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학기 여행-2

작성자
깔깔마녀
작성일
2017-02-12 18:07
조회
928
여자아이들 텐트가 거의 완성되었지만 남자아이들은 이제 시작입니다. 남자아이들 텐트 치기가 조금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폴대를 세우고 이너텐트를 만듭니다. 그리고 바닥을 깔아놓으니 깔끔한 우리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너텐트 밖에는 이렇게 상을 펴 놓았습니다. 남은 4일 동안 이 상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어요. 그리고 해변으로 나가봤어요. 저렇게 안개가 자욱하게 낀 것이 정말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했습니다.



아이들이 안개 속에 있습니다. 희미하게 바다가 보이는데, 파도소리는 선명하네요. 아이들 마음도 안개에 둘러싸인 것처럼 희미하고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소리를 확인하며 '나 여기 살아있다!'고 외치는 것 같을 때가 많습니다. 날씨가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물에 뛰어들지는 않더라고요. 숙소로 돌아와서 여행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채빈이는 은나무 선생님 등에 붙어서 웃고 있어요. 참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이 시기에 은나무 선생님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여행일기는 선생님들이 제목을 줄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안개에 싸인 바다, 인간의 나무, 둘째날이 밝았다. 뭐 이런 것들입니다. 이 제목에 맞게 아이들이 자기 감상을 적어나갑니다. 아이들 글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하루일기를 다 쓴 아이들은 사워를 합니다. 여자아이들 네 명이요. 남자아이들은 굳이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나봐요.

자, 그리고 때가 되었으니 밥을 먹어야지요. 아이들이 식단계획대로 밥을 합니다. 처음 해보는 밥인데요, 경험있는 아이들의 설명을 잘 듣고 시도합니다. 결과는요? 기대보다는 아주 잘 되었습니다. 여행을 오니 밥을 해먹는 그 자체만으로도 스펙타클한 경험이네요. 밥을 먹는 것에서도 성취감을 느끼네요. 스스로 한 밥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자리를 잘 치웁니다. 그리고 저녁 활동을 하려고 텐트 안으로 들어와 둘러앉았어요. 선생님들이 준비한 질문을 뽑아서 자기의 솔직한 대답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아이들 모두 즐거워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다고 대답한 '둘씩둘씩 데이트'시간을 가졌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쌍씩 짝을 지어서 캠프장 둘레를 걸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상과 다른 공간에 왔으니 일상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한 시간이었습니다. 일상 안에서는 여자들끼리 , 남자들끼리 이야기를 많이하니까요.

이렇게 여행 첫날이 저물어갑니다.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은나무 선생님 얼굴이 인상적이에요. 새벽부터 밤까지 피곤한 하루였습니다. 집을 떠나와도 안심입니다. 우리가 만든 우리 공간이 있으니까요. 비밀을 만들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아직 많이 서툴고 뜻대로 되지 않아 위태해보일 때가 많지만 그래도 우리는 내일 눈을 뜰 수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여물어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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