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스페이스 선"-둘째날

작성자
유 성미
작성일
2017-11-24 17:46
조회
1844

6시에 일어나 주변을 산책합니다. 어제 조금 더 아랫목에서 자던 친구는 뜨거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하네요.

안개가 자욱합니다. 충주는 댐이 있어서 그런지...강이 많아 그런지...안개가 짙어요.

조용한 이른 아침에 짙은 안개가 있으니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한 느낌으로 신비하기도 합니다.

동물들은 벌써 일어났고

우리는 울타리 근처에 있는 벤치그네를 타기도 하고 , 널도 뛰어 봅니다.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단체사진 한 장 찍어요.

동물들에게 먹이 주고 그 모습지켜보니 배고파 지네요.

우리도 아침먹으러 갑니다.

만물에 스며든 태양의 밝은 빛이 생명을 살리듯

내 삶을 연장하는 귀한음식을 감

사한 마음으로 먹겠습니다.......

모여서 기도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예쁜지~이곳의 선생님들께서 빼꼼하게 연 문틈으로 핸드폰을 가져다가 동영상을 찍어요.

오늘은 오전에 밤송이와 장작작업을 이어서하고, 11시쯤 익어가는 들판으로 벼베러 갑니다.

수확이 한창인 농번기에 직접 우리를 태우러 오신 고마운 농부~

농부의 집에 도착하니 문이 많은 이층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래층은 창고와 차고, 각각의 장비들이 있고, 윗 층은 가정집입니다.

넓은 마당과 감나무 뒤로 펼쳐져있는 들판을 보며, 남자아이들은 이러한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합니다.

사모님께서 투박하고 달달한 콩떡을 대접해 주십니다. 종이컵에 담아먹는 사이다~ 고향의 맛입니다.

먹거리 하나로 시골의 삶속으로 들어갑니다. 배불리 먹었으니 일하러 갑니다. 잘 갈린 낫과 장갑을 챙기고 트럭에 오릅니다.

트럭 짐칸에 타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시골길~ 시원하고 신나요 내리기 아쉬운데 벌써 도착했어요.

태욱이는 이틀동안의 노동에  지난 밤, 방이 너무 뜨거워 잠을 잘 못자서 들판에 도착하기 전인데도 벌써 지친모습입니다.

노랗게 고개를 숙이는 벼가 익어가는 들판에 도착했어요.

기계로 벼를 베는데 모서리 쪽은 기계가 할 수 없어 사람 손으로 해야 합니다.

벼를 한줌 큼직하게 쥐고 바깥쪽에서 쓸면서 당기면 벼 밑둥이 한번에 잘려 나갑니다.

한번에 잘려나가는 기분은 왠지 통쾌합니다. 잡고 자르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를 어느 순간 잊은 채, 손만 움직입니다.

그러다 땀이나 등을 펴고 노란들판을 보면 아름다움에 눈부시고 가을바람은 우리를 식혀줍니다.

좋다~ 이곳에서 이렇게 땀 흘리며 살고 싶어라~.

이곳은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라 가을에 통통하게 살찐 메뚜기들이 많아요.

한발 한발 딛을 때마다 후루룩 날아오르는 모습,    어린시절의 익숙한 풍경이 그때가 그리워 지금은 정겨운 풍경이 되었네요

태욱이와 아진이는 신이 나서 메뚜기를 잡아요.

태욱이가 하는 말, “알을 가진 듯 배가 통통한 암컷, 짝짓기를 하고 있는 메뚜기는 잡지 않았어요.” 생명을 품은 메뚜기에 대한 배려에 그래야만 한다는 듯 확신있는 태욱이의 눈빛에 인류가 태욱이 같아야만 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 잡은 메뚜기는 저녁에 구워 간식으로 먹었어요. )

이곳의 농부는 낭만적인 감성으로 가득하세요. 벼농사를 지으면 이리되는지, 원래 감성가득한 분인지, 우리를 위해 벼꽃다발을 만들어 주시네요.

한아름 안고 찍으면 아름답다며 허리숙여 정성스럽게 묶어 아이들에게 안겨 줍니다.

 

마무리하고 옆의 당근 밭으로 갑니다. 선물이라며 크고 예쁜 당근을 뽑아서 가져가라 하시네요. 아이들 신났어요.

집에 돌아오니 할머니와 아주머니께서 시골밥상 한상차려 주셨어요. 그 상에 정성이 가득합니다.

두 상으로 어르신 상, 아이들상 나누어 먹어요. 밥기도도 빼 놓지 않고 합니다.

배불리 먹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어딘가에서 배고파하는 나의 이웃을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외치고 밥수저 듭니다.

 후식으로 사과도 내어 주셨어요. 한창 자라는 아이들이라 고개 돌리면 빈 접시입니다.

거실주변을 둘러보니 가족사진이 있어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농부의 길을 가고있는 젊은 부부의 이야기도 들어요.

농부의 부모님께서 아들을 낳아 기뻐서 심은 창밖의 자두나무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십니다.

부른 배를 안고 할머니 할아버지 아주머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사과농장으로 향합니다.

농번기 바쁘실 텐데, 충주와 원주의 경계쯤에서 사과농장을 하시는 분과 우리아이들을 만나게 해 주고 싶다며~

먼 길을 운전해 태워주셨어요.

그 길을 가면서 보이는 창밖의 풍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네요.  오후의 햇살은 더 노란빛이 돌아 가을을 물들이고 있어요.

작은 마을에서 오르막길을 올라 가장 높이 있는 사과농장으로 갑니다.

그 곳에서 나이 지긋해 보이시는 분께서 우리를 반겨 주세요.

잠시 사과 농장을 둘러보는데 평소에 봤던 사과나무와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무에 동물들의 안식이 되어주는 구멍도 군데군데 뚫려있고, 가지가 쳐지도록 주렁 주렁 달려있는 사과나무가 아니닌 잎사귀와 가지, 열매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무예요.

10대 때부터 이 사과나무와 함께 하셨다합니다.

가뭄되면 마을아래에서 이 높은 곳까지 물을 이어서 주고, 봄 되면 황토를 나무둥지에 발라 해충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이 많은 나무 하나하나 어찌 발랐을까?

이곳에 있으면 생물의 다양성과 소중함을 느끼기에 사과나무만이 아닌 이곳에서 함께 어우러져서 살고 있는 생물들,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힘들어도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부는 우리에게 사과를 한번 맛보라며 건내어 주십니다.

먹는 순간  맞아! 사과 맛이 이랬지~ 라는 생각과 함께 어린시절에 먹었던 사과를 떠 올립니다.

새콥하고 향이 풍부한 사과~껍질은 상처를 입고 치유한 흔적들이 있고, 껍질도 육질도 단단합니다.

농부는 잡초와 함께 키우는 사과나무의 장점도 이야기 해 주십니다.

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우리 사과나무는 괜찮았다.

바로 잡초가 수분을 잡아 주었기에 이것도 소중한 것이다.

그분이 말씀하신 한마디 한마디는 몸으로 깨우치고 경험으로 얻은 지혜이기에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이루고자하는 가치를 실천으로 연결하는 삶은 인간을 참으로 아름답게 만드네요.

이 사과농장에 있는 개는 크고 검으며 목줄이 풀려있는데도, 무섭지 않고 너무나 친근해 보입니다.

도시에 있는 사람과 동물들, 자연과 함께하고 그곳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도시의 삶이 우리의 본질을 얼마나 변질시켰는가에 대해 다시한번 깨닫게 되네요.

오늘은 사과를 따지 않아도 되니, 자유시간을 가지라 합니다.

우리는 각각 마음에드는 사과나무 그늘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스페이스 선으로 향합니다.

 식사당번은 저녁준비를 하고 나머지 아이들은 구들장에 불을 지핍니다.

오늘도 “디너 투게더 냠냠” 우리가 요리해서 함께 나누어 먹어요.

김치볶음밥을 함께 나누어 먹고, 저녁명상과 요가를 하기 전에 잠시 자유시간을 가져요.

게스트 하우스 소파에 앉아 소리 나지 않은 연주를 합니다.

노래를 하는 모습인데 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능숙히 연주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노래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행위예술인 듯 그 모습이 재미있어 찰칵!

저녁 요가시간, 방으로 들어가  매트를 깔고 요가와 명상을 합니다.

 

스페이스 선에서의 마지막 밤, 단호박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장작불에 구워 먹으라며 고구마를 건내어주십니다.

신이난 아이들은 다시 불을 피고 고구마를 호일에 쌓아 넣어요.

고구마가 구워질 때 까지 방에 모여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잠시 여자 방에 갔는데,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불을 너무 지폈는지 아랫목에서 연기가 올라옵니다.

바닥에 깔려있는 멍석이타고 그 위에 침낭들이 노랗게 익었네요. 고구마 익히려다 침낭도 함께 익어버렸어요.

합성섬유로 된 침낭에서 나온 냄새가 지독하네요. 아궁이에 불을 끄고, 오늘은 남자방에서 함께 자야할 듯 해요.

여자방은 뜨겁고 냄새도 나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남자 방으로 향합니다.

알맞게 데워진 방을 여학생들에게 내어주고 남자들은 옆에있는 부엌에서 잡니다.

첫날은 너무나 뜨거워 잠을 설치고 오늘은 부엌에서 추워서 밤을 설칠.....남학생들이 걱정도 되고 미안해 지기도 했지만,

피곤한 몸 따끈한 방에 누우니 잠이  오네요.  방 내어 주어서 고마워요. 아진이 태욱이 병찬아~~!!

전체 9

  • 2017-11-24 19:28

    아! 병찬이의 저 표정을 보니 실감이 나네요. 병찬이가 돌아왔다~~^^


  • 2017-11-24 19:55

    사과한알과 나무.. 그림이 느낌있어요^^
    반모임때 이야기로 전해들었는데도 후기로 다시 만나니 새로워요.. 선생님들 한분 한분 너무 애쓰시는거 같아 감사하고 또 죄송하고 그러네요..

    그리고
    선생님 솔직히!
    네번째 사진은 선생님 제일 잘나온걸로 고르신거죠? 랜덤인데 저정도면 반칙입니다. 10대 옆에서 굴욕없는 미모라니요! 칠보산의 얼굴패권주의 청산해야해요^^


    • 2017-11-24 21:29

      솔직히 랜덤입니다. 저~~이정도 입니다. ㅎㅎ 반칙이라면 현실을 약간 보정해주는 필터^^*


      • 2017-11-24 23:27

        ㅎㅎㅎ선생님이 자랑스러워요~~~♥

        먹거리를 막걸리로 읽은 저와는 노화의 속도가 많이 다르신듯....쩝^^


  • 2017-11-26 09:04

    제가 늘 뵈어왔던 한살림생산자님이십니다. 이 기회를 통해 아이들도 지속적으로 일손돕기형태로 가고 생산자님도 학교로 모셔서 인사나누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어요~~~~♡


    • 2017-11-28 14:55

      네 ~ 일손돕기^^ 좋아요~~꼭! 모셨으면 해요. 넘 감사해 우리가 직접 만든 작은 선물이라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


      • 2017-11-28 21:30

        한번 연락을 취해볼께요^^


  • 2017-12-07 22:41

    사진과 글이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충주 좋아요~~


  • 2017-12-15 10:18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 ~~
    우리 아이들과 너무 잘 어울려요
    그곳에 사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