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졸업여행(울릉도 여행) - 9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21-10-29 14:18
조회
672
9. 성인봉

 

오늘의 길잡이는 치원이와 아진이이다. 치원이와 아진이 모두 길잡이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지도를 보며 치원이와 아진이와 함께 오늘 일정에 대해 같이 고민했었다. 아침부터 치원이와 아진이는 그 책임을 다 하기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10시 20분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여기서 9시 40분에는 나가야한다. 도시락도 싸야 해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현포 전망대를 지나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지난 번에 버스 기사님이 여기서 타면 위험하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20분쯤 걸린다.

 



 

버스를 타고 천부까지 가서 나리분지로 올라가는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천부에서 나리분지까지는 걸어가면 1시간 30분쯤 걸리지만 버스를 타면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나는 이유를 버스를 타고 알았다. 거의 곡예 수준의 운전 솜씨를 발휘해야만 올라갈 수 있는 곳에 버스 종착역이 있었다.

 

미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곳에서부터 성인봉까지 성인 걸음으로 4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어떤 분은 4시간 30분이 걸린다고도 했다.

 



 

시작은 나지막한 흙길이었다.

 



 

성인봉 가는 길을 소개한 책자에는 사람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원시림을 볼 수 있다고 되어있었다. 내륙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보았던 굵은 나무들과는 다른 느낌의 갖가지 나무들이 보였다. 굵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묘한 질서를 이루고 있는 숲으로 들어가니 이곳을 소개한 글이 이해되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기 전에 ‘신령수’라는 이름을 가진 약수터가 나온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본격적으로 산을 올랐다. 그리고 저 계단.

 



 

이런 계단이 선인봉 끝까지 이어졌다. 처음에 올라갈 때에는 중간 중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약간 과장을 더해서 말하자면, 저 계단을 시작으로 끝까지 올라가야했다.

 



 

한참을 올라가보니 나리분지가 보였다. 울릉도는 화산섬인데, 백두과 한라산과는 다르게 저렇게 흙으로 채워져 분지가 되었다. 그리고 저 분지 아래로 물이 흐른다고 한다. 숙소 사장님께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래서 울릉도 물이 좋다고 하셨다.

 



 

중학교 사회 시간에 '울릉도-나리분지'를 외웠던 기억이 났다. 정말 나리분지 주위로 산이 둘러쌓여 있었다.

여기서 잠시 쉬고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20미터 앞에 성인봉이 있다는 이정표를 보게 되었다.

 



 

성인봉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았다. 소박하고 작았다. 날이 흐려 사방의 수평선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었다. 아쉽다. 그래도 잿빛 구름들이 성인봉의 분위기를 조금은 신비롭게 만들었다.

 

어떤 학생은 올라가자마자 내려가자고 하고, 어떤 학생은 성인봉을 영상에 담느라 바쁘다. 어떤 학생은 숨을 고르고 있고, 어떤 학생은 담담하게 성인봉에 대한 감상을 나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 한 장은 찍어야 할 것 같아서 포즈를 취했다. 열기가 얼굴에 남아서인지 표정이 따끈따끈들 하다.

 



 

하산하고 내려오니 햇볓이 들었다. 4시간 걸리는 거리를 우리는 3시간 20분만에 내려왔다.

내려가는 길은 즐겁다. 사장님께 연락해서 우리를 데려오라고 부탁할 예정이다.

 



 

우리는 나리분지에서 천부까지 버스를 타고 왔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더 아찔했다. 버스기사님은 이런 길을 매일 수차례 다니신다고 생각하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천부 정류장에는 숙소 사장님이 미리 오셔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사장님은 가는 길에 좋은 곳을 보겠냐고 물어보셨다. 뒤에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아무 말이 없어서 소장님께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우리를 '성불사'라는 절에 내려주셨다. 울릉도 소개 책에도 나와 있는 유명한 절이었다. 이곳에서 본 풍경도 아름답긴했지만, 우리 숙소 앞 풍경만 못 했다. 그래도 사장님께서 우리를 위해 일부로 오셨으니, 포즈를 취해보았다. 귀찮지만 최대한 절제하려는 마음이 얼굴에 잘 드러난다.

 



 

이렇게 오늘도 잘 보냈다.

성인봉도 보고, 신령수도 마셔보고, 원시림도 지나보고, 나리분지도 보고, 성불사에서 사진도 찍었다. 보람찬 하루였다.

숙소에 돌아가면 오늘 있을 글쓰기 시간도 기대가 된다.

 

 

 
전체 1

  • 2021-11-25 14:49

    오늘은 꽤 활동적인 하루였네요. 힘든 등산을 끝내고 이제 쉬는구나 싶은데 어디를 들른다니까 말은 못해도 좀 귀찮았을거 같습니다 절제하려는 마음이 얼굴뿐만 아니라 포즈에서도 느껴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