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학기 여행 - 5

작성자
깔깔마녀
작성일
2017-02-13 21:44
조회
855
벌써 마지막날이네요. 시간이 금세 지나가요. 오전에 산책과 침묵시간을 갖고 오후활동을 준비합니다. 오후 활동은 두 가지인데 여행주도 모둠이 준비한 해변 보물찾기와 선생님들이 준비한 추적게임이 그것입니다. 아이들이 보물을 엄청 열심히 찾더라고요. 저도 보물을 여러 개 찾았는데, 모두 꽝이고 하나만 진짜 보물이었어요. 여행 끝나고 그 다음 주에 지우개를 받았어요.


 

그리고 바로 이어서 추적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단서가 숨겨져있고, 그 장소를 암시하는 단서를 추리해가면서 마지막 장소까지 이동하는 게임이에요. 서영이와 나현이가 고른 단서를 보세요. 저 그림과 같은 곳을 찾아내서 단서를 찾아야 해요. 아이들이 제법 열심히 했어요. 뛰어다니기도 하고, 주변을 열심히 살피기도 합니다. 단서를 찾아냈을 때는 크게 기뻐하기도 해요. 준비를 열심히 한 만큼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많이 흐뭇했습니다. 이 활동을 준비하면서 느꼈는데, 은나무 선생님은 시인이시더라고요. 아름다운 시인이세요.

 


 

오후 활동을 마치고 우리 공간으로 왔습니다. 여행일기를 쓰고, 샤워를 하고 오후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러던 중 반가운 얼굴을 만났습니다. 서영이 부모님이 오셨어요. 감사하게도 아이들을 위해서 고기를 구워주셨어요. 아이들이 뜻하지 않게 호강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영이 아버님, 어머님!

 



 

아, 마지막 밤이에요. 부모님이 정성껏 써 주신 편지를 꺼내서 읽었습니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친구 엄마, 아빠에게 "아저씨, 아줌마" 이렇게 부르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더 자라고 어른이 되면 친구 부모님에게 "어머니, 아버지' 이렇게 부르게 되겠지요. 저도 제 친구 어머니에게 "어머니"라고 부르거든요. 친구의 어머니는 나중에 아줌마에서 어머니가 되는 법이거든요. 같은 품 안에서 같은 마음과 시선으로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지요.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서 그것을 아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부모님들의 편지를 소리내어서 함께 읽었어요. 다 큰 어른처럼 행동하지만 이럴 때 보면 마냥 어린애입니다. 눈물이 나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엄마가 써 준 편지는 은나무 선생님이, 아빠가 써 준 편지는 제가 대신 읽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꼈어요. 아이들도 그렇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교사들도 그랬습니다. 한 품에서 아이들을 키우려니 한 시도 조용할 날이 없어요. 시끌거리고 투닥거리네요. 그래도 아이들은 알아요. 엄마 아빠 글씨만 봐도 눈물이 터지는 것은 그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좀 늦었지만 둘씩둘씩 데이트를 했습니다. 오늘은 해변으로 나가도 좋다고 했어요. 모두 해변가를 걸으며 속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그 시간에 느꼈던 것은 진심이겠지요? 누가 뭐라해도 우리가 느꼈던 것은 진실이겠지요?

 



 

아, 마지막 날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인솔자로서 걱정과 염려가 많았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했어요. 다 컸어요. 이 아이들이 튼튼한 나무가 되어서 후배들의 그늘이 되어주겠지요. 더 튼튼하고 더 높이 자라려고 이렇게도 흔들리며 자라겠지요. 내일이면 엄마, 아빠를 보겠네요. 아쉬워하면서도 기대하는 모습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따뜻한 밤이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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