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조모둠 여행이야기

작성자
art9474
작성일
2017-10-30 14:47
조회
1434
여행기간동안 4학년 학생들과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하였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 외에는 김학민선생님께서 남기신 농적 삶(5일차까지) 이야기를 함께 보시면 좋겠다. 겹치는 내용이 있어 자조여행모둠 주제의 중심이었던 ‘꿈이자라는뜰’ 이야기와 저녁시간에 전체학생들과 함께했던 관계와 소통을 주제로 한 활동을 중심으로 작성해보았다.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해 온 마을이 함께 가꾸어가는 농촌형 배움터와 일터 ‘꿈이자라는뜰’이 이번 우리모둠의 주제여행 목적지이다. ‘꿈이자라는뜰(꿈뜰)’에서의 일정은 준서와 휘서가 함께 했지만 준서는 꿈뜰 퇴근(?) 후면 어김없이 4학년 일정까지 꽉채워서 참여하였다. 오전에 꿈뜰을 다녀오면 오고가는 길이 멀어 녹초가 된 휘서와 나는 숙소에서 두다리 뻗고 휴식을 취했는데, 준서는 매번 친구들이 있는 밝막도서관으로 달려가 도서관 테이블에 엎드려 낮잠을 취했다.

첫날 마을에 도착해서 내일아침 꿈뜰 출근을 준비하고자 걷고 또 걸어서 꿈뜰을 찾아갔다. 휘서가 이런저런 꽃과 허브가 가득한 농장 구석 그네로 달려가 여유를 부려본다. 내일부터 3일간 우리가 지낼 곳이라 숙소에서 가는 길을 미리 알아보고 다시 논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왔다. 벼수확이 한창이라 황금빛으로 빛나는 벼의 모습과 기계소리와 함께 벼가 순식간에 털려나오는 광경을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서 휘서는 마을지도로 도서관과 생협, 뜸방, 책방, 꿈뜰, 마을활력소, 만화방 등 마을의 이곳저곳을 찾아본다. 경빈이 언니가 너무 좋아서 언니주위를 맴돌기만 하더니 언니이불속에 들어가 곁에 앉는다. 휘서와 이렇게 가까이 지내는 것이 처음이라는 경빈이도 마냥 예쁘다고 잘 챙겨준다.



둘째 날, 아침 일찍 게스트하우스를 나설 땐 새로운 공기로부터 포근한 감정을 받는 느낌이다. 아마도 일상을 벗어난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다소 찬 공기를 마시며 휘서와 준서의 가벼운 발걸음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달리는 트럭이 지나다니는 도로와 시골마을과는 어딘지 모르게 어울리지 않는 듯 잘 가꾸어진 공원을 지나 벼베기가 한창인 황금빛 논길을 걷다보면 다다를 수 있는 우리의 배움터,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일터인 꿈뜰에 도착한다. 아침체조를 시작으로 꿈뜰식구들과 인사를 했다. 인근 중학교 학생들도 한시간 가량 수업으로 참여했는데 준서는 식구가 많아서 너무너무 신이난다. 이곳은 장애·비장애를 떠나서 누구나 동일하게 일한시간만큼의 급여를 받는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 가운데 준서는 우리학교자랑, 친구들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학교에서의 아침농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하는 상황! 준서를 대신해서 누군가 일해주지 않는다. 준서에게 주어진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수레에 고구마줄기를 싣고 토끼에게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균형을 잡고 좁은 길을 지나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도 칭찬을 해주니 힘들다하면서 너무너무 열심히 한다. 말로는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는 준서가 행동으로 실천해야하는 상황이 되니 주변에 도와주는 친구도 없고 오히려 동생인 휘서를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소 어깨가 무겁다. 휘서는 학교에서처럼 주어진 일에 열심이다. 가끔씩 그네에 앉아 행복한 표정으로 휴식도 취하고, 배가 고팠는지 주스 3잔을 연거푸 마신다. 일을 마치고 꿈뜰식구인 보루, 달팽, 비빔과 소감을 나누었는데 젊은 남자선생님이신 달팽은 하루 만났을 뿐인데 한달을 함께한 느낌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준서 끊임없는 입담덕분인 것 같다. 활동의 내용은 연장을 사용해서 고구마 캐기, 화단 흙 정리 등 우리학교 아침농사와 다를 건 없었지만 준서와 휘서의 참여정도 아마, 책임의 정도가 달랐던 것 같다. 일대일로 지도해주시니 쉼 없이 일이 진행된다. 체험이라기보다는 몰입이 될 수 있는 교육환경이라고나 할까? 발달장애인들의 일터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분들의 가치있는 수고가 함께 공존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4학년 아이들과 만나서 홍주성을 찾았다. 크로키북을 꺼내들고 홍주성의 느낌을 이미지로 담아내고자 성곽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다소 산만하다. 성곽 밖으로 길게 늘어선 도로와 건물들. 철거가 한창인 곳에서 일어나는 뿌연 먼지. . . 문득, 작년 1학년들과 함께 갔던 낙안읍성이 떠오른다. 그곳은 성곽 안과 밖 모두 평화 그 자체였는데 말이다. 각자 작품을 완성하고 일어서니 저 멀리 상설시장이 보인다. 그곳을 거쳐 숙소로 돌아갈 예정이다.



저녁활동으로 ‘관계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를 가졌다.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촉진해주는 감정카드를 사용하니 두 번째 감정소개시간에는 카드를 다 펼치기도 전에 감정을 떠올리며 신중하다. 감정의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은 글자라는 상징성과 더불어서 색깔이라는 이미지도 함께한다. 시각적 이미지가 함께하면 감정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 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이번 여행기간동안 아니, 4학년들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나’를 시작으로 소통의 방식과 관계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하였다. 휘서가 함께하니 4학년에 하나의 다양성이 더해진다. 관련사진은 4학년 여행일기(첫째 주 내용)에 실려있을 것이다

셋째 날, 꿈뜰의 생산품은 마을생협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 중에서 허브차는 단연 으뜸이다. 오늘은 말려놓은 허브(로즈마리)의 잎을 따서 봉투에 담는 일을 했다. 손끝에 벤 로즈마리의 향이 꽤 오래간다. 위생이 중요하다는 주의사항을 듣고 깨끗이 씻은 손으로 허브 잎을 따다가 준서가 무의식중에 손으로 머리를 만져서 손을 다시 씻고 왔다. 그런데 허브잎을 만지기도 전에 바지위에 손을 대서 또 다시 손을 씻고 왔는데 이번에는 준서가 양손을 높이 든다. 또다시 손으로 무언가를 만질까봐서 나름 조심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ㅎㅎㅎ
꿈뜰의 수요일 점심을 수요밥상이라고 표현 하셨다. 수요밥상은 어딘가(?)에서 후원을 받아 차려지는 식사이다. 꿈뜰에는 채식으로 밥을 준비해주시는 앙꼬가 계신다. 채식이라고 해서 얕보면 안되는 정말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상이 차려진다. 휘서와 준서가 상차림도 돕고 아주 맛있게 밥을 먹었다.


저녁활동으로 소통에 대한 나눔을 진행했다. 나를 나타내는 상징 그리고 이미지. 4년이라는 시간동안 알고 지냈던 친구 그리고 선생님에게 주는 선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생각하는 친구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동안 친구들의 의도와 다르게 느꼈던 나의 경험을 나누면서 각자가 상대방의 의도나 의미를 내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즉, 각자의 의도를 함께 나누면서 우리 안의 소통과 관계를 돌아보는 기회인 것이다. 대화 없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다시 대화를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 과정에서 들었던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너무나 분명한 각자의 성향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활동을 진행하는 내내 4학년 아이들 한명 한명이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명 한명이 건강한 방식으로 어우러질 때 비로소 생명력 있는 ‘평화로운 숲’이 실현되는가 보다. 우리는 이렇게 나를 그리고 우리를 돌아보며 성장한다.

넷째 날, 꿈뜰의 또 다른 농장. 토마토가 심겨진 비닐하우스를 방문했다. 오늘 꿈뜰의 후원자 또는 마을가족들을 초대하는 ‘허브데이’ 행사에 쓰일 음식으로 토마토를 따기 위해서이다. 11가지 종류의 토마토가 매우 큰 아니, 긴 비닐하우스에 가득했다. 각각의 종류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바구이에 잘 익은 토마토를 따서 담기 시작했는데, 탐스럽고 예쁘다. 휘서는 보기만 해도 신이 나는가 보다. 허브농장으로 돌아와서 행사준비를 도왔다. 무거운 나무를 옮기고, 천막조립도 보조하며 나름대로 행사를 돕는다는 자부심이 생기는지 준서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바쁘게 움직인다. 그 표정이 정말 신이 난 것 같다. 이번주 내내 친구들에게 꿈뜰에서 열리는 ‘허브데이’에 대한 소개와 초대를 하는 준서에게 4학년 아이들은 꿈뜰 가면 맛있는 것 주냐는 질문이 가장 먼저다. 간식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먹거리가 매우 중요하긴 하다. ‘허브데이’에는 인근 초·중·고 학생들과 후원자, 마을식구들 등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손수 만든 호박죽과 김치국, 수정과, 떡꼬치, 떡, 쿠키 등 먹거리를 보고 우리 아이들은 천막아래서 꼼짝을 안한다. 진행자가 오신 손님들 소개하는 시간에 중등수원칠보산자유학교를 호명 할 때에도 먹느라 정신없다 ㅎㅎㅎ. 허브데이 사진은 농적체험 4일째에 담겨있을 것이다.

꿈뜰식구들은 대부분 투잡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한분이 디자이너라고 하시는데, 농장의 모습을 컬러링북으로 담아내신 작품에는 전문가의 손길이 엿보였다. 덕분에 휘서가 섬세하게 표현된 농장의 나무를 정성을 다해 예쁘게 색칠하는 체험을 아주 몰입을 해서 한 것 같다. 4학년 아이들은 간식으로 배가 채워졌는지 여유롭게 농장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준서는 꿈뜰식구들에게 친구들과 선생님을 소개시켜주며 신나서 다닌다. 모두들 농장의 이미지와 허브데이 축하메시지를 남기며 단체사진도 한 컷 찍었다. 헤어짐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쁨도 함께 했다. 애써주신 꿈뜰대표 보루에게도 감사드린다.



4학년 아이들과 준서, 휘서의 흔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허브데이 행사가 꿈들에서의 마지막 날을 더 의미있게 마무리해주었다. 4학년 친구들은 준서를 그리고 휘서를 또 다른 형태로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게 되었으니 소중한 친구이고 후배인 이들의 다름을 받아들이기까지 한뼘 더 성장하기를 바래본다.
전체 2

  • 2017-11-03 11:54
    휘서도 준서도 표정이 아주 좋네요.
    사진만 봐도 그 기운이 전달됩니다. ^^

    고맙습니다.

  • 2017-11-06 18:37
    아이들 모습이 참 아름다워요..
    로즈마리향이 손끝에서 풍겨오면 행복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