예매했다. 강릉에 2박을 예약했던 숙소도 취소를 했다. 이 과정에서 50%밖에 환불을 받지 못 했다.

 

울릉도로 들어가기 위해 시작부터 어려웠다. 11일 오전 9시 20분 예매.

그 전날, 울릉도 날씨를 확인하며 여행 짐을 싸고 있었다. 오후 3시 40분쯤 문자를 하나 받았다.

 

“09:20→05:40

동해 중부 기상 악화로 시간이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리오니 일정에 차질 없으시길 바랍니다.”

 

문자를 세 네 번 반복해서 읽어봤다.

‘새벽 5시 40분 출발? 그러면 3시간 30분 쯤 잡으면 2시 10분쯤 출발을 해야 하나? 아니 출발 1시간 전에 도착을 해서 티켓팅을 하라고 했으니 4시 30분에 도착을 해야하나?’

 

반장님께 새로 변경된 집합시간을 알리고 나자, 긴장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새벽 1시 20분에 상촌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10시부터 침대에 누웠지만, 뒤척일 뿐 잠이 들지 않았다. 아내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얼른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컴컴한 새벽.

기분 좋은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니 정신이 맑아졌다. 저 앞에서 치원이 아버님이 오시고, 이어서 재서와 재서 어머님이 나오신다. 그리고 하나 둘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강릉항까지 부모님들께서 렌트해주신 차량이 제 시간에 도착했다. 우리는 부모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아이들도 나도 긴장감 도는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차는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 강릉항에 도착하기 30여분 전.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금일 10/11(월) 강릉발 울릉행 선박은 결항되었음을 알려드리오니 일정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역시나 세 네 번 문자를 반복해서 읽어봤다.

 

일정에 차질이 없으시길 바란다….

수원에서 출발했는데….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하기위해서 어떻게 해야하지…?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전체 2

  • 2021-10-28 13:49

    우여곡절 여행이 드디어 시작이네요


  • 2021-11-25 11:27

    이제야 여행기를 보네요 초반부터 완전 긴장모드입니다 그 당시에 선생님은 얼마나 당황스러우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