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친해지기캠프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20-03-10 16:37
조회
961

상수도가 얼어 커다란 스텐 그릇에 물담아 손 붉혀가며 식판을 씻고,

난로는 연기를 뿜고,

얼었던 땅이 풀리면서 질퍽해진 땅을 밟은 신발에 말라야만 털어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은 진흙을 잔뜩 뭍혔던....

 이맘때는 이러한 풍경 속에서 학생들과 봄을 맞이했는데,  아직 개학을 하지 않으니 봄이 이대로 온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아요.

개학하기 전까지는 따뜻한 겨울인 듯, 그렇게 지낼 것 같네요.

지난 2월 말에 신입생인 1학년들은 ' 친해지기 캠프'로 첫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때의 풍경 전해드리려 글을 씁니다.

첫 순서~ 레크레이션 자격증을 소지하고 계신 김학민 선생님 입니다.

첫해에는 기차박수로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이번에도 박수로 혈액순환과 흥을 돋우시네요.

역시 첫 만남은 서로의 이름을 외우고 시작해야 겠죠.

각 모둠에 신문을 주고 모둠원들의 이름을 신문에 나열해 있는 글자들로 조합하여 모두 찾으면 됩니다.

한지윤의 “한”자는 많아요~ 한겨레신문이거든요.

요엘이의 “엘”은 찾기가 왠지 어려울 듯한데... 얼마 전에 겨울왕국이 개봉했으니 “엘사”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찾아봅니다.

이제는 둘러앉아 모두가 친구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지, 친구 중에 누군가가 사라졌는지 간단한 게임으로 테스트도 해 봅니다.

이렇게 서로의 얼굴과 이름을 알아갑니다.

다음은  함께 협동하며 활동하는 게임입니다.

한 친구는 징검다리를 만들고 다른 친구는 그 징검다리를 밟고 도착점까지 이동합니다.

징검다리를 멀찍이 놓으면 몇 걸음 안되어 도착하니 욕심을 내 보아도 소용없어요.

아무리 다리를 쭉 뻗어 보아도 닿지 않으니 시간은 지나고 다시 놓아야 되요.

서로 경쟁하며 친해지기도 하죠~

뽕망치 입니다.

가위바위보! 이긴사람은 뽕망치공격, 진사람은 바가지 수비^^

칠보산등반을 해 볼까요.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점심 먹기 전에 다녀옵니다.

준비운동은 노아선생님과 최원배 선생님이세요.

무릎을 다친 노아선생님은 상체운동, 어깨가 불편한 최원배선생님은 하체운동~

서로의 팔과 다리가 되어주었던 따뜻하고 재미있던 준비운동~

함께 칠보산 등산로 앞까지 가서 두 명이 한조가 되어 함께 산을 오릅니다.

남녀의 비율이 정확히 반반인 황금 비율의 우리반이라 남녀로 짝을 지었어요.

커플이라고 이야기하니, 00군은 정색하며 ‘그건 아니라며~’ 차라리 ‘짝꿍’으로 불러달라고 합니다.

둘 씩 먼저 보내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10가지 질문지가 적힌 쪽지를 가져갑니다.

물론, 이런 활동은 무언가 어색하고 억지스럽지만,

이러한 것이라도 없으면 앞만 보고 갈 것 같아~ 하나만이라도 서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예쁜 종이에 손글씨로 질문지를 적었지요.

모둠별로 선생님들 한분씩 함께 했는데,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은 안보이고 선생님들의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난간에 기대어 계시는 모습으로 모여 계시네요.

학생들은 전혀 힘들지 않다는 표정으로 도착점에 앉아있어요.

전망대에 둘러앉아 서로 나누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나눕니다.

짝꿍에게 했던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 하나씩을 소개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농구냐~ 야구냐~ 축구냐~ 빨간수건이냐~

역시, 잠들기 전에 누워 편안히 쉬는 시간이 가장 좋을 때인 우리들~

무언가 다른 듯 닮은 듯, 아이들 이야기 들으며 웃고 질문하며 기대이상 많은 것을 알게 되었네요.

전망대에 왔으니 단체사진 찍고 자유롭게 내려갑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노아선생님께서 맛있는 어묵탕을 끓여놓고 계세요.

김밥과 어묵탕 몇 그릇을 먹고 침묵과 독서를 한 후, 교가를 배웁니다.

우리 교가는 늘 그렇듯, 재학생이든 신입생이든 입만 뻐끔뻐끔 소리를 내지 않아요.

선생님들 노랫소리만 들려요.

이러한 상황에서도 긍정과 격려로 이지은 선생님께서는 한 층~ 분위기를 복 돋아 주세요.

선생님의 눈물 나는 노력에도 학생들은 뻐끔뻐끔~

선생님들은 이지은 선생님 칭찬에 더 신나 큰 목소리로 불러 봅니다.

마지막 순서는 우리 1학년들만 활동하는 시간이예요.

담임선생님과 1학년들만 모여서 도화지에 각자의 나무를 그리고 그 나무를 소개하고 잎사귀에 각각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에게 짧은 편지를 써 줍니다.

반짝이 풀로 꾸며진 겨울나무, 늘 그리던 나무, 통일의 염원을 담은 블랙홀 기능이 첨부된 나무, 겉은 평온해 보이지만 머릿속은 복잡한 나무, 그냥 나무.... 등등

 친구에게 적어주는 나뭇잎 쪽지는 작아서 다행이예요.

무어라 쓸지 모르겠는데, 큰 종이면 부담스럽잖아요.

이렇게 우리끼리 웃고, 속삭이며 편안한 시간을 보냅니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 모든 순서를 마무리 합니다.

서로에게 잘가라며 손을 흔듭니다.

유년의 세계에서 빠져 나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갈 자유인들과 함께 성장하며 이곳에서 어떠한 이야기들을 만들어갈지,

우리들의 만남의 시작이 묵직한 설레임으로 다가옵니다.

모두들 건강한 모습으로 곧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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