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학년 광주여행 둘째날 이야기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06-02 21:02
조회
1266

지난밤 늦게 잠들기도 했지만, 찜질방의 불편한 수면환경으로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 이른 아침 일어나 여행가방 다시 챙기고 나와 아침식사를 합니다. 찜질방에서 먹는 구운달걀과 사발면이 그립긴했지만, 찜질방 주차장에서 해 먹는 아침은 이럴때 아니면 언제 먹어볼까요~. 혼자 하기힘든 경험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저는 참! 좋았습니다.  찜질방에 양해를 구하고 주차장구석에 자리를 마련합니다. "메뉴는 토스트 입니다.^^ "

   

버너에 불을 켜고, 한쪽에서는 점심도시락 밥을 하고, 한쪽에서는 식빵을 구워 잼을 바릅니다.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려니 맘도 몸도 불편하지만, 달콤한 잼이 발라진 식빵한입으로 색다른 경험으로 바뀌네요.

 이제 발산창조문화마을로 출발합니다. 발산마을 팀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합니다. 그런데 길 찾기가 쉽지 않아요. 아무리 걸어도 원하는 정류장이 보이지 않습니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드디어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보니 아주 가까운 거리였네요.  벌써 지치면 안되는데.... 지난밤 늦게 잠든데다 찜질방에서의 불편한 잠자리로 벌써 힘들어 합니다. 무거운짐을 덜어 줄 고마운 설치물이 있어 아픈어깨도 쉬고 더운 등에 바람도 넣어봅니다. 관찰력과 문제해결력이 탁월한 태욱이는 이런 곳을 제일 잘 활용한 친구였답니다.

    

 드디어 발산마을에 도착했어요.

  

오래된 건물을 예쁘게 꾸민 파란지붕의 카페에서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복숭아아이스티 하나씩 들고 발산마을에 대한 역사와 의미들을 보고 듣습니다.

  

 발산마을은 60년대 피난민들이 모여 만든 마을이라고 하네요. 일거리를 찾아온 여공들, 셋방살이 식구들이 모여있던 집, 좁고 꼬불거리는 골목길, 아주오래전 옹기종기 서로 어깨 기대어 살았던 따뜻한 마을, 시간이 지나고 그때의 어르신들은 나이가 드시고 젊은 사람들은 동네를 떠나 빈집이 늘어난 이곳을 반짝이는 청년들이 모여, 어르신들의 공동체의식을 담아 청춘의 색으로 마을을 꾸미고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을 보게 되어 아쉽기도 했지만, 옛것과 꾸며진 것, 허물어지고 만들어지는 중간에서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설명이 끝나고 마을을 둘러봅니다.

        

 이 마을에서 오래 머물고 발산마을의 추억이 가득한 분의 이야기와 새로운 꿈을 꾸는 이야기의 흐름과 의미있는 고민들을  기대했던 저는  형식적인 투어내용에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래도 흔한 벽화가 아닌, 자연의 색을 모티브로 조화를 만들어낸 이곳만의 특색이 있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발산마을 체험프로그램을 마무리하고, 이번에는 우리 발산마을 팀이 계획한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마을에 쓰여진 글귀 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글 적기, 발산마을 설치물 중에 그리고 싶은 것 그려오기, 발산마을에 관련해 글쓰기, 모둠별 활동입니다.

     

    

모둠별 활동이 좋았는지, 활동을 하고 난 후 아이들의 표정이 여유롭고 편안합니다. 이곳에서 하루 종일 둘러보고 여유있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친구, 이곳에 우리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친구, 다음에 마을이 완성되면 또 오고 싶다는 친구, 다음에 왔을때는 동네 어르신만나 이야기 듣고 싶네요. 저도 이곳에  다시한번 오고 싶어요.

이제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어제 갔었던 중외공원을 다시 가지만 풍경이 다릅니다. 오늘은 정문으로 이동합니다. 정문에 들어서니 놀이기구들이 있네요. 이곳의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미술관 활동 팀들이 이곳을 점심도시락 먹는 장소로 정합니다. 10가지의 반찬을 펼쳐놓자 굉장합니다. 어쩌면 하나하나 이리도 맛날까요. 여행오면 뭐든지 맛있어요. 식사 후 30분 정도 휴식시간을 가집니다. 어제 잠도 잘 못자고,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 이동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밥을 먹으니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는지 놀이터에서 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그 에너지와 지칠 줄 모르는 놀이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다 느껴집니다.

 공원에 있는 시립미술관으로 향합니다. 5월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을 기념하여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작품이 전시되어있습니다. 대량복제가 가능했던 판화작품과 선전매체로 이용되었던 깃발, 걸개그림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모든 작품마다 민주항쟁과 인권을 위한 투쟁의 메시지가 담겨있고 독재와 무력에 대한 비판의식도 강열합니다. 광주시립 미술관  모둠이 미션을 줍니다. 전시를 보고 문제 10개씩을 만들기, 작품의 설명도 보고, 그림 속에 있는 여러 인물들과 물건, 상징들을 자세히 관찰합니다. 어떠한 문제를 낼까? 서로 논의하고 수첩에 적고 몰두합니다.

      

각 모둠별로 문제가 적힌 수첩을 들고 미술관 앞 잔디정원에서 활동 합니다. 한 조가 문제를 내고, 나머지 두 조는 문제를 맞추는 방식입니다. 상은 특별히 없어요. 그래도 진지하게 열심히 참여합니다. 태욱이는 그림 속에 있었던 깃발에 쓰여진 글귀를 아주 잘 외워서 어려운 문제를 두 문제나 맞추었습니다. 관찰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그림속의 인물뿐만 아니라 사물과 사물이 상징하는 것까지 놀랍도록 잘 맞추네요. 아진이는 목소리는 작지만 정성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아진이가 내는 문제에 모두가 숨죽여 듣습니다. 상품도 없고 일등도 없어서 더 좋았던 시간이었어요.

    

이젠, 우리의 두 번째 숙소인 황룡강게스트하우스로 출발합니다. 이번 여행은 도시라 숙소잡기가 힘들었어요. 민박이나 펜션이 없어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아파트관리소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답니다. 아파트 1층에 있다고 하는데, 상상이 되지 않아요. 어찌 생겼을까 무지 궁금합니다.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도착하니 아파트 단지예요. 관리사무소에서 받은 열쇠를 들고 숙소를 향해갑니다. 도착하니 아파트 1층이네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들 와!!하며 너무들 좋아합니다. 깨끗하고 넓고 집처럼 아늑해요. 베란다 넘어에는 수변공원 잔디가 펼쳐져있고, 근처에는 우리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터까지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저녁메뉴는 부대찌개입니다. 저녁담당 모둠은 부대찌개를 준비하고, 나머지 친구들은 짐을 풀고 여기저기 구경합니다.

  

발산마을 모둠이 시장에서 구매한 식사비와 간식비 영수증을 챙기지 않아 송정시장과 가까운 이곳에서 영수증을 발급해 오기로 했어요. 아직, 해가지려면 두시간 넘게 남았고, 시장은 이곳에서 버스타고 몇 정거장 되지 않으니 아이들끼리 다녀와도 어렵지 않겠어요. 모둠 세 명중에 두 명이 영수증을 발급하러 함께 다녀오기로 합니다. 세 명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민수와 태욱이가 다녀오기로 합니다. 네이버지도를 펴 놓고 아주 자세히 적어갑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어떻게 가고 올지에 대한 설명을 하고 확인받은 후 출발합니다. 저녁준비하고 놀이터에서 놀고... 시간은 가는데 한 시간이면 올 아이들이 두 시간이 되어도 오지를 않아요. 해가 지려하니 갑자기 불안해 집니다. 영수증을 받으러 간 식당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해 보니 두 학생은 오래전에 영수증을 받아갔다고 합니다.“선생님 태욱이는 심한 길치예요. 민수는 길치는 아닌데 놀 때는 정신이 다른데 가 있어요.” 혹시 정류장을 지나친건 아닐까요? 한명은 내렸는데, 한명은 자다가 못내린건 아닐까요?“ 아니면 아파트단지가 너무나 복잡해 이곳을 찾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등등 많은 추축이 나도는 가운데, 저는 두 아이들 찾으러 갑니다. 단지 내에서 민수야~ 태욱아~ 크게 불러봐도 대답이 없으니 단지 안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가봅니다. 그런데 멀리 어둠속에서 허벅지 뼈다귀 두 개가 보입니다. 앗!!저건 민수의 뼈다귀 츄리닝~~ 둘이 나란히 길 건너에서 걸어오고 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 숙소에 갔더니 친구들도 어찌된 일인지 둘러앉아 이야기합니다. 눈에서는 반가움과 무사히 돌아와서 고마운 마음이 전해져 옵니다. 네이버지도에 나와있던 카센터가 문제였어요. 태욱이가 ○○카세타 앞에있는 정류장을 적는 것을 분명히 본 저는 이해가 갔습니다. 그곳은 지금은 문을 닫았는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올 때의 버스번호를 적었고, 내린 곳에서 길 건너에 타면 되는 것을~~!!”인터넷지도는 믿을 것이 못 된다는 하루 일기를 쓰고 잠든 태욱이를 보며, 뼈다귀가 그려진 민수의 츄리닝을 바라보며,  친구들도 오늘밤에는 민수와 태욱이를 특별하게 느끼는 듯 하네요.  신나게 웃으며 하루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아이들 입니다.

  

전체 3

  • 2017-06-03 16:23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 후기가 올라왔네요~ 너무 반가워요. ^^

    숙소가 정말 좋아보이는구요! 아이들 표정도 편안해 보이고.. 첫날 찜질방 후기를 보니.. 여행 중 찜질방은 마지막 날이 좋겠군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아이들이 여행에서 무엇을 했는지, 무등산 등반은 어땠는지 마구 궁금합니다!

    다른 학년 후기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2017-06-06 10:49

    헉~! 치원이 다리 진짜 길다 @_@


  • 2017-06-07 13:57

    민수의 뼈다귀 추리닝~~ 여행다녀와서 제일먼저 이야기해줬어요^^
    무사히 찾아와서 다행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