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셋째날 8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6 15:37
조회
1357
다시 길을 걷는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길가에 있는 도깨비 풀을 뜯는 아이들이 생겨난다. 뒤로 몰래 가서 상대의 옷에 붙이는 것이다.

웃음을 참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딴청을 피워야한다.

그래야 상대가 알고 장난으로 응수한다.

 

여행 내 길을 걸으며 아이들이 하는 놀이이다.

 



 

이제 6코스로 접어든다.

6코스는 구들장길에서부터 다랭이길까지 약 5.11Km의 거리이다. 지도상으로는 어른걸음으로 82분이라고 되어있다.

청산도 주민들이 사는 마을을 통과하는 코스로 섬 중심을 관통한다.

 



 

여행 전, 알맞게 계산해서 쌀을 가져왔다.

그러나 막상 먹어보니 가져온 것보다 더 많이 먹었다. 오늘 아침을 마지막으로 가져온 쌀을 다 먹은 것이다.

작년 자전거여행을 할 때도 그랬지만 시골에는 진열되지 않은 것도 판매하기 때문에 작은 구멍가게가 보이자 들어가 쌀을 좀 팔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얼마나 필요하냐기에 아래와 같이 말씀드리고 만원을 드렸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김치까지 더해주셨다.

 

무겁지만 배낭에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 김치와 쌀을 나누어 가져갔다.

아, 든든하다!

 

오늘 저녁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겠다.

쌀 걱정은 덜었으니 숙소 걱정만 하면 된다.

오늘도 천사 아주머니를 기대한다.

나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모두.

 

그런 눈치다.

 



 

마을로 들어서면 여지 없이 보이는 돌담.

그 시간을 말해주는 담쟁이 덩굴.

 



 

그리고 돌담위로 보이는 호박들.

도둑맞을 염려를 하지 않는지 집집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들과 늙은 호박이 널려있다.

마지 주인집을 지키는 존재들인 양, 담벼락위에 올라 앉아 여행객들을 응시하고 있다.

 



 

자, 드디어 점심시간이다.

오늘 점심은 남은 밑반찬과 고추장이다.

단연 병희가 가져온 고추장이 인기였다. 소고기가 들어가 있는 볶음 고추장.

정말 고추장 장인이 만드신 굉장한 고추장이었다.

 

그 맛의 소문을 들은 친구들이 주변으로 모인다.

병희는 아끼지 않고 나눈다.

그 마음이 고맙다.

 



 

자, 이제 먹었으니 또 써야지!

자연스레 공책을 꺼내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는다.

배도 부르고, 누울 수 있는 장소도 찾고.

남부러울 것이 없다.

 



 



 



 

자리를 정리하고 다시 걷는다.

 

청산도에는 아래와 같은 밭들이 많다. 작은 밭부터 광활한 밭까지.

주민에게 물어보니 봄동이란다.

 

이렇게 겨울을 나고 내년 이른 봄에 먹는단다.

땅은 참 고맙다.

 

봄에도 나고, 여름에도, 가을에도 먹을 것을 낸다.

겨우내 죽지 않고 견디었다가

차가운 바람, 맑은 햇살 버금고 이른 봄에 먹을 것을 낸다.

계절의 기운을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그것들을 먹고 우리가 산다.

땅 위에서.

 



 

그렇게 우리는 6코스를 마무리하고 7코스에 접어들었다.

오늘의 목표는 7코스까지다. 7코스를 마무리하고 숙소를 찾을 계획이다.

 

7코스는 <상서돌담길-동촌리돌담길-신흥리해수욕장정자쉼터-국화해변공원-목섬새목아지-신흥리해수욕장>을 지나는 약 6.21Km의 길이다.

동촌리를 지나면 바다가 보여서 걷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신흥리해수욕장을 지나 목섬새목아지로 가는 중에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저끝에서 뻘에서 무언가를 캐고 계셨는데, 우리를 막 부르신다.

달려가보니 문어를 보여주신다. 얼큰하게 취하셨다.

 

오늘 저녁으로 먹으란다.

 

우와!  횡재다!

 



 

저 뒤에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목섬새목아지로 출발한다.

먹물주머니만 상하지 않게 하라고 한다. 먹물주머니도 먹으면 좋다고 하신다.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머릿속에는 저 살아있는 녀석의 배를 가를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문어는 탈출하지 못하도록 한결이가 비닐봉지를 구해서 운반을 담당했다.

 



 

 
전체 6

  • 2017-11-06 18:32
    그 고추장 장인께서 앞으로도 아마 여행때마다 고추장을 볶으시지 않을까요^^

    장인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아빠가 외할아버지에게 장인어른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훌륭한 딸을 낳으셨기 때문이지요... ㅋ

    • 2017-11-06 18:36
      ㅍㅎㅎㅎ 진짜요?

      • 2017-11-06 18:39
        조카가 어렸을때 그렇게 말해서 온가족이 웃었어요 ㅎㅎㅎ
        호박씨도 꽃님이도 장인!

  • 2017-11-06 18:39
    선생님 글을 읽으니 청산도에서는 바닷가 몽돌도, 담장위에 놓인 늙은 호박도 왠지 겨울왕국의 그 트롤일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

  • 2017-11-10 00:11
    볶음고추장 장인께 전수받고 싶어요~~

  • 2017-12-13 21:22
    나눔은 마음의 온도를 1도 높이는것 같아요...감사한 마음~~
    고추장 장인 접니다요... 졸업 할때까지 쭉~ 준비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