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셋째날 6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6 14:31
조회
1192
셋째날이다.

 

역시 눈을 뜨면 글을 쓴다. 재서와 태경이가 말없이 당연한 것을 하듯이 할 것을 한다.

무엇을 하며 잠에서 깨는냐는 중요한 것 같다.

세수를 하며 잠을 쫓을 수도 있고, 간단한 운동을 할 수도 있으며, 긴 하품으로 맑은 정신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글을 쓰며 잠에서 깨는 경험은 여행을 와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이다.

모든 아이들이 이런 마음을 공감해주면 좋으련만!

 



 

오늘도 일찌감치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쌌다.

주인 아주머니는 일이 있으셔서 일찍 나가셨다.

 

오늘은 가장 많이 걷는 날이다. 마음을 조금 더 다 잡아야 한다.

 

시작 전에는 늘 그렇듯 기념 사진을 찍는다.

어제에 비해서 표정들이 많이 부드러워졌을까? 기대를 해본다.

사진을 보면 잘 모르겠다.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이제 길을 나선다. 나서는 일은 항상 가볍다.

아이들 입에서 노래도 나오고 수다도 나온다.

 

좋다.

 



 

오늘은 5코스이다.

 

우리는 5코스를 온전히 걷지 않고 <명품1길>을 걸을 것이다.

명품 1길이란, 말탄바위와 범바위 사이에서 출발하여 장기미까지 연결되는 2.4Km의 길을 말한다.

이 길은 해안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가 되어있다.

 

범바위까지 가는 길이 가파른 오르막이라 뒤로 걷는 아이들이 있다.

정말 따라해보니 힘이 덜 들어간다.

힘이 들어도 투덜대지 않고 즐겁게 새로운 것을 찾는 모습이 예쁘다.

 



 

오늘이 3일째이기 때문에 겉옷이든 양말이든 빨래를 한 번은 해야 한다.

빨래한 것이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가방에 걸고다니면 바람에 마른다고 말해주었다.

 

여행객에게 배낭은 유용하다.

비박을 할 때는 베개도 되고, 빨래를 할 때는 아래처럼 빨래줄도 된다.

이렇게 하루종일 배낭을 메고 다니다 저녁에 짐을 풀 때 보면, 깨끗히 말라있다.

 

여행객들에게는 세탁기도, 화려한 집도 필요하지 않다.

 

배낭과 바람.

지도와 낭만이 있으면,

처음 나서는 누군가도 멋진 여행객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범바위 앞을 지나 드디어 명품길에 들어섰다. 저 뒤로 보이는 바다와 바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정말 '명품'이란 이름을 붙일 만한 것인지 기대가 된다.

 

언제부터인지 백화점에는 '명품관'이라는 것이 들어서 있다.

수 많은 사치품들을 명품이란 이름을 붙여놓아서인지 많은 이들이 정말 '명품'인 듯 혼란을 겪는 듯 하다.

 

그래서일까.

이 길에 더 많이 기대가 된다.

 



 

아...! 아이들이 또다시 멀어진다.

그래도 내리막이라 다행이다.

 



 

바다가 보였다가 사라진다.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우리를 감싸고 있어서인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바다를 느낄 수 있다.

산길을 걷지만 바다를 느끼는 경험이 놀랍다.

 

정말, '명품'이다!

 



 

숲으로 난 길이 너무 예뻐서 사진으로 찍었는데, 그때 느꼈던 감동을 옮기기에는 약간 부족한 느낌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저 길을 오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두었다.

나중에 부모님들과 나누어야겠다.

 



 

아이들이 저 위쪽으로 오르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아이들을 따라갑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아이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이 바위 위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멋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자고 했다.

바람이 세다.

 



 

아래 사진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았을 때,

그 장엄함에 경탄을 금할 수 없을 때,

나올 수 있는 남자들의 표정이다.

 

자세히 관찰을 하면 입들이 약간씩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동윤이는 활짝 웃고 있다.

 

우리는 남자모둠인 것이다.

사진 찍을때마다 확인할 수 있다.

새삼스럽게도.

 



 

다시 길을 나섰다.

바람이 세다.

불안하다. 명품길 역시 침묵의 길로 걷기로 했다.

저렇게 오른쪽에 바다가 있고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아래 사진은 그래도 안전하게 보이는데, 약간은 위험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누군가 옮겨놓은 바닥의 돌들이 참 좋다.

투박하지만 인공적이지 않다.

이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도 든다.

 



 

아이들이 말했던 위험한 곳이라는 곳이 아래 사진과 같은 곳이다.

정말 절경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느낌과 동시에 두려운 마음이 함께 찾아와 경계를 늦출 수 없다.

한 발 한 발 내 딛으며 더 집중한다.

그러다 탁트인 곳에서 거친 바람을 만나면 '아!'라는 경탄이 나온다.

이런 것이 자연스러움이다.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놀이동산이 만들어내는 감탄사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들었던 아이들의 감탄 소리가 더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는 내리막이다.

저 위에서 봤을 때, 돌들이 가득 찬 해변가를 봤는데 바로 그 앞까지 왔다.

 

전체 3

  • 2017-11-06 16:15

    선생님은 정말 탁월한 교사이십니다! 보이지않는 것을 보는!
    단체 사진을 볼수록 아이들이 참~ 일관성이 있다고 느껴지네요.ㅋㅋ


  • 2017-11-06 17:59

    언급하신 아래사진...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

    선생님 글쓰시면 저 애독자 1호 하겠어요~~^^


  • 2017-11-08 10:13

    진정 남자모둠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