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졸업여행(울릉도 여행) - 10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21-10-29 14:56
조회
712
어제에 이어 오늘의 길잡이도 치원이와 아진이이다. 오늘은 통구미 몽돌해변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시간부터는 홀로비추기를 할 계획이다. 여행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외로움을 느껴보는 것, 막막함을 이겨내 보는 것, 염려스럽지만 한 번 해보는 것들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후 시간을 혼자 보내는 것은 이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는 어제처럼 버스를 타기 위해 저 앞에 코끼리 바위를 바라보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며칠 있지는 않았지만,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익숙해졌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시간을 확인했다. 그런데 사장님이 주셨던 시간표와 정류장의 시간이 달랐다.

 

여행하다 보면 좋은 것이 이런 것이다. 계획이 잘못되었어도 느긋한 마음이 생긴다. 기다리고, 이야기하고, 다시 기다리다 보면 버스는 오기 마련이다. 버스를 기다리다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울릉도에서 태어나서 오징어 잡이를 하며 울릉도에서 평생을 사신 분이었다. 어르신께서는 배멀미 안 하시지요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대화는, 본인 의 삶 전체로 이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꺼내더니 카톡이 없어졌다며 어떻게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셨다. 아이들은 친절하게 잘 설명했고, 웃으면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할아버지는 마침내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

 



 

막상 해변에 오니 많은 몽돌도 있고, 거북바위도 옆에 있었지만 할 것이 없었다. 햇볓을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여기서 잠시 각자 시간을 보내고 헤어지기로 했다. 아무도 먼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아서 내가 먼저 일어났다. 나는 사동항까지 걸어갈 예정이었다. 거기서 오징어도 사고 책도 볼 참이었다.

 



 

아이들은 둘씩, 그리고 홀로 잠시 방황하는 듯 했다. 시간을 잘 사용할 거라 믿으며 나는 길을 나섰다.

 



 

30분쯤 걸으니 사동항이 나왔다. 사동항은 포항에서 오는 크루즈선이 머무는 항구이다. 나는 사동항에서 저동항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걸었다. 이곳은 정말 이국적인 풍경의 트래킹 길이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은 나중에 한 번 더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하며 돌아오고 있는데, 저 앞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재서였다. 손을 흔들자, 나를 알아본 재서도 손을 흔들었다. 이곳에서 만나다니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반가웠다. 재서도 사동항까지 걸어와서 이 해안길에 왔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 시간을 보내다 5시까지 숙소에 도착하기로 했다. 숙소에 가보니 나머지 학생들이 먼저 와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자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도 하고, 깔깔대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여행 2일 째, 강릉에서 예매했던 돌아가는 배 날짜가 내일이다. 그동안 20일이나 21일에 예매할 수 있는 표가 있는지 매일 들어가봤는데 표가 없었다. 아이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으나 내일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계속해서 파도가 높다는 일기예보가 있는 상황이어서 불안감이 있는 학생들도 있어 보였다. 포항으로 가서 기차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방법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옵션에서 제외를 시켰다. 결국은 내일 예정된 배를 타고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내일 강릉행 2시 배가 날씨 때문에 오전 11시 50분으로 시간을 조정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이들은 이 소식에 환호를 질렀다. 치원이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치원이를 불러 조용히 말했다.

 

"치원아, 내일 항구에 갔는데 배가 취소될 수도 있어요."

"아, 여행 올 때처럼 말이죠?"

"그렇죠."

"아, 그럼 나중에 노래를 해야겠네요."

"맞아요. 배를 타고 출발을 하면 그때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 그렇네요."

 

그리고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했다.

 



 

늘 그렇듯이 글을 쓰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오늘은 마지막 밤이기 때문에 부모님 편지를 읽었다. 친구들의 부모님이 쓰신 내용을 함께 들었다. 나 역시 매번 이 시간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참 귀하게 키우시는구나...라는 생각.

 

나 또한 귀한 가르침을 받는 시간이다.

 



 

울릉도의 마지막 밤하늘이다.

파도는 잔잔하고, 달도 크고 하늘도 맑고 구름도 하얗다!

 
전체 1

  • 2021-11-25 14:58

    여행기를 읽다보니 치원이가 참 매력적이군요 좋아하는? 선생님과 이제 함께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게 무척 좋았나 봅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