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카페 - 모카, 어쨌든 오픈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2-11-04 08:51
조회
552
개인적으로 계절 중 겨울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그러실 것 같지만 봄이나 가을 날씨를 좋아합니다.

그래도 겨울을 지낼 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이불 속에 들어가 있을 때, 눈 오는 풍경 보면서 따뜻한 차 한 잔 할 때... 이런 풍경을 떠올리면 겨울이 그다지 싫지만도 않습니다.

몇 달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날이 추워지면 점심 때, 앞마당에서 핫초코를 타서 주는, 작은 카페를 열 수 있겠다.'

어제 오전에 외부에서 모임에 참여한 후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무작정 마트로 가서 핫초코를 샀습니다.

마음이 바빴습니다. 점심 시간이 끝나기 전에 도착해야 하니까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테이블을 갖다 놓고, 뜨거운 물을 준비했습니다.

'핫초코 데이'라고도 써붙이고, 마침 유진이 할머니네에서(유진 어머님 감사합니다!) 수확한 사과와 감도 받은 터라 같이 올려 두었습니다.

박정수 선생님도 일손을 거들어 주셨지요.

한 명, 두 명 오더니 점점 바빠집니다.

텀블러, 머그컵을 들고 기다리는 애들, 핫초코를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다가 걸리는 애들, 사과를 열심히 집어 먹는 애들...

전교생이 다 온 건 아니지만, 오픈 첫 날 핫초코가 꽤 나갔습니다.

바쁘다 보니, 애들이 줄 선 사진은 못 찍었네요.

카페 오픈은 매 주 목요일이 적당하겠다 싶어서 이름은 마음대로 '목요일의 카페'라는 의미로 '모카'라 붙였습니다.

('목카'라고 할까 하다가 어감이... 목에서 뭔가 뱉어낼 것 같아서...)



핫초코도 핫초코지만, 아이들, 선생님들 모두 한 잔씩 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순간들도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하면 겨울이 덜 추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교 뒷마당에 머물고 있는 가을도 나눠드립니다.

나뭇잎 다 떨어지기 전에, 오셔서 보시고 나뭇잎도 하나씩 챙겨 가세요.

이 가을을 내년에는 못 보거든요.



학생들은 연극 준비하느라 바쁘네요.
전체 6

  • 2022-11-04 10:59

    어제 학교가 너~~무 추웠어. 그런데 쌤이 핫초코 타주셔서 너~~ 무 따뜻하고 좋았어. 하더니 그 핫초코가 이 핫초코였군요.
    인생핫초코이지 않을까 싶네요^^
    평화로운 풍경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여행발표회에는 어른들을 위한 쬐끔 쓴 핫***이 갑니다. ^.~


    • 2022-11-05 23:13

      '핫***'이 뭘까 어제 잠깐 고민했는데 답이 안 나왔었어요.
      핫초코오?
      쓴 맛이라고 하셔서 이건 아닌 것 같고...
      오늘 마셔보고 알았습니다.
      너무 잘 마셨어요. 지금까지도 따뜻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2-11-04 12:22

    와~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겠어요. 정말 낭만적이고 맛있고 즐거운 시간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까워지는건 차 한잔 함께 마시는 것 부터죠~~ ^^


    • 2022-11-05 23:14

      넵, 바빴지만 바빠서 저도 좋았습니다.


  • 2022-11-04 18:53

    이 가을을 내년에는 못 본다는 말이 계속 여운이 남네요. 졸업도 하고 학교도 옮겨가고.. 이 마당은 내내 그리울 것 같아요.
    학민 선생님의 유머코드가 맞는지 글 읽는 내내 웃겨요. ㅎㅎ
    유진이 할머니가 보내주신 감과 사과를 학생들도 맛볼 수 있었다니 뿌듯합니다.
    재미있는 학교 이야기 계속 기대할게요.


    • 2022-11-05 23:15

      웃으셨다니 뿌듯합니다.
      소소한 소식 계속 올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