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둘째날 3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3 14:29
조회
1172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자기 전에 여행수첩을 머리맡에 두고 자라고 했다.

눈을 떴으니 글을 쓰고 시작한다.

 

쓸 말이 없더라도 나중에 여행수첩을 펼치면 지금의 이 느낌이 떠오르기를 기대한다.

어떤 친구들은 반쯤 눈이 감겨있고, 어떤 친구들은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자, 서두르자.

아침 당번 나오고, 나머지는 잠자리를 정리한다.

 



 



 

오늘 아침은 오뎅국이다.

어제만큼 맛있는 아침을 먹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자신 만만하다.

분명히 맛있을 거라고 한다.

 



 

자, 이제는 거의 마무리 되어간다.

맛있는 냄새 때문인지 당번이 아닌 학생들도 주방 주위를 맴돈다.

 



 

오늘 아침 역시 맛도 비주얼도 아름답다.

어제 먹다 남은 부대찌개 국물을 재활용했다. 역시 재활용은 아름다운 법이다.

 



 

아침 먹은 것을 정리하며 도시락까지 마무리했다.

이동 중에 점심을 먹어야하기 때문에 각자 도시락을 준비해야 한다.

 

각자 가져온 밑반찬으로 도시락을 완성했다.  지금은 배부르지만, 이따가는 요긴할 것이다.

 



 

떠나기 전 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표정들이 심각하다.

사진찍으니 웃어보자고 해도, 이 사진이 최선이다.

 

역시 남자들로만 구성된 모둠답다.

이런 것이 매력이다.

 



 

1코스부터 시작이다.

미항길-동구정길-서편제길-화랑포길로 이어지는 슬로길이다.

길을 나서자마자 장관이다.

하늘에서 빛이 쏟아진다.

 



 

1코스에 들어서자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맑은 바람이 불어온다.

우리나라 가을의 깊이가 느껴진다.

 

와, 좋다!

난 참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종종 느낄 때가 많은데, 오늘 같은 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1년에 두 번씩 아름다운 여행을 해야하니 말이다.

 



 

아이들도 신이 났다.

그렇지 않겠는가? 이 아름다운 풍경이 앞에 있는데, 내면에서 꿈틀거리던 야생성이 나오지 않겠는가?

사진 찍으려고 잠시 멈추어 서 있으면, 아이들은 어느덧 저 앞에 있다.

내가 나이가 든 것인지, 아이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것인지.

 

아이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것으로 정리를 서두르며, 그 뒤를 쫓아가느라 뛰어간다.

 



 

동윤이가 힘든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나오는 포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표정인 것이다.

 



 

서편제 길에 들어섰다.

서편제 영화를 보면 저 끝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는 롱테이크샷이 나오는데, 바로 그 명장면을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 길을 걸으면 돌처럼 만든 스피커로 영화의 그 장면에서 부르는 타령소리가 나온다.

구성진 그 소리와 청산도의 풍경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만들어낸다.

 

아래 사진에서 민수가 만지고 있는 것이 돌 모양의 스피커이다.

처음에는 소리는 나는데, 어디서 나는지 신기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돌모양 스피커들이 중간 중간 있었다.

 



 

유채꽃도 청보리도 철이 지났다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코스모스가 있는 10월의 청산도.

 



 

서편제 길을 지나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들이 나온다.

이런 곳들을 찾아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잠시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산길로 접어든다.

아이들은 이때부터 장난을 하며 걷고 뛰기 시작한다. 도깨비풀들을 던지기도 하고, 사마귀를 잡기도 한다.

깔깔 거리기도 하고, 킥킥 거리기도 한다.

 

'자유'가 느껴진다.

 



 

한결이 팔에 있는 것들이 도깨비풀처럼 던지면 옷에 붙는 열매이다.

처음에는 벌레를 붙여놓은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다른 친구들을 공격하기 위해 저렇게 무기를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저 흐뭇한 미소는 어떤 의미일까?

 



 
전체 5

  • 2017-11-04 19:38

    시컴시컴 남자모둠답네요^^
    도시락보니 학창시절 엄마가 싸주시던 도시락이 생각나요..


  • 2017-11-04 21:41

    저 언덕의 라인과 구름이 빚어낸~~
    캬 너무 좋네요.


  • 2017-11-05 11:18

    자동차를 타고 편하게 관광지들을 이동하고 심지어 맛집에서 맛있는걸 먹어도 이젠 다 똑같은것 같다는 말을 했었는데.. 사진과 글을 보니 진정한 여행의 재미를 알아버려서 그랬나싶네요.


  • 2017-11-07 18:53

    청산도.. 우와~~~


  • 2017-12-13 20:46

    아이들 잘 크고 있네요
    복 받은 것들~~ 부럽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