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18여행 5

작성자
최껄껄
작성일
2019-05-27 22:51
조회
1008
여행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가방이 무겁기 때문에 우리 배낭을 숙소에 그대로 두고 기념식에 다녀와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립니다. 우산을 챙겨 쓰고 길을 나섭니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타고 518버스를 환승하려고 기다렸으나 30분마다 있는 버스가 손님을 가득 실어 우리를 태우지 않고 갔습니다.

비를 맞으며 한 시간이나 거리에 서있었지만, 기념식 참석 시간이 거의 다 되어 화만 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택시 3대에 나누어 타고 기념식장으로 갔습니다.

사람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광주사람들이 기념식참석을 반대하는 야당대표가 오기로 되어있어서인지 경찰도 굉장히 많았고, 사람도 아주 많았습니다.

입구로 들어와 참가 티켓을 발부받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곳 부스에 와서 각각 학생증을 제시하고 생년월일을 말하자 티켓을 내주었습니다.

 



 

티켓을 받았다고 바로 들어갈 수 있지 않습니다.

저 앞에서 공항들어갈 때 하는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중요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인지 경계가 삼엄합니다.

 



 

 



 

그 많은 인파를 뚫고 식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식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앉을 자리가 없었습니다.

 



 

묵념을 합니다.

 



 

어디선가 대통령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무리 까치발을 하고 목을 길게 빼어봐도 보이질 않습니다.

아이들이 각자 대통령이 잘 보이는 곳을 이동합니다.

 



 

그렇게 식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 틈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기념식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나누고 숙소를 청소했습니다.

나중에 사장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청소를 너무 말끔하게 해 놓고 가서 정말 감동받았다고요. 내년에도 꼭 다시 오라고.

학생들이 올해들어 최고의 손님들이었다고.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원으로 떠나기 전 4박 5일 동안 우리를 편하게 쉬게해준 숙소 앞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기 전 그 유명한 송정떡갈비 1호점에 들러 식사를 합니다.

모두가 흡족하게 먹었습니다.

 



 

서준이는 너무 맛이 있었는지 공깃밥을 한 그릇 더 먹었습니다.

맛있게 먹는 서준이 얼굴만 보아도 배가 부릅니다.

 



 

광주송정역에 들러 다시 가방을 정리해 놓고 간식을 사러 갑니다.

빵 하나, 우유 하나를 살 수 있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어서  기차 안에서 배가 고플 수 있습니다.

우리 도착예정 시간은 저녁 8시 44분입니다.

 



 

수원행 기차를 기다리는 아이들 얼굴이 밝습니다.

집에 간다는 생각에 피곤도 모두 사라진 얼굴입니다.

 



 

드디어 기차를 탔습니다.

기차를 타고 글 두 개를 먼저 써야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꿈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리고 어느덧 익숙한 풍경의 플랫폼에 도착했습니다.

 



 

참 반갑습니다.

수. 원.

 



 

이제 저 코너만 돌면 부모님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마지막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했지만 특별히 깊게 나누었던 것은, 슬픔입니다.

슬픔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말입니다.

 

우리학교는 특별히 기억하려고 애쓰는 것들이 있습니다.

48년 4.3

80년 5.18

2014년 세월호(기억의 날)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당한 슬픔을 우리는 어떤 태도로 대하고 있는지 깊게 생각해보았습니다.

해인 수녀님은 슬퍼하는 사람 옆에서는 숨소리도 내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는 슬퍼하는 사람 옆을 찾아간 사람의 태도입니다.

어쭙잖은 위로가 아니라 가만히 있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함께 울어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냥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광주에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고맙다고, 훌륭한 학교라고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처음 보았지만 그렇게 말합니다.

그들이 당한 슬픔을 기억하려고 애쓰고, 그 곁에 와 주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국가공동체 안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을 생각하듯,

우리 학교 안에서,

그리고 우리 가족 안에서 당한 슬픔을 모른 채 하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외면하지 말고,

잠잠하게 옆에 있어주는 마음을 품는 아이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역사적,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우리학교 역사여행이 존재하는 이유겠지요.

 

이런 저런 깊은 생각들,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

피곤한 육체를 이끌고,

우리는 가족을 만나,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끝.
전체 3

  • 2019-05-27 23:40
    많은 아이들을 혼자 인솔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4박5일동안 아이들이 많이 자란 것 같네요. 몸도 마음도...

  • 2019-05-29 00:37
    반모임에서 다 본 사진인데도 글로 보니 더 재밌네요~ 선생님 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아이들도 좋은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

  • 2019-05-31 08:03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부쩍 자라는 아이들을 느낍니다. 여행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