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넷째날 11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6 20:37
조회
1297
9코스에는 <호젓한 가을색 슬로길>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정골꼬랑(상수원입구)>-국화리입구-오천기미입구-진짝지입구-지리해수욕장입구>로 이어지는 3.21Km 약 55분 코스의 길이다.

 



 

정말 호젓한 가을색이다.

벼도 노랗게 익어가고, 길도 호젓하니 말이다.

 

조금 걸어가니 오르막이다. 산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만 아스팔트 길을 가서 험한 길이 없을 뿐이다.

 

잠깐 쉬고 출발하기로 했다.

 



 

자, 이제 출발할 시간이다.

지금부터는 침묵의 길로 걷기로 하자!

 



 

침묵을 해서인지 다시 속도가 빨라진다.

 



 

한참을 걷다 보니 알았다.

 

이 길에 <호젓한 가을색>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 말이다.

길 왼쪽과 오른쪽에 보이는 나무가 단풍나무이다.

단풍 사이로 난 길이 한참을 이어진다.

 

아, 단풍이 들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청산도는 남쪽에 있어서 아직 단풍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기회가 있다면 이 길에 든 단풍을 꼭 한 번 보고 싶다.

 



 

이제 9코스의 마지막이다. 저 앞에 지리해수욕장 입구가 있다.

 

우리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을 것이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점심도시락.

 

아침을 먹고, 걸으면 점심을 먹어야 하고, 점심을 먹고 걸으면 저녁을 먹는다.

그 길에 펼쳐지는 풍경을 글로 담아내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를 찾는 것.

이것이 여행객들의 숭고한 삶이다.

 

짧지만 숭고한 삶.

여행이 주는 위대한 가르침.

 



 

드디어 도착이다.

 

한 숨을 돌리며 바다를 보고 있다.

모두을 어떤 감상에 젖었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좋니?"

 

아이들은 대답한다.

 

"배고파요."

"밥 먹어요."

 

메마른 답변.

 

아, 이들은 진정한 여행객이다.

 



 

산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아까 트럭을 타지 못한 것을 되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왜 내가 코펠을 가지러간다고 손들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트럭을 탈 수 있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먹자!

그래야 힘을 내지!

 



 

먹을 때는 아무 말이 없는 법.

우린 남자모둠이니까.

 

말을 할 때, 대화를 하는 것은 우리 답지 않은 것이다.

오직 밥에만 집중하자!

 

우린 여행자다!

 



 

밥을 다 먹은 아이들은 바다를 바라본다.

바다에 들어갈까? 신을 벗을까?

 

고민 중이다.

 



 

결국 아이들은 바다의 부름을 참아내지 못한다.

신을 벗고, 바다로 들어가 무언가를 바라보고, 내 발이 만들어내는 물소리를 들으며 웃는다.

 

좋다.

 



 

이젠 자연스럽게 각자의 침묵으로 들어간다.

무언가를 찾고, 바라본다.

 

바람이 시원하다.

 

전체 2

  • 2017-11-06 20:51
    단풍길은 작품사진 같아요!
    단풍이 든 그 길...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 2017-11-06 23:01
    꼬랑, 새목아지.. 이름이 참 정겹습니다. 경상도에서만 쓰는말인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