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넷째날 10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6 20:09
조회
1225
넷째날 아침이 밝았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글을 쓰고 자리를 정리한다. 아침당번은 준비를 하고, 나머지는 밖으로 나가 논다.

 

동윤이가 수고가 많았다.

그 모습이 기특해서 사진을 찍는다고, 여길 보라고 했다.

 

그동안 사진기를 대며 웃으라고 말해서일까,

동윤이가 웃는다.

 



 

과하다.

 

아직 세수도 하지 않았기에 더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또한 교사의 책무인 것이다.

 

제자의 마음을 지켜주는 것.

 

이것이 오늘 아침 메뉴이다.

덮밥이다. 원래는 햄볶음밥이었는데, 어제 쌀을 사며 얻었던 김치가 있어서 더 맛있는 덮밥이 되었다.

 



 

아침을 예상보다 더 맛있게 먹고, 밥을 한 번 더 하고, 덮밥에 얹을 것도 한 번 더 만든다.

그리고 각자 도시락을 가져와 점심을 만든다.

 

이 과정이 귀찮기는 해도 ,절대 거르거나 대충하지 않는다.

여행은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저 많은 밥과 반찬이 하나도 남지 않는다.

 



 

단촐해보이지만 귀하다.

 

어쩌면 도시인들은 너무 많이 먹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여행객들은 필요한 만큼만 가지고 다니고, 필요한 만큼만 먹는다.

그래도 오늘 점심은 스페셜한 것이다. 햄도 많이 있으니.

 



 

출발하기 전, 역시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

 

날이 지날수록 아이들 표정이 조금 더 밝아진다고 느끼는 것은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동윤이 표정이 밝다.

아까 내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이렇게 제자들은 밝게 자라는 것이다.

 



 

이곳 신흥리해수욕장은 청산도에 몇 개 없는 해수욕장이다.

왼편으로 저렇게 멋진 백송 군락이 자리 잡아있고, 오른편으로 아주 기일게 모래사장이 펼쳐져있다.

지금은 밀물이라 물이 들어와 있다.

 



 

오늘은 예정했던 모든 코스를 돌아야 한다.

산이 없고, 바다를 보며 아스팔트를 걷기 때문에 별로 힘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들도, 나도,

마음이 가볍다.

 



 

8코스는 <신흥리해수욕장-성산포보리마당-진산리갯돌해변-진산천-정골꼬랑(상수원입구)>까지 가는 약 4.1Km의 길이다.

 

늘 그렇듯이,

6시에 일어나 9시에 출발한다.

 

학교에서는 시간표의 리듬대로 생활하듯이, 여행객들에게도 나름의 리듬이 있어야 한다.

 

어제는 하늘이 많이 흐렸는데, 오늘이 투명하다.

 

이외수의 소설 중 이런 표현이 있다.

 

"...마당에 태양이 박살나 있다."

 

이 표현이 생각나는 하늘이다. 눈이 부시다.

기분 좋게 얼굴을 찡그린다.

 



 

한참을 가다가 초등에서 빌린 코펠을 숙소에 놓고 온 것을 알았다.

몇 몇 친구들이 되돌아가 가져가겠다고 한다.

 

고맙다.

 

남은 친구들은 글을 쓴다.

 

제목은 <코펠을 기다리며>

 

여행은 좋은 것이다.

카메라를 들이밀었는데도, 산하의 표정이 참 밝다.

 

그 표정이 문어를 삶을 때보다 더 밝다.

코펠을 가지러 본인이 되돌아가지 않아서는 분명 아닐 것이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잠시 후에 전화가 왔다.

 

펜션 주인아저씨이다. 코페을 들고가겠으니 우리가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셨다.

 

감사하다.

 

아이들이 갔으니, 오실 때 함께 태워서 오시기를 부탁드렸다.

 

잠시후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나타난다.

환한 얼굴을 하며 트럭 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보며 남아있던 아이들의 얼굴에는 부러움이 가득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던가.

 



 

그리고 다시 걷는다.

8코스는 이렇게 청산도 중앙을 돌고 있는 순환도로 옆을 걷는 코스이다.

다행이 차가 많이 다니지는 않는다.

 



 

8코스도 거의 마무리가 된다.

저 앞으로 가면 9코스의 시작이다.

 



 
전체 3

  • 2017-11-06 20:46

    선생님~~~
    솔직히, 후기 쓰시면서 혼자 히죽히죽 웃고 계시죠? 다 알아요~~!!

    읽는 사람들만 히죽히죽 웃는거 아니죠? ㅎㅎㅎ


  • 2017-11-06 20:58

    마당에 태양이 박살나 있다니!
    이번생에 소설가는 꿈도 못꾸겠어요..


    • 2017-11-06 22:58

      그러게요. 문장이 눈부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