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학년 해외이동 수업 및 졸업여행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19-11-27 11:20
조회
1253
다녀온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지금 되새겨보면 학생들도, 담당교사로 함께 다녀온 저도 잊지 못할 한 달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에서, 저의 삶에서 이런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요.

흔치 않은, 어쩌면 살면서 한 번뿐일 수도 있는 여행을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9월 29일~10월 13일 크리스탈워터스 공동체

여행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2주의 기간은 크리스탈워터스 공동체 속 삶을 함께 했습니다.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많은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마을 안 피자가게 초대로 함께 피자와 빵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차량의 부속들로 악기를 만들어 연주하는 분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매달 한 번 열리는 마켓을 둘러보기도 하고, 양봉을 하시는 부부를 방문에 함께 양봉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던컨이라는 분은 저희를 데리고 크리스탈워터스 안을 구석구석 보여주시기도 했지요.

학생들이 여기서 배운 것 중 하나를 '사람들과의 교류'라고 꼽을 만큼

그 안에 계시는 모든 분들은 먼 곳에서 온 저희를 위해 하나하나 신경써 주시고 마음을 써 주시는 게 많이 느껴졌습니다.

한국에서 '정'이라고 부르는 정서가 그 마을 안에서도 느껴졌습니다.

그 외에도 원시림, 누사 해변 등을 둘러보면서 대자연의 일부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 호주의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아갈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10월 13~15일 브리즈번 도시 일정

마을 공동체와 도시의 분위기는 확실히 다릅니다.

마을, 소규모 도시는 여유와 품어주는 것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도시는 리듬도 빠르고 바쁘죠.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동안은 오랜(?) 마을 공동체 생활을 끝내고 도시 생활을 했습니다.

보름 가까이 텐트에서 지내다가 이틀 동안 침대에 누워 자는데 그렇게들 잘 잘 수가 없습니다.

첫날은 시내도 돌아보고 야시장도 둘러보며 쉼과 탐색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둘째날은 각 학생에게 도시의 각 지점을 지도만 갖고(!) 찾을 수 있도록 미션을 주었고

셋째날은 각 학생들이 자유롭게 돌아보도록 시간을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담당교사로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먼 타국 땅, 대도시에서 학생들이 각자 잘 다닐 수 있을까.

물가에 애들을 내어놓는 것마냥 걱정이 됐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브리즈번 일정도 무사히 마친 후 저희는 서호주 퍼스로 향했습니다.



 

 

 

 

10월 16~25일 서호주 대자연 일정

10월 16~17일 이틀 동안은 대자연 일정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7박 8일간 이어질 일정을 위해 학생들은 식단, 숙소, 이동을 점검했습니다.

저도 호주에서 처음 운전을 하게 된 터라 바짝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로 쉽지 않은, 흔치 않은, 잊지 못할 경험들을 하고 왔구나 싶습니다.

하얀 모래가 산처럼 쌓인 란셀린, 기괴한 모양의 암석들이 줄지어 서 있는 피나클스 사막

밤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은하수, 핑크 레이크, 서호주 해안을 다 품어주는 인도양

칼바리 국립공원, 산소를 내어주는 스트라마톨라이트, 조개껍데기가 가득한 쉘비치, 샤크베이의 조용한 마을 데넘

몽키미아의 야생 돌고래들, 펠리컨들, 캥거루, 에뮤, 코알라...

그곳에 다녀온 것 자체만으로도 대자연에서 배우는 것은 컸습니다.

대자연은 교과서 줄글들처럼 설명을 해주는 게 아니라

빛을 통해, 소리를 통해, 바람을 통해 마음 속에 그 모든 것을 새겨줍니다.

'감동'이라고 하나요.

저는 20대 중반에 처음으로 한달 동안의 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동쪽부터 서쪽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만리장성, 내몽고의 평원,  기차를 타고 사막 한 가운데 떠 있는 달을 보면서 달리던 기억

사막 위에서 바라본 일몰, 호수 위를 잔뜩 채워주는 운해.... 이런 광경들은 제 뇌리에 1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뭐랄까. 산에 힘들게 올라가다가 중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앉아있는데 작은 바람이 부는 느낌이랄까요.

딱 제 얼굴의 땀을 식혀주는, 그렇게 해서 다시 산을 오를 힘을 주는 그런 바람.

학생들에게 대자연 일정이, 한 달간의 여행이 분명 이런 작은 바람이 되어줄 겁니다.



 



 

10월 26~31일 퍼스 일정 그리고 마무리

대자연 일정에서 돌아온 후 쉼의 시간과 마무리의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여행 일정 동안 저희는 외부만이 아니라 우리 내면으로도 눈을 돌렸습니다.

관계, 자신에 대해, 옆 사람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고 서로에 대해 한 발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루를 끝내면서 나누었던 솔직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요.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들은 작은 씨앗으로 학생들의 마음 속에 심어져있습니다.

한 달.

긴 생애를 보자면 참 짧은 기간이지만. 평소에 바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리는 시간이지만.

호주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낸 한 달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긴 한 달이 될 겁니다.

2019년 10월을 이후 학생들이 언제 어디를 가든 떠올리게 될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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