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스페이스 선"-첫째날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11-24 17:07
조회
1504

충주는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랍니다.


바다와는 먼 곳이지만, 큰 강줄기가 흘러 물이많고, 산이 높아 푸르른 곳,


계곡과 강으로 물놀이하고, 산과 들로 뛰어 다니며 내 안에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을 안겨준 고향, 그곳으로 향합니다.


한 두달에 한번정도 충주에 오지만 이렇게 여행으로 충주로 온 적은 처음입니다.


배낭 메고 충주 외각 시골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들께서 이것저것 물어 보십니다.


충주 특유의 말투, 강원도와 충청도의 중간쯤 되는 독특한 억양이 오늘따라 더 또렷하게 들리네요.


마을을 향하는 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창밖풍경도 굉장히 새롭게 느껴집니다.



같은 장소도 어떠한 이유에서 왔는가에 따라 이리도 달라집니다.


 아이들은 창밖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저도 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반짝이는 강물과 가을의 높은 하늘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이 아름다워 지나가는 풍경의 순간을 눈에 담아 가슴에 그려봅니다.



충주 터미널에 도착해 한 시간 넘게 달려 온 곳은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마을의 버스정류장이네요.



장날 보따리에 수확한 작물 담아 시골버스 기다리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런 곳입니다.


우린 정류장 뒤쪽 작은 길을 걸어 올라가 2박3일 지낼 스페이스 선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먹고 잠자기를 무료로 하는 대신 일손을 돕기로 했어요.


도착하니 소년처럼 짧은 머리를 한, 어여쁜 단호박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 주십니다.


잠잘 곳, 씻을 곳, 먹을 곳 소개를 받고 점심도시락을 먹은 후,  2박 3일 동안 함께 지내게 될 이곳의 분들과 인사를 나누어요.



식당에 모여서 서로를 소개했어요. 이곳은 외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일손을 도우면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습니다. 북유럽에서 온 청년, 독일에서 온 동양계 외국인 “항”, 헝가리에서 온 키 큰 신사분 이름이~~뭐였더라?? 벌써 잊었어요. ㅋㅋ


병찬이는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고, 아진이는 바둑을 잘하고, 태욱이는 고생물에 관심이 많으며 거북이를 8년째 키우고 있어요.


인정이는 전지현을 좋아할 뿐만 아니라 닮기까지 했으며, 경은이는 토끼를 키우고 동물을 사랑하고 연수는 플롯을 부는 자연을 사랑하는 학생이예요.


모두가 사랑스러운 눈길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봐 줍니다. 이곳은 장소도 사람도 모두가 자연을 닮아 친근하고 편안해요.


소개가 끝나고 이제 우리가 할 일을 안내 받습니다.


밤 농장 안에 있는 이곳은 밤을 모두 수확하고 남은 밤송이를 나무 아래 모두 모아놓았어요.


밤송이들을 커다란 자루에 담아 겨우내 연료로 사용한다고 하네요. 밤은 다 땄고, 우리는 곧 다가올 이곳의 겨울채비를 돕습니다.


장갑을 두개 겹쳐서 끼고, 밤송이를 자루에 담습니다.


한명은 삽으로 퍼서 자루에 넣고, 한명은 갈퀴로 밤송이를 모으고, 남은 한명은 자루를 벌려 줍니다.





 아직은 어려보이는 학생들이 얼만 큼 할 수 있을까? 놀라운 것은 쉬지 않고 불평없이 성실히 모든 것을 해 냈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논의하고 선택한 여행의 힘이지요. 우리가 선택했으니 그것에 대한 책임이 내면에서 절로 나옵니다.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보이는 가을의 풍경은 아름답고, 조용한 자연의 소리들은 마음에 안정을 주고,


약간 서늘한 공기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날아와 우리를 적당히 시원하게 해 줍니다.



남학생들은 땔감준비를 합니다.


커다란 나뭇가지를 옮기고, 가느다란 가지는 손으로 자르고 조금 굵은 가지는 발로 자르고 더 굵은 가지는 톱으로 자릅니다.


북유럽에서 온 명랑한 청년(자신을 짐케리를 닮았다고 소개한, 이름은 잊었습니다.)은 시골일에 익숙한지 모든 것을 잘 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줍니다.


톱질하며 바디 랭귀지와 한국어, 몇 가지 영단어로 소통하며, 이러한 일들을 함께 해 냅니다.





해가 지려합니다. 이제 씻고 저녁준비 할 때가 되었어요.


이곳에 살고계신 분들은 하루에 두 끼를 원칙으로 합니다. 아침과 점심은 제공해 주시고,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저녁에 부엌을 사용하게끔 해 주네요.


우리는 집에서 챙겨온 저녁재료를 가져와 준비합니다.


미역국 끓이고 밥도 하고, 우리가 싸온 반찬으로 차린 저녁입니다.



이곳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나누어 먹기로 합니다. 우리가 만든 저녁을 나누어 먹자는 것을 전달해야 하는데.... 어찌 할까요.


저녁을 영어로 무어라 하니?


디너!


음~그럼 디너 투게더 냠냠?(밥먹는 흉내를 내며)


땡큐!!^^



이렇게 해서 함께 저녁을 먹습니다.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눕니다. 연수는 일상적인 대화를 영어로 할 수 있어 복잡한 질문은 연수에게 통역을 부탁합니다.


외국인과 함께 생활하고 밥을 함께 먹고 대화를 나누는 것, 이번 여행에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


식사 마무리 정리를 하고, 불을 지펴 봅니다.



황토로 된 구들있는 방에서 잡니다. 불장난에 아이들 신납니다. 밤송이 넣고 나뭇가지 넣어 한시간 반 정도 불을 지피니 방이 뜨끈뜨끈 합니다.


잠들기 전에 하루일기 쓰고 책을 읽으며 서로 나누는 시간으로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합니다.



너무 뜨거워 잠을 잘 수 있을까? 결국 아랫목에서 제일 멀리 있는 부엌에서 창문열고 잠들었네요.

전체 7

  • 2017-11-24 17:29
    오, 드디어 시작인가요?

    사진이 예술이네요. 무얼하건 우리 아이들이 있으면 정말 아름다워집니다. ㅎ

    기대됩니다, 공동체여행기!

  • 2017-11-24 19:33
    충주.. 분명 익숙한 이름인데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네요. 분명 처음 가는곳일텐데 아이들이 있는 풍경이 익숙해요. 사진이 가을가을 하네요. 예뻐요^^

  • 2017-11-24 19:44
    평화로워요.. 아련하기도 하고요..
    인정이와 연수의 미모는 수원 충주 가리지 않고 빛이 납니다.. 물론 장작불 지피는 태욱이 엉덩이도 세젤멋! ㅎ

  • 2017-11-25 12:19
    선생님 글이 아주 좋아요.. 한편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느낌이네요. 맨 아래 사진 속 아진이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네요. 왜 그럴까요?

    • 2017-11-28 14:52
      칭찬해 주셔서 감사여ㅎㅎ 아진이는 아랫목에 있다가 엉덩이 식히러 부엌으로 나갔답니다. 친구들을 바라보면서 '엉덩이 뜨거울텐데...'라는 생각을 하고있지 않을까요. ^^

  • 2017-11-26 09:09
    스페이스선은 저도 아주 좋아하는곳이지요 그곳의 아름다운 풍광과 사람, 동물가족들... 충주사투리가 있었다니~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

  • 2017-12-07 22:35
    충주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