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8 빛고을 광주 역사여행 마지막 날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8-05-19 17:28
조회
1279
주먹밥 만들기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지혜학교 생활관에서 숙박을 한 저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채비를 하고 학교 식당으로 나갔습니다. 식당에는 원지와 유진이가 다른 여학생들과 벌써 도착해서 주먹밥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늘 점심 때 먹을 주먹밥입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주먹밥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시민군들의 귀한 양식이 되었던 주먹밥을 직접 만들고 있자니 그때도 이렇게 주먹밥을 만들었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지혜학교 학생들과 함께 점심 때 먹을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기념식 참석

주먹밥을 만들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짐을 모두 끌고 망월동 5․18국립묘지로 이동했습니다. 어제 전야제와는 또 다르게 숙연한 모습입니다. 전야제는 패배했지만 결국 승리를 하게 된 기쁨을 함께 나누는 자리였다면 기념식은 승리의 기쁨을 있게 해주신 5월의 영령들을 위한 자리였습니다. 저희는 행사장 뒤편에 서서 기념식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기념식에 참여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망월동으로 향했습니다.



기념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많은 정부인사들과 단체들, 5.18 유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기념식이 끝난 후에 묘역에서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석마다 쓰여 있는 이름과 그 뒤에 새겨진 가족들의 사연을 읽어보았고 마지막에 함께 모여 분향과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짐을 지고 버스를 타려 정거장에서 기다리는데 어떤 남자 분이 인사를 건네십니다. 5.18유족 중 한 분이셨는데 당시 외삼촌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사건 때 운전대를 잡고 계시던 김윤수라는 분이 바로 그 외삼촌이셨습니다.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저희가 비록 와서 한 것은 기념식 참여 밖에 없지만 이렇게 기억하고 추모를 하는 것만으로도 유족 분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당시 그 분은 20대 후반이었고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박차고 나가서 시민군에 합류를 하셨다고 합니다. 시민군과 함께 무기를 가지러 화순으로 직접 버스를 몰아가시던 중 총격을 받아 돌아가십니다. 몸은 28발의 총탄이 뚫고 지나갔고 그 자리에서 절명하셨습니다. 그게 외삼촌의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만약 그 외삼촌이 그때 나서지 않으셨다면 아마 살아있어도 사는 게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그 남자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희가 탈 버스가 왔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분과 굳게 악수를 하는데 왜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수원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기차역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광주여행의 막바지입니다. 수원역에 도착해서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순간이 이번 역사여행의 마지막이 됩니다. 지금은 기차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옆에 앉은 재혁, 건너편에 앉은 대선과 현수, 앞쪽에 앉은 원지, 유진, 현수는 이번 4박 5일을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까요.

 

서있는 걸 힘들어하고, 장난이 심해서 꾸지람을 듣기도 하고, 설명을 듣다가 어느 순간 딴 짓을 하다가도 생각을 물어보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오거나 점점 진지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4박 5일의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광주의 5월을 온 몸으로 느꼈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서도 5월의 정신을 잊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여행입니다.

 

저 스스로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고 좀 더 진중한 마음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기회가 됐습니다.

 

추장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추장 선생님이 잘 챙겨주신 덕분에 학생들을 인솔하는 데 한결 편했습니다.

또 항상 사진을 찍어주는 입장이다 보니 제가 사진에 나올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찍어주셔서 사진도 남았습니다.

 

내년 광주의 5월은 어떨까요.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전체 5

  • 2018-05-20 10:43
    김학민 선생님과 추장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 한켠에 남아있을 여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2018-05-22 21:04
      어머님 말씀대로 기억에 남았을 겁니다. 남은 1학기 여행 시간에는 여행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계속 갖게 됩니다.

  • 2018-05-20 11:49
    바쁜 일정속에서도 여행후기 챙겨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매년 주요한 현대사의 장소를 여행하는건 의미있는 교육과정 같아요.

    • 2018-05-22 21:08
      정말 빠져서는 안 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냥 책에서 배운 것과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도 많이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일찍 배운 게 부럽습니다.

      • 2018-05-23 12:08
        2,3 학년은 제주로 강정마을과 4.3 유적지를 여행했는데 작년에 가서 배웠던 5.18 광주와 연결되더라고 얘기해주더군요. 아이들이 역사여행으로 하나의 각각의 사건들로 보지 않고 역사 의식이 생기는 것 같아 보여 좋았어요. 역사여행이 자리 잡고 잘 발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