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1학년 닭 키우기 프로젝트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1-04-26 09:08
조회
756
(글쓴이: 초승달 선생님)

아이들과 닭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

왜 하필 닭이에요 ? 어진이가 질문했다. 토끼도 있잖아요, 토끼가 더 귀여운데..

그 이야기를 들은 지욱이가 토끼가 새끼를 얼마나 많이 낳는 줄 알어? 6마리씩 낳아 ~~

 

 

왜 닭을 키우기로 했을까?

사실 그 이유는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았다.

닭이 낳은 유정란을 직접 만져보고,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정말로 계란을 받아서 , 바로 들기름에 후라이를 해서 먹어보고 싶어, 정말 맛있을꺼 같아.. 라고 대답을 해줬다.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과 치킨 이야기를 했다.

'정말 우리가 키운 닭을 먹을수있을까?'라는 질문을 아이들이 먼저 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없다.. 맛있는 치킨에 대한 고민거리가 생긴거 같다.

닭을 키우기로 결심했고 , 아이들과 닭장을 열심히 짓고 있다.

처음 계획과 달리 닭장이 2주만에 지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처음 나의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정말 야무졌다. 건설현장을 소개시켜주고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일을 훌륭히 잘 해내고 있었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직접 계획에서부터 실행까지 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선생님으로 참여한 나도 닭장은 안 지어봤기 때문이다.

닭 돌봄 과 닭장 만들기 팀으로 두팀으로 나눠서 일을 맡겼다. 일은 다 같이 하되, 책임과 이끔은 팀이 맡아서 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은 정말 진지하게 , 닭장 설계도를 그려서 나에게 보여줬다. 연필로 그린 설계도는 나름 3D로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였다.

그 설계 도면처럼 지금 닭장은 지붕까지 올린 상태이다.

주변의 안 쓰는 목재와 버리는 자재를 이용하여 , 저비용 고효율 닭장을 짓고 있다. 아이들과 닭장을 지을 때 고려했던 점은 외부 침입 , 즉 고양이나 살쾡이로 부터의 보호이다. 땅을 파고 올 수도 있어서 닭장을 높게 지었다. 그리고 닭의 습성도 아이들은 고려했다. 나무에 올라타서 자는 습성이 있어서 2층으로 짓는다고 한다. 통풍과 비, 바람도 고려하여 짓고 있다.

아이들은 개성과 성향이 다른거 같다. 어진이는 힘이 좋다. 삽질을 매우 잘 한다. 일머리도 있어서 집중할 때는 금방 일을 끝내놓는다. 기둥을 땅을 파서 세우는데, 어진이가 땅 속에 돌더미를 흙과 묻어야 튼튼하다며 알려주었다. 지민이는 처음에는 무섭다고 했다. 그러나 지민이는 무섭다는 것이 어색하다는 뜻이였나 보다. 어진이 옆에서 계속 돌과 흙을 나르며 , 기둥의 흙을 매우고 있었다. 민이는 리더형인거 같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장난치면 그러지 말라 다그치며 일을 진행한다. 회의를 주도하는 것을 좋아하고 ,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한다. 한번은 내가 지욱이랑 놀고 있는 중에 , 민이가 다음 거를 해야 한다며 다그친 적도 있다.

아이들이 드릴을 처음 써 본다고 했다. 간단한 사용법을 알려주고 , 은강이와 지욱이에게 드릴로 나무 고정을 맡겼다. 두 명이 팀이 되어 한 명은 고정하고 , 한 명은 드릴로 못을 박았다. 처음 하는 것인데도 아이들은 드릴에 힘을 주며 나무를 꼼꼼하게 고정시켰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한 지민이도 , 어진이도 2주차에는 드릴를 잘 다루었다. 정민이와 은강이는 소리없이 묵묵히 일을 잘 한다. 아이들도 그걸 아는지 정민이, 은강이와 팀이 되고 싶어한다. 드릴도 잘 다루고 , 더 좋은 아이디어로 나를 이끈다.

 

 

 

 

 

병아리 입양하기

아이들과 회의 끝에 부화가 아닌 입양이라는 방법으로 키우기로 했다. 아이들은 부화하는 방법은 부화율이 떨어지고 ,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사실 나는 부화부터 하고 싶었지만 , 아이들의 설득력있는 이유에 병아리를 입양하기로 했다. 병아리를 사는 방법보다는 입양하는게 좋다 생각해서 주변 가능지를 살펴보던 중 화성 산안 농장을 알게 되었다. 조류독감 살처분 이슈라는 기사 때문에 어렵지 않게 농장을 알게 되었다. 무작정 농장 연락처에 전화를 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전했고 최근 살처분 조치라는 어려운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우리를 초대해주셨다.

산안농장에 들어가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았다. 3단계의 소독 과정을 거쳐야 했다. 1단계는 손,발, 온몸 소독과 방명록 작성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방역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 장화를 신고 소독을 해야 3단계의 소독을 마칠 수 있었다. 아이들과 난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병아리를 입양하러 잠깐 갔다 오는구나 .. 생각했었는데 첫 관문부터 철저해서, 우리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산안농장은 정말 큰 농장이었다. 병아리들을 키우는 곳과 닭을 키우는 곳 , 공동체 인원들이 생활하는 곳 , 그리고 작은 텃밭과 닭에게 주는 풀을 기르는 곳까지 잘 갖춰진 작은 마을 같은 느낌이였다. 실질적으로도 야마기시즘 마을공동체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방역복이 덥다 , 크다 등 여러 가지 불평같은 말은 했지만 표정은 밝고, 기대에 찬 표정들이었다. 우리를 안내해 주신 선생님은 농장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고등학교 때까지 있다가 대학교를 외지에서 생활하시고 , 다시 공동체로 돌아오신 매우 친절하신 청년 분이셨다.

우리가 처음으로 간 곳은 지금은 닭이 없어 계란 생산이 중단된 선별장이었다. 컨테이너 벨트와 분류기 같은 기계가 있는 공장으로 하루 몇 만개의 계란이 선별되는 곳이였으나, 지금은 잠시 멈추어져있는 곳이였다. 올 9월부터 변수가 없다는 전제 하에 다시 운영될 예정이다.

공장 옆에는 새로 지어진 닭 막사가 있었다. 통풍과 햇빛 습도 온도를 고려해서 새로 지어졌다고 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살아있는 닭이 없어서, 집은 등기에 잉크 마르기도 전에 모델하우스로 남아있었다. 병아리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새집에 입주하기를 기대한다.

산안농장에서는 닭이 풀을 먹기를 바란다고 했다. 닭 똥을 거름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그 풀을 닭사료로 쓴다고 하셨다. 우리는 그 닭 똥을 살펴보러 갔다. 닭 똥은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마스크를 써서 안 느껴지는 건지 마스크를 벗고도 맡아 보았는데, 거의 똥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통풍에 있다고 하셨다. 닭장을 지을 때 통풍이 잘 되게 지으면 , 닭 냄새가 거의 닭똥과 쌀겨을 잘 석어서 6개월 정도 보관하면 비료가 되고 , 텃밭에 뿌리면 매우 훌륭한 비료가 된다고 하셨다. 실제로 6개월이 지난 닭똥을 만져보고 ,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거의 똥이라는 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푹 찔러 안에 있는 향이 올라올 때는, 홍어 삭힌 냄새가 나기 했다.



 

농장에는 극과극의 강아지가 두 마리 살고 있었다. 한 마리는 하얀색의 우리를 처음부터 반겨주었던 성이 ‘지’ 이름이 ‘랄라’ 인 아주 작은 말티즈 한 마리 , 한마라는 삽살개보다 크고 , 반달곰 만한 사이즈인 ‘ ? ’. 정말 실제로 보면 엄청 크다. 그리고 엄청 순하다. 아이들이 처음에 말티즈 강아지 이름을 이야기 했을때는 깜짝 놀라서 , ‘기린’말 쓰자고 이야기 했다가 나중에는 진짜 이름인거 알고 , 강아지 이름을 마구 부르고 싶어졌었다. 어진이는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 엄마 대신 김학민 선생님 등에 꼭 붙어 다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어진이가 자기가 원래부터 강아지를 무서워하지는 않았다며 뜬금없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마지막 제일 중요한 공간이 병아리 막사로 갔다. 4월12일 농장은 새 생명을 다시 맞았다.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한 것이다. 태어난지 몇 일 안된 노란색 병아리들이 삐약 삐약거리며 동시에 울고 있었다. 김학민 선생님이 병아리 소리가 너무 이쁘다며 이야기를 건넸지만 , 냉정한 초승달은 하루종일 삐약대면 엄청 시끄럽다며 , 선생님의 감성을 단절시켜버렸다.

농장에서는 아이들에게 병아리의 풀 사료를 주기 미션을 주셨다. 여린 풀을 잘게 잘라서 사료와 함께 병아리들에게 주면 , 아이들이 풀에 익숙해져서, 닭이 되었을때는 풀을 잘 먹는다고 하셨다. 지민이와 지욱이 , 어진이와 민이 , 성민이와 은강이가 한 팀이 되어 한동씩 먹이를 주는 미션이였다. 병아리를 만나기 전 우리는 또 소독을 하고 , 장화를 갈아신고 , 주의사항을 들은 후 먹이를 주었다. 나는 지욱이와 지민이를 따라 다니며 , 먹이를 주었다. 병아리는 소리에 잘 놀라고 , 그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는 주의사항을 들어서 우리 조는 정말 말 한 마디 안하고 일만 했다. 지욱이는 탐나는 일꾼이다. 역시 여기서도 일을 잘한다. 먹이 주는 일은 체험정도가 아니였다. 지민이는 어렵다고 하면서 끝까지 잘해낸다. 역시 농장의 먹이주기는 체험활동이 아니였다. 한 막사 씩 맡아서 했는데, 막사가 정말 컸다. 일 잘하는 팀인 우리는 제일 빨리 끝내 한 동의 반을 더 했다.

 

 

 

 

 

드디어 병아리 입양 !

아이들은 병아리 입양을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 지욱이는 닭 키우기 공부를 많이 하고 나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병아리 구분 방법, 유정란 이야기 등 정말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암컷3마리 수컷1마리를 상자에 담아 주셨다. 아이들은 최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병아리를 옮겼다. 아이들은 너무 작은 상자에 병아리들이 담겼다며, 안타까워했다. 닭 집에 깔아줄 쌀겨까지 2포대 선물받고, 우리는 마지막을 장식할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아이들은 뒤에 타고 이게 제일 재밌다며 신나했다. 선생님이 앞에 탄 지욱이에게 엑셀을 밟을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 내리막 길에서는 세게 밟으면 뒤에 탄 아이들 다 떨어진다 조심하라 했지만 , 지욱이는 더 신나했다.

 

 

 
전체 3

  • 2021-04-26 09:30

    초승달 선생님이 끼니살림 수업하시는 날은 학교가 더 밝고 기운찹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1학년을 응원합니다! 부디 커다란 닭이 될 수 있기를!


  • 2021-04-26 11:04

    어.. 초승달 긴 글 안좋아하는데! 초승달이 쓴 글 맞나요? ㅋㅋㅋ
    이렇게나 재미지게 써주시다니요! 종종 소식 전해주셔요~


  • 2021-06-17 01:11

    초승달 쌤이 글을 재미나게 쓰시는구먼요. 병아리 입양하러 산안마을까지 다녀오시다니 훌륭합니다. 좋은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 학교도 산안마을 달걀 받아먹을까요? 아닌가? 이제 닭이 낳는거 먹음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