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스페이스선"그리고"석종사-셋째날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11-25 06:34
조회
1379

오늘은 "스페이스 선"에서의 마지막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말과 소. 돼지 집 치우고, 동물들 먹이 줍니다.




오늘 우리가 떠난다고 우리와 함께 저녁을 나누어 먹었던 자원봉사자 “항”이 특별히 아침을 해준다고 합니다.


독일 가정식인 듯해요. 두 가지 종류의 스튜와 핫케이크, 시럽, 사과, 밥기도 하고 감사히 먹어요.


항에게 길게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감사해요. 매우 맛나요~”라는 짧은 영어로 마음 전해요.


 우리는 최대한 이곳의 겨울준비를 마무리 해 주고 가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밤송이를 자루에 모두 담아 마무리하고, 장작도 모두 잘라 아궁이 옆에 차곡하게 쌓아놓고


방과 마당, 아궁이 청소까지 모두 깨끗이 했어요.



단호박 선생님께서는 점심 못먹고 떠나는 우리를 위해 밤을 맛있게 삶아주셨어요.


아이들이 이야기 합니다. "이 곳 분들은 모두 좋으신 것 같아요. "그러네요 사진을 보세요. 모두들 얼굴에서 선한 기운이 번져요.



이곳의 선생님께서 우리 아이들 칭찬을 아주 많이 해 주셔서 저는 더 좋았어요.


많은 청소년들이 이곳을 다녀가지만, 이렇게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조용히 해 내는 학생들은 처음이랴며 아이들이 성숙하다 합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서 감정을 숨기기가 힘들어요.


겸손하게 답을 드려야 하는데  우리아이들은 훌륭해요. 라며 한술 더 떠서 자랑합니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저를 보며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삶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마지막 인사 나누고 이제 다음 여행지로 향합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을 달려요. 밤 까먹으며 가을풍경 보며 갑니다.


석종사로 가는 버스가 있는 정류장에 내리니 조사했던 것과 달리 버스 정류장에 우리가 타고 가야할 버스 노선이 적혀있지 않네요.


 


그래도 혹시몰라  점심을 못 먹어 고픈 배를 간식으로 채우며 정류장에서 버스기다려요. .


태욱이는 육수용 말린 다시마를 먹고 있어요. 오죽 먹고싶으면 저런 것을 먹을까?라는 생각도 잠시.....미식가 태욱이가 아무거나 먹지않는다는 것을 알고있는 저는 손을 슥~내밀어 봅니다. 짭조름하고 맛나네요~ 아이들 하나 둘 태욱이가 들고 있는 다시마 봉지로 모입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입실시간이 다 되어가


안되겠다 싶어 석종사에 전화해보니 그리로 가는 버스가 거의 없다 하네요.


그래서 우리가 있는 곳까지 9인승 승압차를 가지고 데리러 와 주신다고 합니다.


도착하니 생각보다 규모가 큰 절이예요.



삶은 밤과 약간의 간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학생들을 위해 스님께서 각종 불량식품이 담긴 보물창고를 개방해 주셨어요.


과자와 파이를 율무차와 코코아랑 함께 곁들어 먹으니 입속의 달달함이 달달한 미소로 번집니다.


 


허기는 가셨으니 이제 일정을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를 이야기 해 주십니다.


"침묵을 지켜라, 이동 할 때는 나란히 걸어 다니지 말고, 한 줄을 지어 다녀라. 누군가 옆에 있으면 말을 하게 되고 침묵을 유지하기 힘들다. 사람은 말로 상처주고 상처를 받기도 하며 대부분의 말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최대한 말을 아껴라. 요즘 세상에는 듣는 사람이 없다. 말을 하는 것보다 듣자."



말하기 좋아하고 너무 많은 말들로 인해서 늘 후 회하는 저에게 말씀하시는 듯, 모든 말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2박3일 동안의 우리의 일정을 소개받고, 불교에 대한 기본적인 상징물들에 대한 공부도 합니다.


저녁공양시간~ 지난 2박3일을 동물을 사랑하는 스페이스 선에서 채식만 했던 우린, 이곳에서도 채식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보이던 등뼈찜, 삼겹살, 해장국이 써 있던 간판들 수많은 간판중에 어쩌면 고기들만 보이던지~ 신기하게도 이러한 경험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했답니다.


그리운 고기~~그러나 이곳은 절이니 또 야채 먹으러 갑니다. 둥그런 쟁반에 여러 가지 반찬 담아 둘러앉아 먹어요. 그런데...


고기보다 더 맛난 음식들에 감동합니다. 이런 맛이라면 평생 고기 먹지 않아도 되겠어요.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맛있을까~~!


저녁공양하고 예불 드리러 갑니다. 예불의 시작은 四物(북, 종, 목어, 운판)입니다.


불교에서 상징하는 물건들과 의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의식에 참여하니 모든 행위에서 온 우주가 느껴지네요.


먼 산에는 저녁별과 달이 떠 있고, 커다란 북소리가 산과 들판으로 퍼져나가 네발달린 짐승(사람과 짐승)을 깨웁니다.


 


손목만 움직이는데도 그 소리가 힘차서 온갖 짐승들이 무리지어 달려오는 듯합니다. 심장도 북과 함께 두근거려요. 몇 분의 스님들께서 돌아가며 북을 칩니다. 그 소리는 끊기지 않아요. 스님께서 우리 아이들도 쳐 볼 기회를 주시네요.



북소리가 끊기기 전에 커다란 종을 칩니다. 종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그 너머의 세상의 영혼을 부릅니다.



종을 치면서 퍼지는 여러 파장들은 그 높이와 길이가 모두 다르고 그 다름이 어울려 하나의 종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까지 가장 길게 울리는 낮은 소리는 저의 몸을 뚫고 지나갑니다.


다음은 큰 물고기 모양의 나무 "목어"입니다. 두 나무 막대기로 짧게 몇 번 두드립니다.


목어는 물속의 생물을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목어의 전설에 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어리석은 물고기의 등에서 자라나는 나무를 잘라 목어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것은 어리석음을 깨우친다는 상징을 담고 있어요.



목어는 지금의 목탁이 되었다고 스님께서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구름모양의 판으로 된 종, 그 소리는 가볍고 높고 맑아요. 하늘의 생물들을 부르는 것이라 하네요.


 


이렇게 사물 의식을 끝내고, 모든 생명과 이 세상 너머의 존재까지 데리고 우린 예불당으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스님들이 목탁 들고 무어라 주문을 외우듯, 노래를 부르는 듯 예불을 드립니다.


 


그 뜻은 모르지만 무언가 경건하고 신비로워요.


스님들의 음성의 높낮이가 달라 화음이 되고 목탁소리와 어우러져 아름답게 들려요.


고개를 드니 천정의 실에 간신히 매달려있는 아차보살이 있어요. 신으로 향해가는 인간의 힘겨운 노력~ 혹시나 저 아래로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며 악착같이 붙어 더 오르고 싶어 하는 작은 존재가 꼭 우리와 같아 친근합니다.


예불이 끝나고 108배하러 갑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108배.


108배는 불당이 아닌 숙소위의 수련장에서 합니다.



좋은 말이 쓰여 있는 글귀를 듣고 보며, 그 말 하나하나에 절을 합니다.


글귀 중에 어떠한 말이 와 닿았냐는 보살님의 질문에 연수는“실패와 성공은 하나이다.”라는 글귀를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고 하루 일기를 쓰고 마무리합니다. 내일 새벽3시에 일어나 새벽예불 드리러 갑니다.


빨리 자야하는데, 10시가 다 되어서 잠들었네요.


잠시 후에 만나요.

전체 2

  • 2017-11-27 12:07
    아이들은 108배를 하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지네요^^
    여행을 하며 하게된 새로운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갈 날에 책갈피 같이 어렵고 외롭고 힘들때 한번씩 펼쳐보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면 좋겠어요.
    틀림없이 아이들에게 그런 책갈피같은 여행이 되었을것 같아요. 든든하게 같이 해주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

  • 2017-12-07 22:48
    유성미 선생님 사진들은 왠지 얼굴이 반만 나오는것 같은데..
    의심이 듭니다.. ㅎ
    석종사 너무 좋아요
    카리스마 짱인 혜국스님이 계신 바로 그 석종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