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어요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21-09-16 11:34
조회
704
가을이 왔습니다.

 

이번 주부터 아이들이 모두 등교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시끌시끌합니다.

기타 소리도 들리고, 드럼 소리도 들리네요.

남자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마당에서 베드민턴을 치느라 바쁩니다.

은행나무 아래 평상에 옹기종기 모여서 점심을 먹기도 하는데, 그 아래 앉아있으면 바람이 불어와 시원합니다.

떨어진 도토리를 던지며 놀기도 하고요.

 

누리집을 죽 둘러보면서 학교 소식을 전한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기도 하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핑계가 마음 속에서 올라오다가도, 결국에는 신경을 덜 쓴 것 같아서 공동체 앞에 미안한 마음으로 변하네요.

그래서 아이들 수업하는 모습을 선생님들께 허락받아서 몇 장 찍어봤습니다. 밭에 나가서 작물들 자라는 모습도 담아왔고요.

 



 

학년별 인원수에 변화가 생겨서 5학년과 2학년 교실을 바꿨습니다.

5학년이 별교실, 2학년이 숲교실

아이들은 모여만 있어서 재미있나 봅니다. 어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재미있는 이야기 중이었는데, 카레라를 들이대니 대놓고 웃습니다.

 



 

재석샘은 병희와 상담 중이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기 할 일을 집중해서 하고 있습니다.

 



 

태욱이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어요.

 



 

치원이는 밖에서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지난 번에 새로 구입한 닭장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닭장이 학교보다 좋다고 하네요.

청귤을 만들어 팔아서 이렇게 근사한 닭장을 구입했습니다. 1학년들이 닭들을 돌보는데 얼마나 열심인지 모르겠습니다.

 



 

1학년들은 별1시간입니다.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어진이는 저를 보자마자 저렇게 얼굴을 가리네요. 어진이와 지욱이는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달라붙어서 애정을 표현합니다.

기운도 좋고, 표정도 좋아요. 아주 훌륭한 신입생들입니다.

 



 

2학년들은 중국어 시간입니다. 오늘 시험을 본다고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약간 긴장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참 많네요. 풍성하고 좋습니다.

 



 

3학년들은 이야기 시간입니다.

이렇게 뒷모습만 보이는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잘 안 서네요. 무언가를 진지하게 듣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밭에도 다녀왔습니다.

11월 말에 김장축제를 하는데, 그때 사용할 배추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아침농사 담당이신 정민석 선생님께서 귀농운동본부에서 자연농법을 배우고 계신데, 자세히 보면 배추들 사이에 지푸라기가 보일 거예요. 다른 밭들과는 다르게 우리 밭에는 이렇게 짚들이 덮여있습니다. 땅의 수분이 날아가는 것도 방지하고, 잡풀들이 자라는 것도 방해하는 역할을 합니다. 검은 비닐을 씌우는 것보다 통풍도 잘 되고요. 예전에 호주 크리스탈 워터스에 갔을 때, 그곳의 밭들이 이런 모습이었거든요. 암튼 자연농법이 우리 학교의 자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들도 싹이 이렇게 자랐습니다. 솎아줘야할 것 같습니다.

어제 남자화장실에 보니 오줌액비를 만들기 위해 다시 오줌통이 생겼습니다. 자연의 순환에 맞게 건강하게 농사를 잘 지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은  학교 구석구석에도, 학생들에게도 닭장에도 내렸네요.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이제는 사라져버린 사거리의 커다란 은행나무도, 마을회관도 보였습니다.

이 공간에 지금은 없지만 기억으로 쌓여있는 졸업생들도 전학생들도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학교는 졸업하기가 참 힘든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넘어야 할 것들도 많고, 견뎌야할 것도 참 많습니다.

 

코로나가 와도 가을은 구석구석 오듯이, 이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갑니다.

자연스러운 거대한 순환의 고리에 서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전체 1

  • 2021-10-05 21:25
    아이들이 학교 책상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참 뿌듯합니다 ^^* 선생님, 늙어간다고 글을 쓰시니 왠지 슬프기도 하고 가을이 더 확 와닿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