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농적 삶 2일차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7-10-17 10:03
조회
1233
아침 명상

아침 7시 20분.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 갓골에서 처음 맞이한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 명상과 산책 때 생각해야 할 단어는 '소비'입니다.

각자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경빈 - 소비는 삶이다. 우리도 부모님들의 소비로 자라났다. 소비는 편리함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소비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 가치있는 것이다.

규빈 - 소비는 인생이다. 사람은 어디를 가든 소비를 하게 된다. 인생에서 소비는 없을 수가 없다.

은기 - 소비는 본능과 발전이다. 식욕과 같은 본능을 해결하는 데에도 소비가 필요하다. 소비를 통해 발전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도 소비를 안 한다면 발전 또한 없다. 소비 또한 본능과 마찬가지로 억제도 필요하다.

지수- 소비는 나눠갖지 않는 것이다. 생산을 하고 대가없이 서로 나눈다면 소비는 필요없을 것이다. 우리들 사이에 거래문화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민- 소비는 기다림을 모른다. 원하는 것을 언제 어디서든 살 수 있다.

함께 배움

아침 식사 후에 두 번째 함께 배움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협업농장이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읽고 나누었습니다. 1학기 장곡면 젊은협업농장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겉으로 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단순히 청년 몇이 귀농을 해서 일구어낸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많은 고민과 생각들이 있은 후에 세워진 농장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 틀 안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협업을 할 수 있는 틀을 지역으로 넓혀간다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배움의 장이 하나 더 생긴 것이죠.



 

 

 

 

 

 

 

 

 

 

침묵과 독서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침묵과 독서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밝맑 도서관에서 농업과 마을 공동체에 관련된 책들을 읽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도 있고 다른 책을 읽은 사람도 있습니다. 침묵과 독서 시간 후에 함께 나눈 내용을 아래에 나눕니다.

규빈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 -이유진-

이 책에서는 석유, 석탄, 천연가스, 우라늄 같은 에너지의 사용의 실태와 실황을 얘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지금처럼 전기를 사용하고 에너지 소비를 한다면 석유는 40년 석탄은 200년, 천연가스는 60년, 우라늄조차 50년이면 바닥날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원자력 발전소를 없애고 화력 발전소를 줄여나가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를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 영국 이스트 맹글리아 대학에서 그린 지구 온난화 예상 미래집 모습도 한 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제가 될까 걱정이다. 그 집엔 해수면 상승대비 집을 들어올리는 장치, 대기 오염 대비 공기정화기, 환경 악화에 따른 난민, 야생동물 방지 전기 철조망, 가뭄대비 대형빗물통, 오존 구멍 대비 차양막, 해수면 상승대비 자가용 보트, 지구탈출용 우주여행권(금고에) 같은 것들이 있다.

경빈

<기적의 마을 이야기> -쓰지 히데유키-

여기서(이 마을에서)는 매년 2번씩 산적캠프라는 것이 열린다. 산적캠프는 3박 4일 동안 아이들이 스스로 생활할 수 있다. 어른들의 신뢰로 아이들은 자신감을 찾는다. 일정도 아이들이 직접 짠다. 직접 짠 일정인 만큼 아이들을 잘 지킨다. 그래서 처음에는 100명 정도였던 참가자가 10년만에 10배로 늘었다. 아이들은 직접 밥을 하는 과정에서 협력하고 서로 배려한다. 보통 불과 칼은 위험하다면서 못 쓰게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무엇이 왜 위험한지 모르게 된다. 하지만 직접 경험하면서 성취감도 갖고 스스로 해나가는 힘도 갖게 된다.

지수

<국가에서 공동체로> - 안승준 -

제목이 뭔가 우리 학교에서 지향하는 바가 느껴져서 한 번 골라봤다. 이 책의 저자는 안승준이라는 뉴욕의 NSSR이라는 대학원생이었고 25살의 나이에 추락사로 사망했다. 이 책의 원본은 그의 대학 학사 논문이고 미완성이지만 아이디어가 정말 선구적이었기 때문에 장하석, 그리고 에릭제이슨이 펴냈다. 이런 사정을 편저의 머리말을 읽고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본 내용은 아직 많이 못 읽었다. 일단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존재하던 농업이라는 산업,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변해왔는지에 대해 비판을 한다. 식민화 단계 전에 있던 홍성군의 두레 농업 공동체에 대해서 소개하고 일본의 식민지화 그리고 해방 이후의 근대화로 인해 어떻게 농업부터 시작해 대한민국이 이렇게 산업화되고 중앙집권화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리고 이런 발전을 '진보'라고 부르면 안 된다는 말을 강력하게 한다. 또한 무조건 외화벌이 중심으로 수출하고, 정작 우리 먹을 것들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 삼는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너무 서양문화에 가려져 한국적 정체성이 위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나중에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어떤 대안을 이 저자가 내놓을 것인지 내일도 이어서 보고 싶다.

은기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어제와 같은 책을 읽어보았다. 어제 읽었던 부분(1부)에서는 빵집을 만드는 과정까지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 읽었던 부분(2부)에서는 '균'에 대해 이야기한다. 천연 효모를 이용하여 만드는 빵집을 만들었지만 이타루는 '천연 누룩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시중에 파는 누룩이 아닌 천연 누룩으로 빵을 만드는 법을 알아내기 시작한다. 일단 쌀을 유기재배(비료를 쓰는) 쌀에서 자연재배 쌀로 바꾸니 빵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나는 '농약을 안 뿌린다고 다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이타루는 철저하게 균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설탕, 버터, 우유를 빼고도 어떻게 사람들이 좋아할 빵을 만드는지 놀라웠다.

학생들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농업과 마을 공동체 등에 관련된 내용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저 또한 함께 책을 읽고 아래와 같은 내용을 나눴습니다.

<성미산 학교의 마을 만들기 마을학교> -성미산 학교-

간디는 '도시'와 '마을'을 날카롭게 구분한다. 현재 세계에는 두 부류의 사상이 있다. 하나는 세계를 도시로 나누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을들로 나누려는 것이다. 마을 문명과 도시 문명은 전적으로 다르다. 하나는 기계와 산업화에 의존하고, 다른 하나는 수공업에 의존한다. 우리는 후자를 택하고자 한다.

나눔을 마치고 저희는 바로 오후 일정을 위해서 밖으로 향했습니다.

홍주성

긴 시간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1시간 정도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는데 사실 바로 차를 몰고 갔다면 홍동에서 홍성까지는 1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이제 이틀째이지만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이제 적응이 약간 되는 것 같습니다. 버스를 타고 홍성으로 나갔습니다. 어제 들어올 때 도로를 따라 늘어서있던 장이 안 보이니 약간 허전합니다. 21일에 장이 또 설 텐데 가볼 기회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내려야 할 오관리 정거장을 지나쳤는데 기사 분께서는 친절하게도 중간에 세워주셔서 수고를 덜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버스에서 내려서 바로 홍주성으로 향했습니다.

남아있는 홍주성은 크지 않습니다. 학생들은 꼭 수원성을 축소해놓은 것 같다고, 수원성과 비슷한 것 같다고 하지만 수원성은 정말 보존이 잘 되어있는 편입니다. 홍주성을 복원해놓은 모형을 보니 지금 그나마 남아있는 홍주성 성벽이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합니다. 저희는 먼저 홍주성 역사관에 들어가 홍성의 역사를 쭉 살펴봤습니다. 석기시대 유물과 홍주성 출입패부터 홍성출신 조선시대 위인들의 영정과 김두한의 선거공보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유물들이 모여있었습니다. 홍주성 역사관을 살펴본 우리는 홍주성곽 위를 직접 걸어보았습니다. 성벽 밖으로 펼쳐진 건물들과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을 보면서 전남에 있는 낙안읍성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은 홍성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예전 모습이 온전히 남아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저만의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홍주성 위를 잠시 걷던 우리는 색연필과 화지를 꺼내들었습니다. 홍주성 위에서 보이는 것들을 잠시나마 화폭에 담아보자 했습니다. 홍주성을 담을 수도 있고, 홍주성 위에서 보이는 풍경을 담을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어떤 것을 그리든 간에 그림을 그리던 그 느낌과 순간이 함께 남을 겁니다.



홍주성에서 상설 시장을 지나 홍동행 버스 정거장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도 15분 후에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농협 하나로 마트로 갔습니다. 도심지에 있는 하나로 마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직판'을 한다는 것입니다. 직접 생산하는 분들이 바로 근처에 있는 만큼 감자나 고구마, 양파와 같은 농작물들에는 직판이라는 표가 붙어있었습니다. 오늘과 내일 사용할 식재료를 구입하고 숙소에 돌아와서 저녁 먹을 준비를 다 하고 숟가락을 드니 6시 30분. 즐겁게 식사를 마무리 한 우리는 8시부터 함께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활동

우리는 먼저 어제와 마찬가지로 감정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감정 카드로 자신의 현재 기분을 정리하고 오늘 하루 어떤 기분과 마음으로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후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전지 위에 자신을 상징하는 것들을 그리고 그 후에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상징물과 어울리는 배경을 그립니다. 그 후에는 계속 차례대로 상징물과 다른데 비슷한 것, 대상에게 주고 싶은 선물, 전혀 새로운 대상, 상징물이 아주 싫어할 거 같은 것까지 그립니다. 이렇게 종이가 한 바퀴를 돌고 오면 각자가 그렸던 상징물 외의 그림들로 종이 한 장이 빼곡 채워집니다. 마지막으로 각자가 그 그림들 중에서 무엇이 자신에게 선물이 되는지와 무엇이 자신을 괴롭히는 대상이 되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차이가 생깁니다. 누군가는 선물이라고 그렸지만 당사자는 괴롭히는 대상으로 느낀 것도 있고, 아무 의미가 없이 비슷한 대상을 그렸는데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린 사람의 생각이 그걸 보는 사람의 생각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선물이라도 받는 사람에게까지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것일까요. 평소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 없이는 화려한 선물도 결국 아무 의미가 없게 됩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홍주성을 내려와 상설시장을 가는 길에 반가운 얼굴이 보였습니다. 2017년 8월 15일에 건립이 된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반가운 얼굴'이라고 표현한 것은 7월 초 학생들과 함께 수요집회를 참여하면서 봤던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갑다고 표현하기에도 약간 미안하기도 하고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평화의 소녀는 여기저기 세워지고 있지만 굳게 쥔 주먹은 펴지지 않은 채이고 표정은 웃지 않습니다. 홍성에 있는 소녀상 옆에 쓰여진 편지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절절하고 뜻이 깊어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마음에 냉큼 그 편지 사진을 찍었습니다. 아래 그 내용을 함께 나눕니다.

 

나의 사랑하는 누이와 이모, 고모님 용서하소서.

나는 천하에 제일가는 이기적이고 비겁한 놈이었습니다.

누이와 이모 고모가 떠나던 날

봄 나들이 가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알았었는데

어데로 가는지 아무 것도 모르고 엄벙덤벙 따라가는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았었는데

총칼에 떠밀리어 울면서 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었는데...

그날 나는 이불 속에 머리를 숨기고

때론 윗산 수풀 속에 숨을 죽이고

누이와 이모와 고모가 끌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아버지였고 나의 할아버지였습니다.

이제 용서를 비는 마음에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라도 그대들을 지키겠습니다.

작은 주먹 한 대 정도는 용서하라고 어머니가 일러주셨는데

이제는 작은 주먹이 아니라 작은 삿대질이라도 절대 참지 않겠습니다.

힘없고 가진 것이 없어 자유마저 잃어야 했던 조국

또 다시 힘도 가진 것도 없이 자유마저 잃어야 했던 조국

또 다시 힘도 가진 것도 없이 자유마저 빼앗긴 처참한 나라로 되돌아가서는 결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전체 3

  • 2017-10-21 20:06
    소녀상..그리고 편지..잘 읽었습니다.

  • 2017-10-22 09:02
    너무 뜻깊은 하루네요~~

  • 2017-10-23 09:43
    우리 학교의 첫 열매들이에요.
    스스로 잘 크는 것 같아서 고맙기만 합니다.
    후배들에게도, 이후 지역공동체, 국가공동체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살아가는 귀한 열매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