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석종사"-넷째날 그리고 마지막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11-25 07:45
조회
1494

3시 10분쯤 문 두드리는 소리, 알람소리 함께 울립니다.


반쯤 깬 모습으로 외투 챙겨입고 불당으로 향합니다.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옵니다. 북소리를 따라  四物로 향합니다.


새벽3시 조금 넘은 시간~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별을 보며 사물의 소리를 들으며 잠을 깹니다.



예불을 드리고 아침공양까지 자유시간이예요.


모자란 잠을 자도 되고 산책해도 되고 책을 보거나 글을 써도 됩니다.


연수, 인정이와 저는 별 산책 합니다. 작은 계곡길을 따라 걷다가 등불 있는 나즈막한 언덕을 올라요.


작은 등불들을 뒤로 언덕아래의 풍경과 그 위의 하늘을 봅니다. 조용히 풀벌레소리가 나고, 높은 가을 하늘 별은 반짝이고 우리의 이야기 소리만 들려요.


앉아서 이야기하다가 숙소로 가는 비탈길 가운데에서 누워봅니다. 하늘을 더 편안히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어둠이 주변을 감싸주는 아늑함에 잠이 오려 해요. 숙소 가서 아침공양시간 6시 전까지 조금 더 자야겠어요.


오늘은 등산합니다.


7시30분쯤 산에 올라요. 점심공양  전까지는 하산해야하니 부지런히 걸어요.



아이들 체력을 따르기가 어찌나 힘든지 몇 년 전부터 근육양이 현저히 줄어들어 더 그런 것 같아요.


다행히도 함께 한 보살님과 스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상황인 듯, 얘들아~ 천천히 가자~라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립니다.


산 중턱쯤, 스님이 깎아주시는 사과를 먹고, 따뜻한 차 한잔 합니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엽서에 꾸밀 가을 잎과 열매들을 주워요.



정상에 다다르니 산성이 보입니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돌을 깎아 하나, 둘 쌓아올린 성벽이 풍경과 어우러져 멋져요.


 


높은 산성위를 따라 걸어요.


난간이 없다보니 다리가 후들후들합니다. 그래도 난간이 없어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어요.



산성을 모두 올라 먼 산을 바라보니 절로 감탄이 흘러나옵니다.



벌어진 입은 다물어지지 않고, 맑고 밝은 충주의 가을하늘아래 겹겹이 쌓여있는 산, 초록산 뒤에 푸른산, 그 뒤에는 파란산, 파라르한 산,



저 끝에 있는 산은 어디쯤에 있는 산인가? 이 세상의 것인가? 한참을 바라봅니다.


 정상은 조금 더 가면 됩니다.



남산 정상을 찍고, 이 근처에서 참선을 합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장소를 찾아 앉아요.



눈은 작게 뜨고 내 앞의 1미터 정도의 바닥을 응시합니다. 숨을 고르게 천천히 쉽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숫자를 셉니다. 1부터 10을 세고 다시 10부터 1을 세고 1부터 20을 세고, 다시 20부터 1을 셉니다.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해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어 나갑니다.


생각이 이리도 많은지, 처음 알았습니다. 생각들이 계속해서 숫자들 사이에 끼어드네요.


참선을 마치고 이제 하산합니다.


점심공양하고 이제 본격적인 참선의 시간을 가집니다.


참선 5분~10분, 조용히 걷기가 하나의 묶음이 되어 반복합니다. 스님들은 50분씩 참선을 하신다 하네요.


화가 많이 오르는 사람은 실제로도 자신의 영혼과 기운을 태운다고 합니다.


그것이 얼굴로 드러나 검게 변하기도 한데요. 스님들의 얼굴이 밝고 빛이나는 이유를 알겠어요.


화가 많은 저에게 스님은 뒤꿈치를 살짝 들고 걸어 다니라는 조언 해 주시네요.


여행 다녀와서 참선하는 시간이 좋았다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무언가 내려놓았다. 나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라고 말하는 아이들 마음속이 궁금합니다.


새로운 경험은 역시 또다른 것들을 보게 하고 깨우치게 합니다. .


저녁예불을 드리고 스님과의 차담을 나눕니다.


저희와 함께 하시기로 한 스님께서 사정이 생겨 우리 절에서 가장 젊은 스님께서 차담을 해 주신답니다.


아이들과 스님이 편안히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위해 저는 잠시 빠져 불교대학의 강연에 참여했습니다.


해국스님에 세운 이 절에 해국스님께서 직접 오셔서 강연을 해 주셨어요.


글쓰기를 너무나 좋아했던 스님은 수양에 방해가 된다고 글을 쓰지 않기 위해 스스로 손가락을 자르신 분입니다.


작은 키지만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어찌나 크던지....강연 말씀에 공감이 가고 이 시간이 저에게는 배움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땠을까? 강연 끝나고 한참을 기다리니 차담을 마치고 나옵니다.


다들 싱글벙글 밝은 얼굴을 보니 아이들 역시 좋은 시간이었나 봅니다.


스님들이 수없이 받았을 질문 ~ 머리는 왜 깎으셨어요? 그러니 스님은“그러면 당신은 머리를 왜 기르나요?”라고 반문합니다.


비듬샴푸를 쓰신다는 스님, 스님들이 즐겨 사용하는 화장품이야기, 카톡하는 스님들의 일상, 3년 동안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침묵수양을 한 스님의 이야기, 스님들의 간식등, 대학을 가려거든 좋은 곳으로 가라는 진학지도까지~ 아이들은 청년스님과 차담에서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은 것이 반갑고 친근했던 모양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밤, 부모님께서 써 주신 편지를 함께 읽는 시간이예요.



그리움에 마음이 슬퍼지기도 하고, 부모님편지를 모두 앞에서 읽는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지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확인합니다.


매 번 여행의 마지막 밤은 자유시간을 가지지만, 이곳에서는 이곳의 규칙이 있기에 오늘도 내일 새벽예불을 위해 잠을 잡니다.


다음날 마지막 새벽 예불, 새벽의 별과 사물들의 소리, 예불을 경험하면서 자연과 인간, 신의 존재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합니다.



오전 활동은 마무리입니다.


어제 갔던 산에서 주워온 자연물을 가지고 엽서를 만드는 활동 이예요.



어떠한 글귀를 적을까? 나뭇잎을 어떻게 배치할까? 고민하며 정성스럽게 꾸미고 배치합니다.



완성한 작품들을 모두 모아 전시하니 가을을 담아 놓은 듯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요.



그리고 마지막 참선을 한 다음 우리와 3일 동안 함께한 스님과 차담을 나눕니다.



행복하게 나누며 사는 것, 요즘 세상의 모습에서 안타까운 것들, 부모님과의 관계등 학생들에게 좋은 말씀들 아낌없이 해 주십니다.


긴 시간동안 아이들 집중해서 들어요. 이렇게 어른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이 요즘은 참 귀해요. 그 이야기 흘리지 말고 모두 마음에 담아갔으면 합니다.


점심 먹고 짐정리하고 절을 산책하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두 곳의 다른 공동체를 통해, 같은 하늘과 땅에서도 무엇을 추구하며 사느냐에 따라  달리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삶을 경험했습니다.


우리의  삶과 내 자신을 돌아본 소중한 시간이었네요. 이제 도시로 향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상에 대한 또다른 질문들을 안고,  고기와 가족이 있는곳으로 갑니다.^^

전체 2

  • 2017-12-07 22:53
    혜국스님을 만나보게 되는 큰 행운을 다들 누리다니 너무 부러워요~~~

  • 2017-12-15 10:12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과 템플스테이~ 대단하세요!!!
    아이들이도 힘들었겠지만 ..평생~ 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좋은 인연에 감사 하네요
    병희 작은 누나도 .. 스님은 왜 모두 대머리 냐고 물었던 기억이 나네요..ㅎㅎ

    글과 사진에서 그 곳에 가 보고 온듯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