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학년 광주여행 넷째날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06-03 21:01
조회
1610

지난 저녁에 고온으로 밥도 못먹고 누워있던 병희를 위해 찬수건 머리에 올려주고 , 죽 끓여주며 걱정해 주던 친구들의 보살핌과 병희의 회복력으로 늦은 밤, 병희의 열은 다행히 내렸습니다. 새벽등반을 위해 지난 밤, 아이들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잠들었습니다. 3시에 일어나 밥 먹고 도시락 싸고 4시에 출발합니다. 아직 기운이 없는 병희는 새벽등반이 무리일듯해요. 병희먹을 죽 데워놓고 . 선생님 전화번호 남겨놓고, 주인아저씨께 부탁의 문자 남기고 산으로 출발합니다.


      


무등산 등산코스 6시간을 계획합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2시간 조금 안되지만, 능선을 따라 더 나아갈 계획으로 오릅니다. 아직 깜깜한 숲속에서 헤드랜턴머리에 두르고 어두운 산으로 오르는 길은 무섭긴 하지만, 모두 함께라 신납니다. 깜깜한 숲에서 어둠을 느껴보기 위해  렌턴을 모두 끄고 올라보기도 합니다. 무성한 숲속에서 동물소리,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립니다. 새벽하늘의 별을보며  숲을 함께 걸어갑니다. 어둠이 주는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친구들과 렌턴으로 장난치며 시끌시끌 웃고 이야기하며 산을 오릅니다. 정상(전망대)까지가는 이정표를 따라 오릅니다. 정상에서의 아침풍경을 보며 먹는 아침도시락이 얼마나 맛있을까요.한시간정도 산을 오르자 하늘이 점점 밝아옵니다.



그런데 두 갈림길에 이정표가  없어요. 어디로 갈지 고민이 되네요. 우선 올라가는 방향으로 난 길을 오릅니다. 오르다보니 무언가 이상합니다. 사람이 다녓던 흔적은 없고, 쓰러진 나무와 풀들이 가득합니다. 멀리서 야생동물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려 다시 내려와 두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향합니다. 이곳도 이상합니다. 오를수록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은 사라져가고, 길에 풀들이 무성합니다. 휴양림주인에게 전화를 해서 길을 물어보지만, 길은 맞다고 하시는데, 직접 산을 올랐던 기억이 없으시다네요. 새벽부터 일어나 피곤한 몸 일으켜 왔는데... 등산객의 발길이 끊기고 관리가 되지않은 등산로는 숲이되어 도저히 갈수가 없네요. 모두들 낙심합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죠, 휴양림 밖의 다른 등산로를 통해서 눈앞의 저 산을 오르리라 ~~산을 내려오는길에 조용한 정자에서 아침 해를 감상하고 피곤한 몸 잠시 뉘어 봅니다.


    


 우린 다시 숙소로 내려와 숙소에 잠시들러 병희얼굴도 볼겸, 잠시 쉽니다. 다행히 병희가 많이 좋아진듯해요. 병희가 함께 산을 오르자 합니다. 넘 반가운 병희의 제안에 산에 다시 오를 힘과 희망이 솟아오릅니다. 병희를 데리고 휴양림 밖의 다른 등반 코스로 산을 오릅니다.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따라서 가다보니... 우리가 가야할 산을 향하는 다리가 보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눈앞의 산을 오를 수 있을 텐데....건너야 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가 보수중이라 하네요. 결국 눈앞에서 산은 오르지 못하고 새벽부터 5시간이상을 산을 헤맸습니다. 고생 끝에 밀려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는데... 실망과 절망 ~ 하! 새벽부터 일어나 이렇게 돌아다녔는데... 정상을 오르지못하다니.


                          


정상에 오르지 못한것이 아쉽긴했지만.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등산로를...., 새벽부터 이곳저곳 이정표를 찾아다니며 헤메였던 것도 좋았습니다.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최선을 다해서 등산로를 찾아다녔고 후회는 없습니다. 숲속을 걸으며 친구와 이야기하고 함께 고민하며 길을 찾는 과정~ 결론적으로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6시간 남짓 산에 있었으니 그것만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우리가 올랐어야했던 산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합니다.


새벽에 먹은 아침이라 아직 시간은 아침인데 점심도시락을 일찍 먹고 숲에서 혼자의 시간을 가지며 글을 씁니다. 민수는 정상에 오르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담아  일기를 씁니다. 태경이는 아름다운 숲속에서 새소리들으며 시 몇 편 지어봅니다.


  


 돌의 가치를 아는 태욱이가 마음에 드는 돌을 집어든 순간, 기쁨의 미소입니다. 태욱이의 일기내용에는  마음에 쏙~드는 돌을 발견한 기쁨과 그 돌을 어떻게 다듬어서 모양을 낼 것인가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숲속에서 긴 시간을 돌을 다듬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의 가치를 아는 멋진 친구, 재서와 연수는 정상은 오르지못했지만  자연속에서 길을 찾아다닌 우리의 이야기 속에서 느낀 의미를 찾아 적습니다.


  


지금은 11시~ 새벽부터 긴장하며 이동하다보니 저는 너무나 피곤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밥만 먹고나면 에너지가 넘쳐요.   숲에서 술래잡기 할지, 축구공을 빌려 휴양림 운동장에서 공놀이를 할지 ~ 고민하다가 축구공을 빌려  운동장으로 달려갑니다.  넓은 운동장 옆에 이색적인 놀이터까지~ 이곳은 우리가 신나게 놀기 아주 적당합니다.


    


 아래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아빠의 모습이 아닙니다. 바로 태경이예요."태경아 ~ 힘들지 않아? 너도 타봐~" "아니요, 선생님 저는 괜찮아요. 저는 좋아요. 선생님도 타실래요?"하며 웃는 태경이^^ 태경이가 태워주는 레일그네는 정말 재미있어요.


    


2시까지 놀기로 합니다. 여기서 보이지 않은 친구는 주변의 숲과 연못에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잡으러 다닙니다. 자연과 닮아 자유롭고 평화로운 우리 1학년아이들의 놀이는 누구하나 즐겁지 않은 친구가 없습니다. 그 모습에 마음가득 무언가의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저는 그 평화로운 풍경을 보며 졸다가 잠이듭니다.


 몸으로 놀아 목도마르고 몸이 힘들었는지 이번에는 그늘아래 평상에 모여 마피아게임을 합니다.


  


 시간이 되었으니 숙소로 돌아가 5월18일을 기념하여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활동을 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518관련 골든벨! 여행 다녀오기 전에 봤던 영화와 모둠발표, 그리고 17일에 체험하고 관람했던 것들에 대한 정보를 모아 시작합니다. 세 명씩 세 줄로 앉아 각자의 종이에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 머리위로 올립니다.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도시의 이름은? 윤상원열사와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위한 시를 노래로 지은 곡은? “님을 위한 ○○○”이다. 518민주화 항쟁이 일어난 해는?  신군부가 계엄군을 배치하여 자신들의 음모를 실행에 옮겼고, 광주에서는 작전명 “○○○ ○○”를 실행에 옮겼다. 등등 ! 패자부활전 문제로 몇 명이 다시 살아났다가 떨어지고, 마지막 재서와 태경이 두 명만 남겨진 상황 ~ 이 마지막문제로 승패가 갈립니다.  518민주항쟁의 도화선은5월18일 10시에 무슨 대학교 정문 앞에서 최초로 점화되었을까요? 태경이는 “ 전남대학교” 재서는 포기했는지 “ 옥스퍼드 대학교”라고 적었네요. 관중석에서는 답을 아는 아이들이 꽤 되었는데.. 의외로 쉬운 문제에서 우승자가 가려집니다. 다음은 모둠별로 민주주의에 대한 토의를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나의 삶속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라는 주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할지를 막막해하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깊이가 깊어집니다. 1시간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정리하며 모둠별로 발표합니다.


 아진이는 518항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질문합니다. 만약 계엄군이 무고한 시민을 죽이더라도 항쟁은 일어나지 말아야할 것인가? 아진이가 “그렇다.”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놀라 다시 물어보자. 아진이는 폭력은 어떤 경우든 하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완전한 평화시위를 이룩하고 싶은~ 아진이는 제2의 간디선생님입니다.



 태욱이와 민수, 연수는 다른 사람의 말에 경청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민주적인 소통에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태욱이는 더 나아가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이상적인 조직(진정한 공산주의)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레닌의 사상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태욱이의 여행글을 읽었던 저는 개인적으로 태욱이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태욱이가 원하지를 않네요. (민주동지라고 웃으며 악수를 청하면 악수를 해주긴 합니다..ㅎ)



 재서,병희,태경이모둠은 민주주의에 대한 키워드를 가지고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이들은 건강한 의사소통에서 사람마다 다른 특징들을 이해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생각을 즉각적으로 정리해서 바로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고민이 깊은 사람도 있다. 토의나 토론의 방식은 자신을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유리하게 되어있다. 소통의 방식에도 모두가 공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타낼 수 있는 표현방식을 고민해야겠다며 아주 훌륭한 결론을 도출합니다. 더 고민해서 앞으로 우리 학급회의에 적용 해 봤으면 좋겠어요.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은 민주주의에 한발 더 다가섭니다.


 


 5시쯤 되니 배가 고파집니다. 저녁을 이리 일찍 먹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새벽3시에 일어나 지금까지 하루가 어찌나 긴지~ 미역국을 끓여서 이른 저녁을 먹고 씻고, 치우고 잠들기 전에 부모님편지를 꺼내어 읽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로 부모님의 글을 읽는 경험은 어떨까? 생각만해도 코끝이 찡한데,,, 오늘은 인정이만 잠깐 울고 다른 친구들은 아주 담담합니다. 친구가 읽어주는 부모님편지를 듣고 있으면, 그 친구의 어린 시절, 친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든 것들이 겹치면서 친구의 존재가 세상 유일한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얘들아 “ 내일은 기차 안에서 잠을 자도 되니 오늘 밤새도 된다.” 그럼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정말요? 합니다. 여행 갈 때마다 마지막 날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그러나 지금까지 2시를 넘긴 친구들이 없어요. 고생스러운 여행, 마지막 날은 너무나 피곤해서 도저히 버티기 힘들거든요. 오늘도 반드시 밤을 새겠다는 친구들이 한두명 잠이 들더니 마지막 남은 태경이가 책 한 챕터만 더 읽고 자야겠다고 합니다. 마지막 잠이든 친구는 새벽3시에 일어나 다음날 새벽1시30분에 잠이 들었어요. 하루 참 깁니다. 잘자요~


 마지막 날~ 오늘은 수원가는 날입니다. 남은 쌀로 밥을 짓고 남은 반찬 모두 비벼서 먹고 도시락도 챙깁니다. 청소도 하고, 마무리정리를 다 끝내고 난 후, 수첩을 들고 전나무 숲을 향합니다. 각자가 아침 숲의 새소리 들으며 마지막 무등산의 공기를 느끼고 풍경을 보며, 마지막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무등산의 아름다운 숲아 안녕!! 인정 많던 광주분들 안녕히 계셔요.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피 흘렸던 광주시민 여러분 존경합니다. 우리는 이곳에 배운 정의와 옳음을 선택하는 용기를 마음에 담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전체 4

  • 2017-06-05 09:58
    아이들이 정말 많이 컸네요. 밥해먹는것도 다니는 것도 여유로워보이네요.^___^

  • 2017-06-05 20:29
    그러게요.. 의젓하고, 여유롭기도 하고...
    새벽의 캄캄한 산은 무서울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잘 가네요.
    잘 크고 있어요!

  • 2017-06-07 13:45
    태경이도 친구들도 함께! 멋진 성장을 하고 있어서 더 행복합니다.
    여행후기 역주행해야겠어요~~^^

  • 2017-06-08 11:01
    여행에 대한 많은 고민에서 시작된 첫 역사여행인데 보는내내 뿌듯했습니다.

    작년 1학년들의 학년여행에 대한 추억도 떠오르고, 우리학교 막내들의 다양한 표정들을 보는내내 저도 즐거웠네요
    담임선생님의 야생성이 아이들의 잠재된 성장을 팍팍 끌어내는것 같아요!
    여러가지로 애쓰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