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18광주여행 1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22-05-17 13:50
조회
574
 

수원에서부터 4시간을 달려 광주역에 도착했습니다. 2시 30분이 되어서 광주에 닿았으니 다소 지치기도 했고 배도 많이 고팠을 겁니다. 시내버스를 타고 숙소로 도착해서 바로 쉬고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4시쯤이 되어 첫 번째 장소인 전남대에 도착했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된 곳이기에 의미가 남다른 곳이기도 합니다. 광주 도처에는 5·18을 기념하는 사적기념비가 있습니다. 전남대 정문은 1호 사적지이며, 때문에 기념비의 크기도 제일 큽니다.



마침 전남대 정문 쪽에 안내를 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해설을 부탁드렸습니다. 전남대 정문, 박관현 언덕, 윤상원 숲, 김남주 뜰, 교육지표 마당, 벽화 마당, 5·18광장, 박승희 정원까지 함께 설명을 들었는데 5·18에 얽힌 더 많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기념비 중앙에는 구멍이 나 있고, 그 주변으로는 흡사 비늘 같은 모양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는 사람의 몸을 뜻합니다. ‘몸’을 중심으로 다섯 개의 선이 뻗어 있는데, 그 선들은 각각 머리, 팔, 다리를 뜻합니다. 구멍은 총상을 뜻하며, 사방으로 뻗은 팔과 다리는 저항의 의지를 나타냅니다. 총칼로 억눌렀지만 끝내는 이겨내는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전남대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 여행 기간 동안 사용할 식자재를 구입했습니다. 2명씩 짝을 지어 각자 맡은 재료들을 찾았습니다. 식비에도 맞추고, 양도 맞춰야 하니 고민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식자재들을 나눠들고는 광주 골목길을 걷고 걸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다들 피곤했던 터인데 다행히 첫날 저녁은 (복잡하지 않은) 라면이었습니다. 식단을 편성한 학생의 선견지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니 거의 밤 9시가 됐습니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죠. 10시부터 하루닫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때까지 두 가지를 해야 했는데, 하나는 오늘의 주제인 ‘전남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었고, 또 한 가지는 하루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아래는 학생들이 전남대를 다녀오고 나서 든 생각들입니다.

 

주제: 전남대

- 전남대가 5·18이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보니, 조용하고 싸늘한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끌벅적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하고 싸늘한 느낌이었다면 어땠을까?) 분위기를 타서 버스까지 그 기분을 타고 갈 것 같았다. (전남대는 ‘무엇’이다, 라고 했을 때 어떻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전남대는 씨앗이다. (한 개 더 추가) 전남대는 불이 붙은 도화선이다.

- 저는 약간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나 그것만큼 몰랐던 것 같아서.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많은 게 있어서 잘 모르고 간 것 같아서 죄송스러웠다. (위와 똑같은 질문을 하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5·18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저는 딱 들어갔을 때 전남대 풍경이 상당히 예뻤다. 그리고 화목한 분위기였다. 대학생들도 잔디밭에서 편안하게 놀고 있고 담요를 깔고 자는 사람도 있었다. 5·18 최초 시작지점이기도 하고. 그래서 좀 안 된 일이지만 지금은 뭔가 그런 시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봐도 잘 모를 것 같다. 그 기념비가 없었다면. (전남대는 ‘무엇’이다?) 전남대는 슬픈 역사를 가진 곳이다.

- 수업 시간에 많이 배워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들어가서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고 더 많이 알아서 뿌듯했다. (전남대는 ‘무엇’이다?) 전남대는 5·18에서 기억해야 하는 곳이다.

- 역사적인 공간이다 보니 엄숙한 분위기를 생각했다. 중간에 역사적인 장소들이 있었으나 전반적으로는 평범한 대학교를 상상하면 나오는 그런 모습?  (5·18에 대해) 알다 보면 숨이 막히는데, 평범한 대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숨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저에게는 아름답고 상쾌하게 보였는데 당시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전남대는 ‘무엇’이다?) 전남대는 심지다.

- 저는 가서 좀 더 밝은 느낌, 시위하고 그랬던 게 믿기지는 않지만 곳곳의 흔적들 보면 자주 기억하게 될 것 같고, 뭐랄까. 그런 역사들을 살짝 덜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전남대는 ‘무엇’이다?) 전남대는 횃불이다.

- 시 세 줄 짧게 썼다.

학교는 학교의 일을 해야 한다.

불씨도 점점 큰 불이 된다.

우린 불씨여도 큰 불이 될 수 있다.

(전남대는 ‘무엇’이다?) 전남대는 지금은 행복한 곳이다.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고는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아픔도 기억해야 하지만, 그 당시 목숨을 바치셨던 분들은 후대가 그 아픔만을 끌어안고 있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것 같아서입니다. 예쁜 풍경,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는 것이 희생된 분들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합니다. 그분들도 이런 것을 바라셨을 테니까요. 물론 평화로운 일상을 일구는 데에 그 분들이 씨앗이 되셨음은 기억해야겠습니다.

5월 17일은 16일보다 더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차량시위의 출발점인 무등산 경기장,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대행진, 전야제까지 많은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전체 2

  • 2022-05-18 08:37
    광주 여행 전문 교사(?)다운 여행일기 감사드려요. 기념식도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17일 전야제에서 충분한 느낌들을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광주 여행이 1학년 학생들에게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시간 선생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요!

    • 2022-05-18 18:52
      말씀 감사드립니다. 어제 전야제 때 느낌들을 아주 세게 받은 것 같습니다.
      저도 몇 년 만에 참석한 전야제라서 참 좋았습니다.
      남은 시간도 한 가득 채우고 올라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