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광주518여행 5일차(마지막 날)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2-05-21 09:57
조회
531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망월동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입니다. 첫날 온 것처럼 배낭을 짊어지고 518번 버스를 타러 나갑니다. 광주에는 518번, 419번, 228번 버스가 있습니다. 모두 역사를 담고 있는 숫자입니다.



숙소를 나서면서

 

국립5·18민주묘지

10시 40분. 저와 학생들은 민주의 문 아래 섰습니다. 제가 분향을 위해 맨 앞에 섰고, 학생들은 일렬횡대로 뒤에 섰습니다. 스피커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안내에 따라 민주의 문에서부터 추념문을 거쳐 추모탑 앞까지 걸어갑니다. 추모탑 앞에서 예를 갖춰 선 후 경례와 분향을 합니다. 그 후 묵념을 하며 그곳에 계신 분들의 넋을 기렸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드린 후 무덤 쪽으로 올라갑니다. 먼저 안내를 받은 곳은 묘지의 오른편, 행방불명이 된 분들이 계신 곳입니다. 유해를 찾지 못했기에 봉분은 없고, ‘령’만 모셔져 있습니다. 그 많은 사연 중 하나를 들려주셨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안양으로 돌아가던 할머니와 그 아들 둘, 외손자까지 모두 사라졌습니다. 안양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려고 광주 송정까지 도착한 후에 행적이 끊긴 것입니다.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설을 듣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이것입니다.

 

“외손자가 다섯 살이었다. 그 엄마는 매해 다섯 살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자신의 아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살아 있다면 중년의 나이일 것이다. 그러니 중년인 사람들을 보면 또 자신의 아이를 떠올릴 것이다. 그 엄마는 가슴 속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 엄마에게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분들 외에도 5·18을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자신을 바친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당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그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목숨을 바친 분들입니다. 이외에도 구묘역, 전시관, 봉안소 등을 둘러보면서 다시 한 번 5·18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광주역으로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서 광주역으로 향했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2시쯤입니다. 기차 시간이 3시쯤이니 여유가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 앞서서 두 가지 주제를 줬습니다. 하나는 ‘국립5·18민주묘지’, 또 하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입니다.

 



학생들과 4박 5일 동안 함께 한 배낭들

 

 

주제: 국립5·18민주묘지

- 멋진 것 같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신 분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위엄과 절개가 느껴졌다.

-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편히 쉬시려면 하루빨리 진상규명이 되면 좋겠다.

- 묘지에 많은 사람의 묘가 있어서 좀 놀랐다. 그런데 여기에 5·18희생자가 모두 있는 게 아니라 더 많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 5·18때 희생된 분들의 묘가 모셔져 있는 곳이다. 묘를 보면서 행방불명된 사람이나 돌아가신 분들을 봤을 때 마음이 착잡했다.

- 여행 오기 전에 제일 가고 싶은 곳이 망월동 민주묘지였다. 와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컸다. 묘지가 많아서 엄청 놀랐고 전두환 비석을 밟고 와서 좋았다.

- 고인을 추모하는 묘지. 광주의 민주묘지는 슬픔과 안심과 걱정이 같이 있는 광주 민주묘지이다.

- 이곳은 수많은 분들의 희생된 넋을 달래주기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아주 강한 느낌이 들었다.

 

주제: 이번 여행을 통해서 얻은 것

-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신 광주 시민들을 보면서 우리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얻어간 것 같다.

- 1. 맛있는 떡갈비집을 알았다. 2. 오기 전에는 몰랐던 입체감 있는 그런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 이번 여행에서 나는 고통과 피로 그리고 약간의 용기를 얻었다. 5·18에 대해 계속 공부하고 알아가다 보니까 광주 시민 분들이 용기를 내서 한 일이 멋있었고, 그 용기를 보다 보니까 나도 용기가 생겼다.

- 일주일 동안 5·18을 배우면서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건과 희생자 분들을 알아가는 시간인 것 같다.

- 걷는 힘과 생각하는 능력.

- 광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온 게 아니었다. 광주는 슬픈 도시라는 것을 알았다.

- 첫 번째는 다시 생각을 해보는 힘 같은 것. 평범함의 소중함. 물의 소중함도 배운 것 같다.

 

 

저는 5·18을 주제로 학생들을 데리고 광주를 방문한 것이 올해로 세 번째입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광주를 알고 이해하는 기회가 또 언제 올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기회가 생겼을 때 이번 여행 기간 동안 경험한 것들이 분명 마중물이 될 겁니다.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도록 했고 가볼 수 있는 곳은 다 가보도록 했습니다. 걷기도 많이 걸었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피곤하고 짜증도 났을 겁니다. 힘든 여행이었다고 말한다면 여행을 제대로 다녀온 겁니다. 편안한 여행이었다면 잘못 다녀온 여행입니다. ‘광주’라는 교과서는 아주 큽니다. 그 큰 교과서를 열심히 읽자면 편할래야 편할 수가 없으니까요. 학생들 모두 애 많이 썼습니다. 여러분이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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