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 걷기여행 - 다섯째날 13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7-11-06 21:54
조회
1451
다섯째날 아침.

 

지난 날들이 그러하듯 이제는 익숙한 노랫소리를 알람삼아 일어난다.

 

제목을 주자, 당연한 일상이란 듯 쪼로록 누워서 글을 쓴다.

어떤 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하니 노트를 바라보고,

어떤 이는 지난 시간 그러했듯, 지금 느낌을 연필을 통해 노트로 뚝뚝 떨어뜨린다.

 

시간이 되고 아침 당번이 일어나 능숙하게 마지막 손수하는 마지막 식사를 준비한다.

 



 

오늘의 메뉴는 남은 반찬과 햄밥이다.

남은 반찬이라고 해도 김이 전부이다.

 



 

이것이 여행자의 식사다.

신기하게도.

 

방금 구운 햄인데도 말라비틀어진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여행자의 요리법인 것이다.

 

격렬하게 아름답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나서야 한다.

9시 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이들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열심히 먹는다.

 

거룩한 자신의 의무이듯.

쌀 한 톨 떨어뜨리지 않고 모두 삼키리라!

 



 

밥을 하다보니 약간 남게 되었다.

이걸 어떻게 처리하나... 잠깐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태경이가 누룽지를 만든다.

 

와! 멋지다!

 

태경이가 만든 누룽지는 금세 없어졌다.

그렇게 우리가 가져온 반찬과 쌀을 모두 우리 몸의 에너지로 바꾸었다.

 



 

한옥숙소 주인 아주머니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이제는 익숙한 골목길을 내려간다.

집에가는 배를 타야지.

 



 

표를 끊고, 배로 향한다.

 

참 반갑다.

불안함보다 설레임에 입이 벌어진다.

 



 

배에 오르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아이들 얼굴도 밝다.

이제는 낯설지만 익숙했던 과거의 리듬으로 돌아간다.

그곳에는 부모님이 계시고, 도시적 삶이 있고, 침대가 있다.

 



 

청산도 배에서 내리기 전에 인증사진 한 번 찍자!

아이들 얼굴이 약간은 더 밝은 것 같다.

 



 

이제는 약 30분 정도 바다를 왼쪽에 두고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한다.

올 때도 잘 왔으니, 잘 갈 수 있겠지?

 



 

우리는, 그 믿음대로 잘 왔고, 목포가는 버스에 오른다.

 



 

목포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시간표를 확인해보니, 수원가는 버스를 타려면 약 2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각자 흩어져 비상금으로 원하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버스에서 먹을 간식도 2,000원 이하로 사기로 했다.

원래는 1,500원이었는데, 2,000원으로 이하로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한다.

 

참 맑은 영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

 

그렇게 약속 시간까지 모두 모여

첫날 들렀던 영풍문고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새책을 뽑아 도서관에서 있는 것처럼 책을 봤다.

 

화장실 갈 사람은 다녀오고, 간식 살 사람도 다녀온다.

오랜 시간 버스를 타야하니.

 

기사님께 여쭤보니 금요일이라 도착 예정 시간을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하신다.

 



 

그리고 버스는 우리를,

 

우리의 익숙한 리듬이 있는 곳으로 옮겨주었다.

예정된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모두의 얼굴이 밝다. 그 어느 때보다 밝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밝고 맑은 영혼들!

카메라 앞에서 절대 가식적인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얼굴들!

 



 

여행객들은

빠르게 움직이는 버스를 능숙하게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집이 있어야 여행객이니 말이다.

 

가을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 온 이들의 삶에 야생성이 사라지지 않기를!

도시는 그 빛을 밝히며 별빛을 가리지만,

그 빛 뒤로 반짝이는 은은한 빛을 바라볼 수 있기를!

 

다시 그 전의 리듬으로 돌아온 이들이지만,

다시 이제는 낯설게 느껴지는 새로운 리듬을 항상 그리워하기를!

 

2017년 가을 청산도 여행을 그렇게 다녀왔다.

 

 

나도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며,

참을 수 없는 웃음에 입술을 히죽거리며 집으로 갔다.

 

 

 

끝.
전체 6

  • 2017-11-06 22:54
    아.. 드디어 끝이군요. 아쉬워요. 쩝~ 아이들은 정말 기승전결,수미쌍관 일관성있는 단체 사진을 찍었네요. ㅋㅋ 하긴 저도 6년간 일관성있는 편지를 매번 처음인듯 보내주고 있었는데 뭐라하겠어요. ^^;;
    6학년때 까지만해도 저러지들 않았는데 남자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것같아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 2017-11-07 13:29
    마지막 사진에서 웃고 있는 동윤이는 선생님께서 지켜내신거에요~!!

    마지막에 오니까 음성지원까지 되는것 같았어요ㅋㅋ
    선생님 감사합니다~

  • 2017-11-10 02:05
    즐거운 여행기 잘 봤습니다.
    저도 청산도에 가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 2017-11-14 15:29
    짝짝짝^^
    글, 사진, 이야기 모두다 감동입니다...
    청산도! 꼭 가고싶은 여행지 1순위로 접수했네요~

  • 2017-12-13 14:12
    에고... 이제서야... 여행기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감동적이고 생생한글을 못보고 지나갔으면 어쨌을까 싶네요...

    하루에 여섯개의 글을 썼다고 해서,
    글쓰기 힘들어하는 산하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었는데, 여행글읽고 너무 감동받았었지요.
    선생님과 학교의 힘. 그리고 함께하는 친구들의 힘입니다.
    더이상 우리아이들에게는 바랄것이 없습니다~~ ^^

  • 2017-12-13 21:56
    마지막 사진이 무언가 아쉬움과 그리움이 교차 되어 보입니다
    각자의 그리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생각에 ...
    특히 선생님 표정은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언능 돌아 가고 싶으신 표정 이세요
    애쓰셔 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