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농적 삶 3일차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7-10-18 08:25
조회
1258
하루 시작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합니다. 멀리서 닭 울음 소리가 들리고 하늘도 어슴프레 밝아옵니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명상

오늘 아침 명상의 주제는 '촌스럽다'입니다. '촌'은 사실 '마을'을 뜻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이 의미만 알려주고 '촌스럽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30분 동안 학생들은 숙소와 그 근처에서 따로 걷기도 하고, 앉기도 하면서 '촌스럽다'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새소리와 아침이 밝아오는 냄새도 함께 합니다.

지수 - 촌은 마을이라는 뜻이니 촌스럽다는 말은 마을스럽다라는 말입니다. 도시에는 마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바로 옆에 살고 더 가깝지만 서로 교류는 없죠. 때문에 마을이라고 하면 시골을 먼저 떠올립니다. 촌스럽다는 말은 그런 의미에서 약간 변질된 것 같습니다.

규빈 - 지수하고 비슷한데, 사람들은 도시로 몰리잖아요. 시골보다도 도시에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아파트나 주택이 있어도 동네라고 하지 마을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마을'이라고 하면 '시골'을 떠올립니다. 도시에는 도시의 문화가 있고 도시 문화에 뒤처진 사람들을 보고 촌스럽다고 합니다.

경빈 - 보통 사람들이 촌스럽다는 걸 이야기할 때는 도시에 뒤떨어진, 동떨어진, 느린, 유행에 뒤떨어진 것을 말합니다. 도시는 빠르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개성이 중시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게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촌스럽다'는 것도 하나의 개성이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은기 - '촌스럽다'는 도시에서 시골을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옷 등을 보고 투박하면 촌스럽다고 합니다. 사실 촌스럽다는 말 자체가 갖고 있는 뜻이 많이 변질된 건 아니라고 봅니다. 어떤 의미에서 홍동에서는 특히 '촌스럽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마을스럽다'라는 의미로 보자면 그렇습니다.

TIME TRAVELERS

아침 식사 후에 저는 앉아서 글을 정리하고 있는데 규빈이가 책을 하나 보여줍니다. 주방에 있던 잡지 중에 TIME TRAVELERS라는 게 있었는데 우리 학교 사진이 보였습니다. 언제 찍었을까요. 보아하니 올해 여름쯤 찍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학교 사진을 보니 감회가 다릅니다. 반갑기도 합니다.

 지수가 책을 들고 배경을 자처해주었습니다.

침묵과 독서

경빈

<그들이 사는 마을> - 스콧 새비지-

자본주의의 정점인 미국 한가운데서 300여년간 존속해온 아미쉬 (재세례파 계통의 개신교 종파로, 종굑 박해를 피해 18세기에 신대륙으로 이주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 흩어져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주류사회로부터 떨어져 땅을 일구며 사는 소박한 삶을 강조한다.) 들의 이야기를 소박한 잡지 플레인에 실었고 그것들을 엮은 책이다. 목차에는 자유롭기, 창조하기, 치유하기, 노래하기, 서로 돕기, 지헤롭기 라는 주제들이 쓰여 있는데, 이게 그들의 철학을 요약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아미쉬인 27명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일어난 변화, 새로운 삶의 방식에서 얻은 행복을 말하고 있다. 그들은 계란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키워낸 것이 아닌, 직접 키운 닭이 낳은 계란을 먹는 것부터 시작해서 TV의 플러그를 뽑고 입은 옷을 재봉틀로 서툴게나마 만들어 입는다. 이들은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번 돈을 휴가에 몽땅 써버리는, 직장에 매여 사는 것이 아닌, 집에서 일한 것으로 스스로 먹고 입는 삶에서 진짜 행복을 느낀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 친구들과 나누며 풍요로운 삶을 살아간다.

은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라는 책을 다 읽었다.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저자는 "장인과 소상인들이 많아져야 경제가 발전한다" 라고 말한다.지역 상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홍동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 점과 빵을 만들기 위해 이사까지 한 것을 보면 다른점도 많은 것 같다. 이런것이 지역활동과 생산활동의 적절한 조화인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문명의 발전으로 등한시 되는 기술들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이 부분에서 나는 제일 공감이 되었다. 다 그럴순 없겠지만 발전이 있더라도 그 근간이 되는 것들은 지켜 나갔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것이 내가  엘피와 옛날 노래를 듣는 이유다. 물론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면서 옛날 것들을 다 고수하면서 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한두 가지라도 실천하거나 옛날 문화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이 책 을 보고 들었다.

지수

<국가에서 공동체로>-  안승준

3장 '근대화와 국가' 에서는 근대화의 개념에 대해서 설명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근대화로 전통이 사라자진 우리나라를 위한 대안을 설명하기 전에 이것에 대해 꼭 알아야 한다. 근대화의 뿌리는 기본적으로 서양적 문화와 사고방식에 내리고 있다. 기술적, 물량적 진보, 그리고 더 많이 요구하는 수량, 그리고 개인의 개성과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지 않는 보편적 사고방식의 강요. 이 세가지 개념들이 근대화의 중요 요소다. 이 근대화 정책은 특히 우리나라가 중앙집권력과 군사력, 어떻게 보면 폭력을 이용해서 밀어붙인 것이다. 저자는 새마을 운동도 이와 같다고 한다. 이 챕터에서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오는데 말도 어렵고 내가 읽어보지도 못한 책이라 이 부분에 대해서 정리를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원래는 비()서양적인 나라가 강압적인 방법으로 서양적인 근대화를 이루게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또한 진정한 진보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계속 고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내일 4장까지 읽으면 끝나는데 근대화에 대한 어떤 대안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규빈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 우리동네 에너지 농부 이야기> - 이유진

어제 봤던 책을 오늘도 이어서 봤다. 오늘본 내용은 어떻게하면 지역에너지를 실현시킬수 있으까? 에 대한 실현 방안을 얘기해준다. 일단 지역에너지란? 우리가 살고있는곳에서 얻을수있는 에너지를 말한다. 석유나 석탄,천연가스,우라늄은 우리나라의 지역 에너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땅을파도 나오지않고 수입을 해오기 때문이다. 이책에서 나라가 아닌 지역을 얘기하는 이유도 한번에 나라전체를 바꾸는 것 보다 지역 하나 하나를 바꾸어 나가면 나중엔 나라 전체가 바뀌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이야기가 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라츠에선 벤츠버스를 운행하는데 전기,디젤,가솔린,LPG 도 아닌 바이오 디젤을 사용한다고 한다. 바이오 디젤은 폐 식용유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최근 자동차들이 전기차로 바뀌어 가는것을 보고 난 차의 엔진소리가 사라져 아쉬워 하고 있었지만 바이오 디젤은 엔진을 돌리는 것이고 환경보호를 할수있으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마을 산책

침묵과 독서 시간을 어제보다는 조금 더 길게 가졌습니다. 시간이 약간 짧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여러가지 ‘탐욕’이 있지만 지식을 더 얻고 책을 더 읽고자 하는 ‘탐’이라면 시간을 더 내어주는 것이야 당연합니다. 침묵과 독서 나눔까지 마무리가 된 후에는 협업농장 공부를 하면서 봤던 ‘전공부’를 직접 가서 보기로 했습니다.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라서 산책 삼아 다녀올 만 했습니다. 논두렁을 가로질러 걷는 낭만을 누려보려 했으나 길을 못 찾고 발길을 되돌렸습니다. 결국 차도 옆 인도를 따라 빙 돌아서 걸었습니다. 차도와 나란히 가다가 왼쪽으로 빠지는 길목에 들어서니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목공소, 씨앗 도서관, 갓골생태농업연구소라는 표지판이 사이좋게 붙어있는데 특히 갓골생태농업연구소는 협업농장 자료를 공부하면서 한두 번은 지나치듯 읽었던 장소입니다.

저희는 목공소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일전에 제가 교사 연수로 참여해서 겨울에 왔을 때 들었던 이야기인데 풀무학교 안 1층에는 정말 잘 만들어진 책장으로 가득 찬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 안을 가득 채운 책장들은 모두 여기 목공소에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 도서관을 글로 묘사하기는 부족하지만 이런 느낌입니다. 들어서면 책을 읽고 싶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그 안에 가둬놓으면 책을 한 번쯤은 펴보게 되는 분위기입니다. 운이 좋으면 목공소 안을 견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잠깐 구경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갖고 올랐는데 앞에서 바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대를 접었습니다. 아쉽지만 학생들에게는 여기가 목공소이고, 풀무 학교 도서관 안에 책장들이 모두 여기서 나왔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전공부가 보였습니다. 전공부가 여타 멋들어진 대학 캠퍼스처럼 생긴 것은 아니고 그 규모도 작아서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하면서 바닥을 보며 걷다 보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정도입니다. 아마 전공부가 어떤 역할을 한 곳이고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인지 모르고 왔다면 그저 무언지 모를 시시한 건물 중 하나로 지나쳤을 겁니다. 전공부를 살펴본 저희는 또 다른 길을 따라 다시 아까 차도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저녁 식사와 휴식

생각보다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여유있게 저녁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도 좀 더 여유를 갖고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장소에 가기도 했습니다. 오늘 저녁을 제가 준비했는데 춘장으로 짜장을 만들었습니다. 전분이 없어서 간짜장으로 만들었는데 그래도 전부 다 맛있게 먹어줬습니다.

함께 활동, 두 번째 시간

오늘 활동은 두 모둠으로 나눠 진행됐습니다. 한 모둠이 한 가족이 되어 역할을 정합니다. 누구는 엄마가 되고 누구는 아들이 됩니다. 할아버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 역할을 나눈 후에 커다란 전지에 ‘가족화’를 그립니다. 단, 조건은 대화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화 없이 그리다 보니 ‘가족화’가 아니라 각자의 그림이 나옵니다. 전지가 한 장으로 붙어있다 뿐이지, 각자 종이를 나눠주고 그린 후에 테이프로 붙여버린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이제 두 번째로 대화를 하면서 그립니다. 대화가 있은 후에는 첫 번째 보다는 나은 ‘가족화’가 나옵니다. 서로 그린 것에 보조를 맞춰주고 그래도 전혀 관계없는 그림들이 억지로 이어진 그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의 위치와 크기, 모양 등을 보면서는 관계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필요했고 소통이 없는 경우와 있는 경우는 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느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늘 하루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배움을 통해서 농적 삶에 대한 생각도 점점 무르익어갑니다.저희도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무르익어가는 들판 옆, 펼쳐진 책 앞에서 배움으로 조금씩 자랍니다.
전체 4

  • 2017-10-21 20:10

    침묵과 독서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네요. 멋집니다.


  • 2017-10-22 00:19

    아침 명상도 침묵과 독서도 좋네요.
    알차게 시간을 꾸리기위해 많은 걸 준비하신게 보여요. 감사합니다..


  • 2017-10-22 09:12

    책에도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책고를때는 도서관이나 책방에서 제목들을 쭉 훝어 보다보면 나를 잡아끄는 책을 집어듭니다. 그렇게 시작되듯 아이들도 책읽기의 고리가 맞물려 이제는 아이들 자신의 책꾸러미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 2017-10-23 09:50

    경빈이가 읽었던 책 내용에 아미쉬 공동체가 나오는데, 참 반갑습니다.
    저도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순 없을까... 용기를 한 번 내볼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우리 공동체도 아미쉬의 정신을 받아, 그들처럼 살 수 있는 날이 있을까요?

    내적으로 많이 꽉찬 느낌이 들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