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학년 2학기 돌아보기여행 14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3-10-22 23:12
조회
169
2023년 10월 17일 화요일



이동 구간: 양평 숙소(산내들 펜션) -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 - 능내역 인증센터 - 광나루 자전거공원 인증센터 -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인증센터 - 여의도 인증센터 - 숙소(아폴로 게스트하우스)

거리: 약 85km

선두: 이어진

특이사항:

1) 숙소에서 양평군립미술관까지 차량 특히나 조심(자전거 도로 없으며, 차도변으로 달려야 함)

2) 총 5개의 인증센터를 거쳐감

3) 드디어 서울



아침부터 신경이 곤두섰습니다.

물론 제 얘기입니다. 아이들은 한 숨 자고 나니 다시 활력이 올라옵니다.

저도 충전은 충분히 됐지만 신경이 곤두선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숙소부터 첫 번째 인증센터까지 가는 길을 지도에서 미리 살펴보니, 거의 파란색으로 나옵니다.

즉 자전거길이 없고, 차도변으로 달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로드뷰로 달릴 길을 쭉 살펴보니 차가 꽤 보입니다.

물론 과거 어느 시간대에 찍힌 사진만 갖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섣부를 수 있지만, 일단 조심은 해야 합니다.

보통의 운전자들은 여기서 7대의 자전거가 달리고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할 겁니다.

첫 인증센터까지 길잡이는, 자전거길이 아닌 만큼 제가 나섰습니다.

중간에 지도 어플로 확인하는 것은 필수며, 안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한 협박(?)도 필요했습니다.

저의 긴장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야 합니다.

 

 

서울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숙소.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친절하게 대해주신 주인 아주머님께도 인사를 드리고는 출발했습니다.

아, 빨래도 모두 말랐습니다.

다행히.

안 말랐으면 입을 옷이 없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서울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숙소를 나서면서

 

차도 오른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가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오가는 차량들이 꽤 있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큰 트럭들이 지나가기도 해서 끝까지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었습니다.

경로 중간에 있는 첫 번째 언덕 끝에 올라서서 단단하게 일렀습니다.

절대로 장난치거나 차도 쪽으로 가지 말 것.

그렇게 하는 게 보이면 정말로 소리 지를 거라고 강하게 얘기하고는 내리막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긴장했던 구간

이 구간을 무사히 지나는 것이 오늘의 첫 번째 임무

 

마주 오는 바람이 시원하기도 하지만 뒤에서 차가 올까 싶어 신경이 뒤로도 향했습니다.

한 명씩 무사히 아래까지 도착.

그 다음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 다음도 모두 무사히 통과.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습니다.

양평교에 도착해서야 한숨을 돌렸습니다.

거기서부터는 자전거길과 차도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인증센터에 도착하여 잠시 쉬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자전거길입니다.

선두를 어진이에게 넘기고 저는 뒤따르기 시작합니다.



양평자전거길쉼터(구 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

 

남한강 자전거길은 폐철도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워낙 기차가 달리던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려 보니, 길도 평탄하고 풍경도 좋습니다.

터널이나 철교를 지날 때는 그냥 지나가기가 아깝습니다.



과거 열차가 달렸을 터널

 



북한강 철교

 

아이들이 능내역 인증센터에서 잠시 쉬는 동안,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서 아직 남아있는 역사 안을 구경해 봤습니다.

역사 안에는 과거 주변에서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안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은 지금쯤 몇 살이 됐을까요.

어쩌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곳에 와서 이게 내 사진이라고 이야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손주들을 데리고 오셨을 수도 있을 겁니다.



능내역사

 



능내역 인증센터

 

능내역을 지나면 하남으로 들어섭니다.

하남을 넘어가면 광나루로 들어가는데, 거기서부터 서울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광나루, 뚝섬, 여의도까지 가면 오늘의 인증센터는 모두 들르게 됩니다.

그런데 저희의 진짜 모험은 여기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서울로 들어설 때 오해한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아니, 하나는 알고 둘은 몰랐던 게 있습니다.

자전거길이 아주 잘 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 표지판도. 이게 알고 있던 겁니다.

하지만 몰랐던 것, 놓쳤던 것이 하나 있는데 여기는 서울이라는 것.

운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울이 복잡하여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자전거길은 안 그럴 줄 알았습니다.

길은 잘 되어 있으나 복잡하다는 것.

사람과 자전거가 많으니 특히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정작 문제는 길을 잘못 들어설 수 있다는 데 있었습니다.



팔당대교를 건너 하남으로

 



드디어 서울로 들어섭니다.

 



다가올 미래를 모른 채로 식사 중인 아이들

 

광나루에서 뚝섬으로 가는 길.

한강을 건너서 오른쪽으로 틀어야 하는데, 모두들 왼쪽으로 갑니다.

갈림길에서 국토종주 표지판 화살표가 왼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 선두부터 자연스레 왼쪽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지요.

그 방향으로 쭉 가면 구리와 양평 방향입니다. 안 말리면 부산까지 갈 겁니다.

방향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불렀습니다. 다행히 뒤 쪽에서 달리던 학생이 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좀 기다리니 선두부터 돌려서 쭉 나옵니다.

강을 왼쪽으로 끼고 달릴 것. 다시 한 번 짚어주고는 출발했습니다.

어느 정도 가다가 저는 아이들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내기에는 제 다리가 받쳐 주지를 못합니다.

 

강을 왼쪽에 끼고 뚝섬 방향으로 가고 또 갑니다.

중랑천을 건너서 달리고 또 달립니다.

그때 갑자기 걸려오는 전화. 못 보던 번호.

받아야 한다는 강한 느낌. 자전거를 세우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지욱이의 목소리. 그 순간 드는 생각. 아, 길을 잘못 들었구나.

길을 잘못 들어서 지나가던 분께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하게 된 겁니다.

정말 적절한 대처였습니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때 어떻게 해결 방식을 찾아야 하는지도 배우게 됩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저보다 빨리 갔지만, 제 뒤에 있었습니다.

중랑천을 건너야 하는데, 그 물줄기를 타고 올라간 겁니다.

다시 경로를 바로 잡고서는 제가 있는 곳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 대기했습니다.

15분 정도 흘렀을까. 아이들의 대열이 한 줄로 오는 게 보입니다.

손짓으로 앞으로 계속 가라고 가리키고는 촬영을 마치고 뒤따라 갑니다.

뚝섬 인증센터에 도착한 것이 3시쯤.

이제 여의도로 향합니다.



여의도에서 헤매게 될 미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뚝섬 인증센터에서

 

여의도 쪽에는 아주 큰 이정표가 서 있는데, 바로 63빌딩입니다.

63빌딩 쪽으로만 가면, 여의도 인증센터까지야 헷갈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뚝섬에서 잠수교를 지나 여의도로 향합니다.

바로 앞까지 다가온 63빌딩.

아이들은 벌써 저 앞에 가 있습니다.

약 20년 전에는 배낭까지 매고 한 시간에 20km 가까이 달렸었는데.

언덕길 앞에서는 그런 과거도 소용이 없습니다. 조용히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릅니다.



잠수교를 건너는 중

저 멀리 점으로 변한 것이 아이들입니다.

 



63빌딩, 드디어 끝이 보입니다.

 

여의도로 들어서는 길목.

갑자기 나타난 갈림길.

양쪽 모두 인증센터로 갈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거기서 약 10분 정도를 더 달렸을까요. 드디어 여의도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한 지 12일째. 서울에서의 마지막 인증센터의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안 보였습니다.

저보다 앞서 갔으니 분명 먼저 도착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10분, 20분, 30분 정도를 기다렸을까요.

오후 5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약간 초조해졌습니다.

6시가 되면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까요.

어디서들 헤매고 있는 것일까.

찾아 나섰다가 길이 오히려 엇갈릴 수 있어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생각나는 곳은 한 곳 뿐.

여의도로 들어서는 길목의 갈림길.

저와 다른 길로 갔다고 해도 결국 인증센터로 향하는 방향이기에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얘들이 설마 계속 직진해서 아라 한강갑문까지 간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까지 하는 정도가 됐습니다.

 

좀 더 기다리니, 제가 왔던 방향에서 아이들이 오는 게 보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까 예상한 대로 그 갈림길에서 저와는 다른 길로 간 게 맞았습니다.

문제는 가다가 멈췄다는 것. 그리고 거기서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는 것.

이 길이 맞다 아니다로 옥신각신을 한 모양입니다.

누군가는 길을 묻자고 하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빌려서 전화를 하려 하고, 누군가는 이 길이 아니면 분명 다른 쪽 길이니 그 쪽으로 가면 된다고 하고.

그렇게 (잘못 든 건 아니지만) 잘못 들어서느라, 멈춰서 머뭇거리느라, 옥신각신하느라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른 겁니다.

그 흐르는 시간을 따라서 저는 직진만 하는 아이들을 상상하게 됐고요.

서울로 들어와서는 길을 세 번 잘못 들어선 겁니다.

해가 지기 전에 왔고, 그 전에 숙소에 도착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잘 됐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렇게 어려움이든, 곤란이든, 갈등이든 겪어봐야 한다고.

순탄하게만 풀려서는 배우는 게 없다고.

이런 과정을 겪고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서 성장하게 된다고.

안전과 건강에만 문제가 없다면 겪어도 좋을 그런 경험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쩌면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짜증이나 불안한 감정들이 올라올 수도 있고 떠올리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은 여행 초기에 우리가 마주했던 고개들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의 난관은 '고개'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오늘의 난관은 '갈등'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온 셈입니다.

이런 '고개들'도 넘어서 봐야 다음 고개들도 넘어갈 힘이 생깁니다. 그래서 잘 됐습니다.



한강의 모습

 

85km라는 짧지 않았던 거리. 헤맨 것까지 생각하면 90km도 넘었을 거리.

길을 잃거나 갈등이 일어 생겨난 '고개'를 넘은 것까지 생각하면 100km의 강도였을 거리.

이렇게 고생을 했으니 먹어야죠.

 

서울 도착 기념.

해 먹을 곳도 마땅치 않은 (다행스러운) 상황.

그리고 지칠 대로 지친 모두.

숙소 근처 짜장면 집으로 가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으로 속을 달랬습니다.

아마 우리 모두의 위장은 오늘 감격스러웠을 겁니다.

며칠 동안 못 보던 음식들이 보여서요.

 

서울로 도착한 첫 날, 서울은 우리를 호되게 몰아세웠습니다.

마지막 날까지 긴장 풀지 말라고요.

 

덧붙이기:

여행 중에 간혹 식당 등 장소에서 켜져 있는 TV가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입을 벌리고 봅니다.

불을 발견한 원시인도 아닌데, 문명을 처음 접하는 듯한 눈빛으로.

평소에는 신기할 것도 없는 물건이지만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는 것은 뭔가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겠죠.

최소한 여행에 푹 빠져서 살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이제 목적한 시간대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이틀입니다.
전체 1

  • 2023-10-25 10:40

    입을 벌리고 tv를 보고 있을 아이들이 상상되어 웃음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