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리 admin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

(2015년 12월 9일 지금은 살짝 부끄러운 신입교사의 일기) 아이들에게서 배웁니다. 어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남자아이들을 불러 혼을 내었지요. 우리가 친구나 형, 누나를 대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그리고 서로를 대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얘기해보면서 꾸지르기도 했답니다. 학기 말에 유난히 도드라지게 보이는 반의 모습들로 교사 스스로 조급해지고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아이들을 붙잡고 마음나누기도 하고, 혼을 내기도 하고, 평화의 […]

조소를 했다.

조소 이야기-6학년 000 우리는 5주 간 조소를 했다. 처음에는 동그라미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책상에 굴리지 않고 손으로만 만들어야 해서 더 어려웠다. 그리고 선생님이 동그라미가 자기의 마음이라고 해서 더욱 더 열심히 만들었다. 두 번째 시간에는 동그라미의 면들을 꾹꾹 눌러 네모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도 책상을 쓰면 안 돼서 엄청 힘들었다. 꾹꾹 누르는데 잘 눌러지지도 않고 누르는 부분이 어디인지 […]

이런책이 있어요

한 권의 책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일 때 그 감격은 얼마나 대단한가요! 차오르는 감동을 마음속에 도무지 담아둘 수 없어서 이 책 읽어봤냐 한번 읽어라 하며 사방팔방 권하기도 하지요. 좋은 책은 이미 다들 읽었는데, 뒤늦게 뒷북을 치며 말입니다. 초등교사들과 중등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읽었던, 그리고 아직도 읽는, 언젠가는 읽게 될 책 몇 권 소개합니다. 우리 학교 부모님들과도 나누고 […]

일학년여행이야기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갭니다. 이불이 내 뜻대로 척척 접힙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좋은 산책길이 있지요. 맨발로 걷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인류가 직립보행하기 전 단계의 모습입니다. 위의 어린이들이 유연한 허리를 자랑할 때, 이 귀염둥이는 유연한 피부를 뽐내고 있습니다. 선생님~ 가을이 내리고 있어요~ 동생아~ 내 눈에는 먼지가 내리고 있다~~ 공산성 나들이 나온 날, 성곽을 따라 걷습니다. 공산성 […]

다른 질문을 던지는 힘

주어진 질문에 답을 찾는 힘도 중요하겠지만, 다른 질문을 던지는 힘도 중요하다.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았던 질문에는, 판을 달리 보는 시각과 독특한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질문을 던질 때, 비록 내가 답을 다 할 수는 없어도 참 좋은 질문을 했다고 반응하는 편이다. (아이들의 단골질문 “강아지나 고양이 키워요?”만 빼고^^) 우리 학교의 좋은 점이 여럿 있는데, […]

침좀뱉어봤다

첫 과학시간. ‘요오드녹말반응’이란 제목 아래 실험을 한다. 녹말 성분은 딱 하나 밀가루뿐, 나머지는 설탕과 비타민C이다. 실험재료를 받은 다음 “먹어봐도 돼요?”라고 물은 몇몇 아이는 “네 이놈!”이란 호통을 듣고는 얼음이 된다. 과학시간에 위험한 재료를 쓰지 않으나 무엇을 받든 입으로 먼저 가져가면 안 된다고 당부를 했는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첫 질문이 시식요청이었던 게다. 아이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