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학기 여행 -1

작성자
깔깔마녀
작성일
2017-02-12 23:04
조회
922
지난 5월 저희들은 태안반도에 있는 학암포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계획부터 준비까지 모두 아이들 손으로 한 의미있는 여행이었습니다. 1학년 1학기 여행은 우리 학교 여행의 입문과정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내 짐을 내 등에 집니다. 최소한의 옷가지를 준비해서 빨래도 하고, 코펠과 버너를 이용해 밥도 지어먹습니다. 설거지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요. 텐트 치고 우리의 공간을 만들어 하룻밤을 자보기도 합니다. 일상과의 단절을 통해서 관계의 연결망을 몸으로 겪어보기도 합니다. 내 안의 작은 우주와 장엄한 현실 세계가 만나는 경험도 기대해봅니다.

드디어 부푼 마음을 가지고 수원버스터미널로 모입니다. 제법 이른 시간이지만 지각하지 않고 잘 왔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보며 스스로 대견스러운지 웃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눕니다. 우리의 담임샘 은나무 선생님께서도 첫 여행의 흥분과 기대를 가지고 일찍 나오셨습니다. 지난 밤 동안 나현이와 은기가 몸이 안 좋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저렇게도 밝은 얼굴로 나왔습니다. 간단한 점검을 하고 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버스가 왔습니다. 캠핑장으로 여행을 가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텐트를 승용차로 이동합니다. 아이들과 은나무 선생님은 버스를 타고 자기 배낭을 가고 출발합니다.



버스는 어느새 태안 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마을버스를 타고 학암포 캠핑장으로 이동중이에요. 준서도 기분이 좋은가 봅니다. 그리고 텐트를 실은 승용차보다 더 먼저 아이들이 도착을 합니다. 캠핑장 예약을 규빈이와 채빈이가 했어요. 우리가 텐트를 치는 장소 앞에 이렇게 아이들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정말 대견하죠? 아이들도 신기한지 이름을 보면서 싱글벙글입니다. 맞아요. 우리는 이름을 보며 기뻐하는 존재들이에요. 내 이름이 어디에 있는지, 누가 내 이름을 불러주는지를 살피며 내 존재를 확인하나봐요. 이 반짝이는 아이들도 그렇게 자기 이름을 확인하며 자기존재를 느끼며 싱싱하게 여물어가겠지요,.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먹었어요. 자리를 잡고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싸주신 도시락을 열었죠.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묻습니다. 텐트 쳐도 되냐고. 물론입니다. 아이들은 각자 가져온 텐트를 내리고 꺼냅니다. 캠핑을 다녀본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아버지가 치는 텐트를 어깨 너머로 보아서인지 정말 잘 칩니다. 실수도 하지만 제법 빠른 시간 안에 그럴싸하게 완성을 하네요. 채빈이 웃는 얼굴 좀 보세요. 뭐가 그리도 유쾌할까요? 통통 튀는 사춘기 마음을 갖고 있는 소녀이지만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기 공간을 바라보며 즐거운가봐요. 친구들과 저렇게 만들어가니 정말 뿌듯한가봅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내 공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어찌 그리 뿌듯하고 좋았었는지... ... 남자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조금 잡아주긴 했지만, 규빈이가 주도하면서 치기 어려운 텐트를 정말 훌륭하게 완성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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