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첫째날 2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3 13:31
조회
1140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약 30분 걸어가면 항구가 나온다고 한다.

약 6시간 동안이나 버스를 타서인지 드디어 배를 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학생들 얼굴이 밝다.

 

그래도 마음은 바쁘다.

 

혹시 길을 잃어 배를 놓지게 되면 어쩌나.. 하는 염려때문에.

어쩌면 나만의 걱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길을 가니 이렇게 바다가 보인다.

됐다. 이제 쭉 가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의 말은 보이지 않지만, 믿음을 갖고 따라가다보면 실제를 만나게 된다.

믿음이란 것이 미래에 대한 불확정성을 전제로 해서인지, 유지하기가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를 소망으로 이끄는 것 같다.

 

항구다.

 

약간은 빨리 걸어서인지 쉬어야할 것 같다. 화장실도 한 번씩 다녀오고.

 



 

청산도 입장.

와, 떨리는 마음으로 입구로 들어선다.

 



 

신분증과 승선권을 확인한다는 문구가 크게 들어온다.

 



 

드디어 배에 오른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배에 오를 때마다 불안하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을까?'

'난 용감한 교사일 수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이 나를 불안으로 이끈다.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아이들 얼굴은 상기되어 있다.

뱃소리와 파도소리가 아이들 가슴을 뛰게 만드나보다.

 



 

배에 타자마자 점심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점심 먹을 틈을 살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질 않았다.

 

정말 맛있다.

 

배가 고파서인지, 배 위에서 먹어서였는지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만족한 얼굴로 맛있게 도시락을 먹었다.

 



 



 

배가 움직인다.

약 1시간만 가면 된다.

 

자, 그러니 글을 써보자!

 



 



 

글을 다 쓴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파도도 본다.

아랫층에 내려갔다 올라오기도 하고, 간식을 먹기도 한다.

 

정말 궁금했다.

 

쉴새없이 움직이는 아이들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 8시간만에 도착이다.

 

이제 오늘 머물 숙소만 찾으면 된다.

 



 

배에서 내리면 이렇게 슬로길로 상징되는 청산도의 이미지를 만들어놓았다.

도착했으니 사진 먼저 찍고 시작하자.

 



 

우리는 항구 앞에 있는 안내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천사를 만났다.

4박의 숙소를 소개해준 아주머니를 만난 것이다.

아주머니가 먼저 전화를 해 놓으셨다.

 

그 안내를 따라 간다.

 

한옥으로 된 숙소라고 했는데, 우리가 상상한 것 보다 훨씬 멋지고 좋다.

저 아래 왼쪽에 보이는 곳이 우리 숙소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놀기 시작한다.

숙소 마당에 있는 그네에 올라 재잘거린다.

잠시 후에 조용해서 나가보니 아이들이 모여있다.

 



마피아게임을 하고 있다.

마피아게임은 이때를 시작으로 여행 내내 갖가지 규칙을 바꿔가며 했다.

 

숙소를 구해서인지 아이들 표정이 밝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숙소 안에 얼음물 정수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10분도 안 되어서 정수기 얼음이 바닥이 났다.

 

얼음을 얼리는 족족 아이들이 빼먹는다.

얼움을 얼리려고 애쓰는 정수기가 안쓰럽다.

 

마치 한 마리 얼음을 잉태하기 위해 애쓰는 어미 같다.

 



 

태경이 입에 있는 것이 정수기가 애써 만든 얼음이다.

정수기의 노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얼음들을 입 안에 넣고 있다.

 



 

시간이 되어 당번이 저녁을 준비한다.

오늘 저녁은 부대찌게다.

 



 

이렇게 완성된 부대찌게.

정말 예술이다.

 

맛도, 비주얼도!

 



 

아이들의 얼굴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저 뒤로 보이는 것이 얼음을 낳는 정수기다.

 

우리들 만나서 고생했던.

 



 

저녁을 먹고, 정리하고 잠잘 준비를 한다.

내일부터는 많이 걸어야하니 오늘은 일찍 자야 한다.

 

자기 전에 하루를 마무리하는 글을 쓴다.

 



 

아, 오늘은 여러 가지로 참 감사하다.

숙소를 정하지 못해서 많이 불안했는데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다니.

아이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청산도의 첫날 밤이 깊어간다.

 
전체 5

  • 2017-11-04 09:28

    한 알의 얼음을 잉태하기 위한 정수기의 숭고한 노동!
    태경이 집에와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얼음 이야기할때 정말 신나보였어요. 뜨건물도 안나오는 우리집 정수기가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까요.. -.,-


  • 2017-11-04 09:30

    세번째 이야기부터는 아껴서 읽어야겠어요.. 맛있는 간식을 홀랑 먹어버리고나면 너무 허전하고 후회되지요..아껴 먹어야죠^^
    정성스럽고 재미난 후기 감사해요 선생님~!! *^^*


    • 2017-11-05 10:57

      저는 홀라당 한번에 다 먹고 나무막대기 쪽쪽 빨고 있어요. 아직 우리에게는 삼일치가 남아 있어요. 눈 빠지지 말기! ^_~
      그나저나 재서말마따나 체력을 키워서 청산도 한번 가보고 싶네요. 너무 아름다워서..


  • 2017-11-04 21:36

    아이들 앉은 그네 저 넘어로 보이는 언덕이 품은 마을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우리학교 최고의 교육과정은 역시 여행인듯~~


  • 2017-12-13 20:38

    부대찌게가 맞나요? 김치찌게 인줄 ~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숙소 때문에 걱정 했는데.. 정말 근사한 숙소 같아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