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광주518여행 4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2-05-20 18:10
조회
547


아침식사 준비 중!

 

5·18자유공원

자유공원은 과거 상무대가 있던 곳입니다. 상무대는 과거 계엄군 사령부가 있던 곳이며, 많은 분들이 끌려와 고초를 겪은 곳이기도 합니다. 개발로 인해 그 당시 상무대 규모보다 축소되어 있으나,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서 애를 쓴 것이 보였습니다.

곳곳에는 그 당시를 재연한 마네킹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군용트럭에 실리고, 끌려와서, 고문을 당하고, 이미 꾸며져 있는 조서에 서명을 하고, 비좁은 감옥에 갇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재판도 정해진 결과에 따라 졸속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이 공간 자체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어떤 장소인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희에게 해설을 해주신 분은 최후 항쟁 때 도청에 남았던 분이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직접 겪으신 분이 하시는 말씀이기에 듣는 저희에게도 좀 더 생생하게 다가왔고, 그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함께 떠올라서 조금은 힘들었을 겁니다.

그분에게 상무대는 분명 당시의 고통을 헤집어 꺼내는 장소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겪으신 것들을, 역사를 저희에게 설명을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해설을 듣고 있는 학생들

 

 

영창에서 당시 겪은 일들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정해진 결론을 읊었던 군사재판. 판결이 있은 후 누군가가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애국가 1절을 마치고 2절에 들어갈 무렵 재판관들은 왼쪽 문으로 퇴장합니다. 폭도도 간첩도 아니라는 것을 그 자리에 있는 모두는 알았습니다.

 

구전남도청

현재 구전남도청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2025년까지 복원 공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본청 건물 내부를 모두 둘러볼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최근 발굴된 1층의 총탄 자국은 관람할 수 있도록 열려 있었습니다.

두꺼운 페인트칠로 가려져 있던 탄흔을 찾고, 예전의 모습을 복원하려는 후대의 노력을 직접 보고 있자니 5·18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역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 연단이 되었던 분수대와 희생자들의 관이 안치됐던 상무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봤을 시계탑도 둘러봤습니다. 투사회보를 만들었던 녹두서점 터, 시민군이 머물렀던 YWCA 건물 터도 가봤습니다.



구전남도청 별관 전시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학생들



본관 1층에서 실제 탄흔도 살펴봅니다.



분수대에서



상무관. 탄흔을 찾고 복원하기 위해 통행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가까이 볼 수 없었던 것은 아쉽지만 진실에 가까이 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때를 모두 보고 있었던 시계탑의 모습. 중간에 농성광장으로 이전되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회의를 하고 투사회보를 만들었던 녹두서점 자리.

 

이렇게 돌아보고 나니,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금남로 한 쪽에 앉아서 어디를 가볼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학생들은 지친 기색이었지만 저녁을 먹으러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숙소에 들어가서 쉬기에는 아까운 시간이었습니다. 때마침 저희 옆에 해설사 한 분이 계시길래 어디로 가보면 좋을지 여쭤봤더니 선뜻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YMCA와 적십자병원

먼저 당시 YMCA건물을 들렀습니다. 저희도 몇 번 지나쳤던 건물인데, 이번에는 내부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1층에 강당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시민군이 훈련을 했다고 합니다. 그 강당이 2층으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저희만 둘러보면 찾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YMCA건물 입구 기념표지판과 내부 강당의 모습

 

10분 정도를 걸어서 적십자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많은 부상자와 사상자가 실려 갔던 곳이며, 헌혈을 위해 시민들이 긴 줄을 섰던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폐쇄되었는데 다행히 철거하지 않고 보존하되, 어떤 건물로 사용할지는 시에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적십자 병원

 

문화와 예술의 힘

해설해주시는 분께서 몇 년 전 영화 <택시운전사>가 나왔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광주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문화와 예술의 힘을 말씀하셨는데 참으로 그렇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이 발길을 이곳으로 인도했습니다. 영화 그 자체를 넘어선 것입니다.

 

드디어 떡갈비

향토음식으로 떡갈비를 먹기 위해서 송정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해서 식당에 들어서니 휴식시간입니다.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고, 지하철역에서 잠깐 앉아서 글들을 쓰다가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떡갈비를 주문했습니다. 아래는 떡갈비에 대한 감상입니다.



- 굉장히 맛있고 쫄깃했다. 양이 딱 맞았다.

- 따뜻했다. 밥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 굉장히 맛있었다. 양이 좀 부족할 줄 알았는데 딱 맞았다. 반찬이 맛있었다.

- 굉장히 단짠단짠해서 맛있었다. 만화책에서 보던 것을 실제로 영접하니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 떡갈비 한 번도 안 먹어 봤는데, 오늘 처음 먹어봐서 양념갈비 같은데 그것보다는 먹기 편했다. 그리고 먼저 나오는 뼛국 국물이 끝내줬다.

- 서비스도 좋고 양도 적절하고 밥도 주는데 국물도 맛있었다. 그런데 MSG가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박하사탕이 없었다. 이쑤시개도 없었다.

- 사먹는 것은 처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오늘의 생각들

오늘은 두 가지 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희생’입니다. 오전에 방문한 상무대(자유공원)에서도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내를 해주신 분도 (당시의 고통이 떠올라도) 저희를 위해서 ‘희생’을 하신 셈입니다. 두 번째는 ‘노력’입니다. 오후에 봤던 탄흔들. 그 탄흔들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이 5·18이라는 큰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습니다. 그 노력뿐만이 아닙니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 그때의 일을 끊임없이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에 저희도 광주에 올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희생, 노력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할까요?

 

- 희생은 다른 사람 또는 내가 이루고 싶은 목적을 위해 치러야 할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희생은 일단 믿음이 없으면 할 수 없을 것이고 내가 희생을 했는데 그 사람이 배신을 할 수도 있고.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희생은 도박 같은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희생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그 희생한 사람과 마음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만든다. 5·18 광주민주화운동도 희생으로 불이 붙어 점점 진실이 드러나고 국민들이 기억을 하게 되는 것이다.

 

- 희생은 무언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건과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번에 5·18 공부하면서 희생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5·18의 희생을 모든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또는 그렇지 아니하더라도 원치 않는데 무언가를 잃는 것을 희생이라고 한다. 광주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되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가족을 잃은 사람, 친구, 동료를 잃은 사람, 몸 또는 정신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스스로 희생하겠다고 하신 분들은 모두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간절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 광주에서의 희생은 보통은 목숨을 바치는 일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고통은 있을 것 같다. 삶에 대한 미련이라든지. 그런 고통은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희생한 그 결과에 대한 기대도 있을 것 같다.

 

- 희생은 자신의 의지로 희생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사고나 사건 같은 것으로 희생이 된 분들도 있다. 어떤 사건에 얽힌 피해자들은 다 희생자 같다고 생각한다.

 

- 희생은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의도치 않게 희생자가 되는 것도 있다. 희생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매우 슬픈 일이기도 하다.

 

- 희생이 없으면 광주의 소리도 없다. 한 희생이 없으면 광주의 목소리도 한 사람, 한 사람도 들을 수 없다.

 

- 노력은 나 자신을 뿌듯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를 더 뿌듯하게만 하는 결과물은 화려하게 빛난다. 내가 노력한 게 더 많을수록 뿌듯함은 더 늘어난다. 5·18이 다 끝나면 5·18을 위해 참여했던 사람들은 모두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뿌듯하다기보다는 감격스러움.

 

- 5·18때도 노력이 있었지만 5·18이 끝나고도 많은 노력이 있었다. 5·18때 흔적을 찾고 5·18때 진실을 밝히고, 5·18때 일을 사죄하기도 하고. 모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서 5·18의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

 

- 5·18민주화운동 때 희생되신 분들과 그 분들 덕에 있는 오늘날을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할 일이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며 5·18의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된 역사를 기억하는 것.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 진상규명을 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그런 노력이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진상규명이 되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그 결과를 위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 5·18때도 많은 노력이 있었지만 현재에도 5·18에 대해 찾아내는 노력도 필요하다.

 

- 노력하는 것은 뭔가를 다시 이루고자 열심히 하는 것이다. 5·18때도 많은 노력이 있었고 그 덕분에 저희가 존재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도 계시고.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이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우리의 노력이 작지만, 그 작은 노력도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덧붙이기: 오늘의 마지막 질문! 내일 집에 가자마자 먹고 싶은 것은?

 

- 와플대학에 있는 와플을 먹고 싶다. 두 번째는 집에서 주는 따끈따끈한 MSG가 포함된 라면을 먹고 싶다. 계란을 넣어서.

- 그렇게 먹고 싶은 건 없고 그냥 누나가 먹자는 거.

- 푸딩, 슈크림빵, 복숭아 아이스티.

- 빙수, 크로와상, 물냉면.

- 아빠가 해주는 계란찜, 비싸서 못 먹은 곱창, 오늘 편의점에서 신상으로 본 레몬에이드 탄산을 먹고 싶다.

- 특별히 없음.

-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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