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학년 광주여행 셋째날 이야기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06-03 17:59
조회
1274

아주 만족스러웠던 숙소에서 아침산책을 하고, 이곳에 하루라도 더 머물고 싶은 아쉬움을 남기고 ....... 518민주항쟁의 역사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518 자유공원입니다.



518자유공원은 1980년 당시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연행하여 구금, 재판했던 군사법정과 영창을 복원하여 재현한 곳입니다. 이곳을 안내해주신 분들은 1980년대 당시 민주화 운동을 했던 시민과, 그 당시 군인이었던 분들입니다. 직접 민주항쟁의 중심에 있었던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날 정도로 분노가 올라옵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분은 이제 60을 넘기셨고, 그때 그분의 눈앞에서 죽어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의 상처가 우리에게 전해져 옵니다.


   


그 당시 헌병이셨던 분은 눈앞에서 폭력으로 정신을 잃은 민주투사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모든 것이 조작되는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군인은 죄책감에 더 큰 상처가 되어 남아있습니다.


   


1980년에 광주에 있었던 청년이 우리에게 말합니다.  "삶 속에서 옳음을 선택하고 힘들어도 억울해도 정의롭게 살아야 합니다. 정의는 언제나 승리하기에 용기를 가지고 옳음을 선택하는 삶을 사세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어르신의 말씀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 깊은곳에 자리잡아 마음의 울림으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삶은 옳으며 거짓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희망을 잃지 않고 부당함 앞에서 정의를 선택하는 용기를 가지는 우리가 되길...


518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우리들은 518 민주항쟁의 중심지였던 구 전남도청과 금란로로 향합니다. 구 전남도청은 계엄군에 대항하여 시민군과 계엄군의 무력충돌이 있었던 곳입니다.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곳, 도청중심에 있던 분수대 주변으로 핏자국이 가득한 옛 사진을 봅니다, 도청 3층에서 창으로 분수대를 바라보고있으니 그때의 비극과 희생이 보이는 듯합니다.


         


구 도청은 518의 기억을 담고, 518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여러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민 전시장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금란로에서 희생된 영혼을 하늘에 있는 하얀운동화로 표현된 작품, 발포되는 총알을 마주하고 전진하는 광주시민을 하얀 밀랍으로 만들어 그 사이를 함께 거닐며 그들의 심정을 공감하는 시간들, 518 그때를 기억하며 설치된 작품들에 대한 해설을 들으면서 민주화 항쟁에 대해 작품이 말하는 것, 518의 메시지는 이곳에서 또다른 방식이로 이해되고 느껴집니다.


     


 국가에 의해 비참하게 살해 당했던 광주시민들의 피를 지우고, 작품으로 다시 설계된 이곳을 둘러보니 세련됨과 화려함, 웅장함에 감동하다가도. 진실을 직면하지 않고, 설치미술을 통해 무언가 미화되고 가리워지는 예술의 이중적 속성이 느껴져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자유공원에서 우리가 진실과 마주했기에 불편함을 더 느꼈던것같습니다. 투박한 어르신들의 표현들이 멋지고 세련되게 표현된 예술작품보다 그날의 진실과 더 가까웠기에 이곳의 설치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알았지만, 우리의 마음을 울리지는 못했던것 같아요.


전시를 구경하며 설명을 다 듣고나서 이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잠시 안치했었던 도청 앞 강당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그곳은 텅 비어있고 아무도 없이 우리 뿐입니다. 강당 중앙에 촛불이 켜진 곳에 가니 그 당시의 사진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사진속의 비극적 현장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향내가득한 이곳에서 죽어간 영혼을 기억하며 조용히 글을 적어봅니다.


518 체육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늦은 오후가 되었습니다. 무거운 배낭에 여기저기 많이 다녔는지, 병희가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머리를 만져보니 열이 많이 나네요. 금란로 전야제에 참여하려던 계획은 아픈 친구를 위해서 금란로 행진으로 마무리해야 할 듯합니다. 금란로에 도착하니 민주화의 열기가 느껴집니다. 길 건너 구청에는 518과거의 기억이 적혀있고, 구 도청을 마주한 이곳에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현재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주화 항쟁 때, 무기를 든 시민군은 무기를 이용하여 단 한명도 무언가를 갈취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무기를 들지 않은 여인들은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어주었다 합니다. 우리도 그 당시 현장을 기억하며 할머님들이 만들어주신 주먹밥을 받아먹어봅니다. 서명도하고 의미있는 메시지들을 둘러보며 영광의 이 거리를 걸어 나갑니다.


전체 2

  • 2017-06-05 10:10
    저도 책과 사진을 통해서만 보았고 한번도 못가봤는데.. 시간이 지났더라도 그 공간에서 이야기를 듣고 사람을 만나는건 또 다를 것 같네요.

  • 2017-06-07 13:50
    진짜 공부를 하고 왔네요.. 아이들 마음속에 오래 간직될 것 같아요..
    사진으로 글로만 보아도 눈물이 나는데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온 아이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