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축제 둘째날-1 - (2014.11.19 - 은나무)

작성자
허선영 (규빈 4, 시현, 소현 엄마)
작성일
2017-02-19 17:54
조회
1018
김장 축제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

바람이 어제보다 차갑습니다...

이른 아침

세상엔 엷은 서리가 피어나 있습니다...



바싹 말라 얼어가는 잎에 낀 서리가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입니다...

채 수확하지 않은 파에도,

밭둑길, 노랗게 마른 덤불에도,

들풀들이며,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오가도 못하고 찬계절 맞은 민들레에도...

서리가 피었습니다.

  

장인이 깍아 전시한 보석보다 아름다운 것은 ........

.......
바로

늦가을 언서리 맞아 빛나는

가을 잎들과 줄기입니다.



한 시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순간에도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찬란함이 머물러 있는 것은,

자연이

풀과 나무에 부여한   천부의 아름다움입니다....

우리는 그런 자연을 먹고 사는 존재입니다....

우리 안에는  그렇게 쌓여온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서리맞은 들녘을 감상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덧....

숲교실 앞에 당도합니다.

거센 바람에 은행잎이 다 졌습니다.....



도토리 교실을 지나 은행나무가 서있는 길 앞에 섰을 때,

순간 다른 장소에 온 줄 알았습니다...

아무도 지나지 않는 길에 노랗게 깔린 잎들이   멀고 아름다운 어떤 곳을 ....  떠올리게 합니다.

쓸어내기 아깝네요.

쓱삭쓱삭 아침 청소 후.....

이제 소금간 푹 절여진 김치를 흔들어 깨울 때입니다...

하룻밤 소금물에 절여진 김치가 우리를 기다려요.

오늘도 도와주러 오신 어머님들이 해바라기 같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주십니다.

준서 어머님. 경빈 어머님....

그리고 모두 추울까봐 대추차를 달여오신 서영 어머님...

가져오신 설기떡 진짜 맛있었어요. ㅜㅜ

잊을 수가 없다는...



자자 그릇씻어 물 채우고...

배추들아 이제 목욕하자~~~

그 동안 짜서 힘들었지~



철썩철썩 씻기우는 배추들...

첫 번째 대야엔 흙물이 ....

"끼야악~~ 안먹을래요. 드러워요.... 샘 벌레가~~"

-> '애들아, 과연 너희들이 안먹을까...

두고 볼게. '  (선생님 생각...)

여학생들의 비명에 이른 아침 추위에도

숲 교실 마당엔 생기가 가득~~

앉아 모이기만 하면 돌아가는 아이들의 설전~~

정말 재미나요.

어머님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네요.



흥에 겨운 김장

배추를 열 번씩 씻으라는 주문에 아이들은 배추를 거세게 다루는 중...

배추에 흙이랑 벌레가 많다며

기겁을 하더니 아예 물고문을 한다면서 배추를 휘휘~~ 젓기....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밭에서 키운 덜 자란 배추를 애처러워하십니다...

"요건 엇다 쓸까나...."

특히 지수는 김장하는 내내 신바람이 나서 일을 했어요.

보는 제가 어찌나 힘이 나던지...

첨하는 김장을 기획까지 맡아서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아이들의 신바람에 저도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잘 해냈네요.

일 년을 우리 학교에서 생활한 남학생들은 몸으로 하는 일이 점점 손에 붙습니다.



흙과 더불어 벌레랑 알집이 잔득 나와서 여학생들이 비명지르게 하던 배추가 어느 새 말끔히 씻기고,......



요렇게 매꼬롬하니 참한 모습이 되었어요....

물을 주욱 빼주어야 해요...

김장배추는 물에 헹구고 물을 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해요....



가을 볕에 바람을 먹으며 더 맛있게 숨이 죽기를,......

배추도 잠시 쉬게 하고....



막간의 휴식시간...

코코아를 타먹으며...

경빈이는 고양이 입을 하고 쉬네요

'아, 노곤타~~~잠시 눈을.....'

서영이는 코코아 한 입 "암!!! 냠냠냠"



요때, 우리 떼쟁이들이 오물오물 먹는 입이랑 표정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이제 본격 양념 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여자아이들은 역시 장인정신을 요하는 것을 택했어요.

셋이 죽 앉아서 하는 생강 집중코스' 선택!!

얘들아 쪽파와 갓도 썰렴...

파랑 갓은 => 5센치 길이로~~~

길이는 잘 맞게 썰어졌으나....

아이들이 썰어논 쪽파에는

노랗게 상한 걸 안 골라내고 그대로 있다는 함정이~~



규빈이 재미난 일 발견....

손이 안 보이게 빠르게 깍기""

무깍기 신공""

"우리 집에서 가져온 감자칼이에요~."

"은나무 샘,  이거 봐요. 제가 더 잘하죠!"

저는 빡규의 도발에 넘어가 체면도 잊고 연속 대결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무깍기 대결로 눌러주었다고 기뻐하던 다음 순간, 규빈이가 오므라이스를 만들 수 있냐고 하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



노련하게 채썰기로 무를 제압하고 계신 경빈 어머님...

더 맛난 김치를 만들기 위해 준서어머님이 쌀가루와 배를 사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님들의 지도 편달이 없었다면....김치가???

그래도 나름 맛있었겠죠..



"얘들아~ 이렇게 과학적으로 해야지......"

유성미 샘이 오셔서 아이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다듬기를 강의하고 계세요.



쓱싹쓱싹 ~~~"

무썰리는 소리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갑니다..



경로당 .... 아니 나무 교실에선

잠시 전 김치통을 묻고 온 남자아이들의

배를 잡고 뒹굴며 수다를 떨며 마늘을 다듬고 있습니다...

지수 파안대소 발사!!!!!

남학생들은

각종 야채들을 갈고 있어요.

양념을 버무릴 땐, 재료들을 갈아서 섞네요....

요게 !! 포인트인가봐요 !!! 호호호호^^

- 김장을 알아가는 기쁨에 흠뻑~~

자 이제 섞을 거에요.

아이들이 좀 비장해요...

아닌가 저만 비장한 건가요....



고추가루에 버무린 무채, 액젖과 갓, 쪽파를 갈아온  배, 양파, 생강, 마늘과 섞을 거에요...



아!!! 쌀풀도요!!

쌀풀을 넣으면 발효가 잘 된다고 하네요~~~

이런 귀한 정보를 생생히 들려주신 분들은 바로 어머님들.......

들어가는 게 참 많아요...



어머님들이 세심하게 간을 보시고...

액젖과 육수와 재료들을 더해가며 .......

자~ 아래에 묻힌 채소들까지....

양손에 가득 퍼

퍼올리기~

그리고 묻히기.

다시!! 양손에 가득 퍼

퍼올리기~

그리고 버무리기.

양념을 골고루 섞습니다.



슥슥삭삭~~

보기에도 재미나요..

애들이 서로서로 비비고 섞는 통에 자리가 비좁아요...

두 모듬으로 나누어 다시 섞기~



어때요??

짜나??

와 매콤하다~~~

맛있어욧!!!

탄성과 갸윳이 오가고....

모두의 입과 손을 거쳐 ~~       빛깔도  짙붉은!!!  김장배추 양념이 짜잔~~~~!!!



몇 차례의 간을 봐가며...

와! 빛깔이 고와요...

너무 맛있어 보이죠...

실제로 맛있답니다 ^^ ^^ ^^

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점심 시간을 넘겨서야 양념이 완성되었어요....

점심 먹고 좀 쉬었다가...

이제 양념버무리기를 해야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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