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적 삶 3일차

작성자
김 학민
작성일
2018-10-23 23:43
조회
1018


상추를 수확하고 있는 성훈과 지영

모두 이런 과정을 통해서 농산물이 마트까지 들어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트에서 양파, 당근 하나를 사더라도 '생산'의 과정을 떠올린다면 큰 수확입니다.



지영이가 치커리를 심고 있습니다.



작년에 현재 5학년들이 만든 화단입니다.

이제 겨울로 가는 길목이라 쓸쓸해보이지만 봄에는 알록달록했을 겁니다.



매일 있는 평민마을학교 수업들입니다.

오늘은 월요일, 다름과 되기의 문명사 강의를 듣기로 되어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찍었습니다.

8시도 안 된 시간이지만 정말 한밤 중입니다.

도시에서는 달빛 귀한 걸 모르는데 여기서는 참 귀합니다.

 

 

다름과 되기의 문명사 강의 후기

오늘 강의 내용은 참 다채로웠습니다.

작년에는 마을, 농사 등에 대한 강의를 주를 이루었는데 어제와 오늘 강의는 인문학 교양을 쌓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강의의 핵심은 지리인식의 한계와 대상인식의 한계는 일치한다는 것. 이것이 강의의 결론입니다.

여러가지 내용이 나왔지만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한반도에 '갇혀서' 지내는가?

하나의 가설이긴 하지만 삼국시대 나당 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키면서부터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고 안에 갇혀지내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는 학자가 있습니다.

갇혀지낸다는 것이 반드시 지리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물, 문화 교류에 있어서도 그렇습니다.

이전에 쓴 어떤 책, 우리 선조가 발명한 그 무언가가 한반도 내에서만이 아니라 그 밖에서 '범용'으로 쓰일 수 있다면 우리는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반도 안에서만 갇혀있는 형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글'에 대한 좀 다른 시각을 엿보기도 했습니다.

한글은 위대한 업적이며 우리 민족의 유산입니다.

중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정말로 2~3일이면 글자를 모두 익힐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아주 어려운 게 아니라면 더듬더듬 읽어냅니다. (물론 말하기는 별개입니다.)

그런데 이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반도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과거 한자를 쓰던 때라면 책을 하나 쓰더라도 더 넓게 읽히게 됩니다.

하지만 한글로 책을 쓴다면 한반도 내에서 끝이 납니다. 번역을 거치지 않는다면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한 번쯤 시각을 달리 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외 불교에서 말하는 전식성지(轉識成智)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감각기관인 6근(눈, 귀, 코, 혀, 몸, 뜻)이 외부의 대상들인 6경(색깔, 소리, 향기, 맛, 감각, 법칙)을 받아들이는 것이 6식입니다.

즉 안식(눈), 이식(귀), 비식(코), 설식(혀), 신식(몸), 의식(뜻)의 6가지인데 전식성지라는 말은 이 6가지 '앎'를 지혜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한계에 갇히게 됩니다.

이렇게 바꾼 '지'가 '범용'이 됩니다.

 

 
전체 2

  • 2018-10-25 12:14
    평민 마을학교 강좌 입이 딱! 벌어집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까요? ^.^

    어제 아이와 강 강의를 위해 오신 오연호님께서 우리학교를 둘러 보시고
    교실에 고구마를 말리고 있던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셨던지 강의중 여러번 언급하셨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
    농사수업과 농적삶을 가 계신 김학민선생님께 꼭 전해드리고 싶은 안 비밀 소식입니다. ㅎㅎ
    오연호님도 농사수업과 농적 삶에 대한 호기심이 꼭 생기셨으면 좋겠네요. ㅋㅋㅋ

    • 2018-10-26 08:55
      평민마을 강좌가 올해부터 생긴 것 같습니다. 그저께는 글쓰기 강의, 어제는 밝맑도서관에서 미생물에 대한 강의를 듣고 왔습니다. 강의를 해주시는 선생님들이 전문가들이시라서 깊이가 있고 유익합니다. 저도 처음에 보고 ‘아, 이거 한번 해볼 수 있을까?’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연호 선생님이 관심을 보이셨다는 게 참 기쁩니다~^^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