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첫째날 1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3 12:14
조회
1211
몇년째 학교의 여행 색깔을 찾는 중이다.

 

지난 학기에는 그 첫 걸음으로 역사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모둠여행이다. 각자의 모둠을 만들고, 가고 싶은 여행대로 모인다.

우리들의 모둠의 키워드는 '걷기'이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자라는 의견도 나왔고, 지리산 종주, 바우길도 나왔다.

여러 방향성이 있었으나, 억울한 사람들 없게 이야기를 많이나누었다. 그리고 모두가 동의한 방법, 뽑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나온 여행지가 청산도이다.

 

그렇게 우리는 부족한 준비를 하고, 여행일을 맞았다.

청산도는 완도에 있는 섬이기 때문에 뱃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수원버스터미널에서 6시 40분까지 만나기로 했다. 7시 4분 버스이다.

나 역시 늦으면 안 된다는 불안한 마음과 가족들과 헤어지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걸음을 나섰다.

 

버스터미널에 와보니 이미 많은 아이들이 웃으며 나를 맞는다.

 

'아, 그런거구나!'

 

누군가 먼저와서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

고맙다.

 

늦었다고 툴툴대는 아이들 없이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이다.

한결아버님도 눈에 보인다.



어느 아침이건 시간이 빠른가보다.

모두들 화장실 한 번씩 다녀왔는데, 벌써 차에 탈 시간이다. 한결아버님이 저렇게 멋지게 사진을 찍어주셨다.

 

급하게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버스를 타러 승강장으로 갔다.

 

아, 설렌다.

 

버스에 오르기 전에 여행수첩과 연필을 빼놓으라고 했다. 아이들이 불안하게 묻는다.

 

"왜요??", "글 쓰게요??"

 

지레짐작 말을 잇는다.

 

"아, 버스에서 멀미도 하고, 쓸 말도 없고..."

 

모든 말에 대꾸할 수 없다.

 

짐을 싣고 차에 올라 첫 번째 제목을 주었다.

모두다 고개를 숙이고 글을 짜낸다.

그렇게 시작되었다. 글쓰기 여행.



한참을 달려 목포터미널에 도착했다.

전에 왔을 때는 없던 영풍문고가 들어서있었다.

완도항까지 가는 버스를 타려면 약 30분 정도 남아서 서점을 둘러보기로 했다.

침묵과 독서 때 읽을 책을 가져오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서 비상금으로 책을 사라고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아이들이 다시 모였다.

태경이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나보다. 오자마자 사진을 찍어서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한다. 그 사진은 아래와 같다.

'얼음물 100원'

(돌아오는 날, 태경이가 동전을 넣어봤는데 작동은 하지 않았다. 아니 얼음물 메뉴가 작동하지 않았다.)



잠시 후, 완도행 버스가 왔다.

짐을 싣는다. 버스기사님이 젊은 분이었는데, 본인이 청산도 출신이라며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 내 고향으로 가고, 우리들도 누군가의 고향으로 가고.

그곳에서 우리는 그분의 고향분들을 만날 것이다.



수원에서 목포로 오는 버스보다 약간은 불편하다. 방금 타고 온 것은 프리미엄이고, 완도행은 일반이다.

그런 것이다.

소비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습성.

불편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종용하는 사회. 그리고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도시인들.



그래도 아이들 표정은 밝다.

그렇게 두 시간을 더 달린다. 해남의 마을마다 들러서 손님들을 태우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린다.



두 시간 후, 우리는 완도항에 도착했다.

약 3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거기에 있다.

 

우리를 태울 배.
전체 3

  • 2017-11-04 09:21

    여행 시작을 함께하는듯 설레입니다^^ 두근두근


  • 2017-11-04 21:33

    청산도 여행기 시작~~


  • 2017-12-13 20:28

    아이가 클수록 줄어드는 가방 무게 만큼 여행 떠나는 아들 마음도 보내는 제 마음도 가벼웠던
    청산도 여행
    다음 이야기가 기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