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축제 첫째날 - 2 (2014.11.18 - 은나무)

작성자
허선영 (규빈 4, 시현, 소현 엄마)
작성일
2017-02-19 17:32
조회
973
와~~~ 다듬을 게 많아요.

쪽파랑 마늘....도 한 일거리~~

춥지만, 푸근한 입담을 온기 삼아 손을 재게 놀립니다.



요번에 서영이가 뽑아올린 무에요.

잘 안 뽑혀서 혼났다죠...

신기하게 생긴 덕에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신기한 것을 보면 놓치지 않는 규빈이에게 잡혔네요.



"무살려!!!

규..규빈아... 칼들고 그런 표정으로 보지마. 무서워......."

부엌에선 최원배 샘이 호스를 연결하느라 애를 쓰고 계세요.

요 호스도 배추밭 할머니께 빌린 거에요.

주문한 호스가 늦게 도착했답니다. ㅜㅜ

호스는 김장하는 내내 써야하는 거라 꼭 연결해야 해요...



싹둑싹둑 잘도 잘리는 배추들,,,

잘린 단면들이 화가의 그림처럼 이뻐요.

흙에서 나서 몸에 이론 김치가 되고...

밭에서 해를 받고 섰을 때나,

거대한 둥치를 반으로 싹둑 갈려 반배추가 되어서나...

버무려진 생김치로 아삭! 배어물어질 때도..

어느 한 순간,

싱그러운 생명력을 놓질 않네요...

요 흔한 배추 잎사귀가 심상해 보이지 않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무튼 참 이쁩니다....참.



일하는 중간중간 어머님이 사오신 귤도 나눠 먹고...

어머님 드세요...

이런 사윗감 어떠세요

사윗감예약 ...



엄마 이거 먹어....

^^



뒷마당에 가보니 소녀들이 터를 잡고 앉았습니다...

"마늘은 즈이에게 맞겨 주세요~~~."

....

라고 시작했으나,

결과는 소녀들이 끝없는 마늘까기를 저주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파다듬기. 마늘까기....

이곳은 수다천국....

요즘 소녀들은 천금을 주래도 바꾸지 않을 보물보따리를 지고 다닙니다...

쉴 사이없는 입이랑 옆에 팔짱낀 친구~~



역시 다시끔 초상권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고개를 절대 들지 않는군요.

남아들은  갓과 쪽파를 씻고 무도 씻어 냅니다.



말끔히 씻긴 무를 보며 또 새로운 생각이 떠오른 아이들....

무를 가지고 인류를 구하는 방법이라던가... 이 무가 외계인일 가능성이 얼만큼일까라던가... 강제로 씻기고 있는 무의 인격이라던가......



이제 중요한 절차를 시작할 차례에요.

물에 소금을 넣습니다.



맛을 보며 소금을 첨가해 주시는 어머님들...

어머님 지시만 내려주세요.

일은 저희가 할게요. ^^



배추를 날라야 해요.



친구와 맞들고, 자상하게 도우며 ~~



어느 사진에서나 빛이 나는 규빈이....

배추를 안고 있어도 세발수레를 끌어도 빛이 나네요.

뱃 속에서 얼짱 사진 각도를 연구하다 나오지 않았을까하는 의심을 평소에 교사들로부터 받습니다....



제 절일 거에요.

모두가 손을 걷어 붙이고 달겨듭니다.



배추를 박박 푹푹~~



아이들이 거침없이 배추를 소금물에 투하합니다....



작업 중에도 재미난 이야기를 하다, 실랑이를 벌이다...

어머님들은 듣다가 웃음이 터집니다.



이제 배추가 얼추  절여졌나봐요...

이제 통에 넣고 내일까지 두어야 합니다...

생의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여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서있는 배추들아 내일 보자...

내일 빛깔고운 햇김치로 거듭나자꾸나.....



하아~~

첫날인데 고단하네요..

어머들님과 조촐하지만 왁자지껄 식사를 하고서 조금 쉽니다.



김장축제 기간에도 침묵과 독서를 합니다.

추운 바람에 귀가 얼고 점심 끝에 몸은 노곤하지만....

오늘도 우리 학교의 낮풍경에는

글이 있고,

그 책장 한 귀퉁이에 ....마음을 줍니다...

침묵이 흐르는 교실 위로 ........ 차의 훈김이 떠돕니다.

해가 기웁니다....

바람이 쎄해집니다....

삽을 든 남학우들

최원배 샘의 지휘 하에 힘차게 교실을 걸어나갑니다.



여학생들이 시레기를 삶을 동안,

남학생들은 김치통 묻을 구덩이를 파러 갑니다...

건장한 사나이들의 기운이 느껴지지요~



흐아차~~~~

기운 찬 삽질과 호령!!!



널찍한 구덩이....

내일은 구덩이의 주인이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추운 겨우내 우리 김치 잘 보살펴주기를....



시레기가 푹 삶아졌어요

"꾹꾹 눌러 물을 짜야해."

"이쨔! 이쨔!"



서영 : 이거 먹어~

채빈 : 하앙~~



채빈: 움 마시쪄~~

입맛도 까다로운 애들이 왠일인지 시레기를 자꾸 먹어요.....

맛있어서 먹는다네요...ㅋㅋㅋ

얼마 전 대관령에서 본 양이랑 염소 같아 보여서 혼났어요. ㅋㅋㅋㅋㅋ



겨우내 우리의 맛난 국거리가 될 시레기를 잘 담아서...



봉지에 넣으려는데 아이 추워~~~

쌩 ...

아이쿠~~찬바람이...



봉지봉지로 넣자!

차곡차곡...

정리의 왕이신 최원배 선생님이 냉장고 안을 매의 눈으로 살펴보시며 정리를 하십니다.



이쁘게 묶은 봉지를 든 채반이!!!!

집안일 할 땐 .....채반이예요.. ^^



귀요미 발사!!!!

채빈이의 매력 모음 2탄이에요...

1탄은 염소처럼 풀을 문 표정~  위로 up!!



자 이제 다 되었어요.

뒷정리하느라 아이들은 또 진땀 꽤 흘렸답니다...

말끔히 씻긴 무와 무청이 말려지고 있어요..

뒷 마당에선 소금물에 절어가는 배추가

숨 죽여 바람소리를 듣고 있어요..

안녕, 내일 만나요..

내일은 무랑 배추가 붉은 빛깔 고운 옷을 입는 날이에요...

모두모두 추운 날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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