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18 빛고을 광주 역사여행 둘째 날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8-05-15 21:56
조회
128
하루 열기

아침 7시부터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5.18민주화운동의 시작점이었던 전남대 정문부터

최후의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까지 돌아봐야 하는 날입니다.

때문에 아침부터 많이 바빴습니다.

빵과 주스, 야채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점심으로 먹을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주먹밥 만드는 원지

전남대 정문으로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서 전남대 정문으로 이동했습니다.

10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도착하고 나니 오늘 오월길을 안내해주실 고명숙 선생님이 나와계셨습니다.



전남대 정문에서 설명을 해주시는 고명숙 선생님

사진으로만 봤던 전남대 정문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전남대 정문만 둘러보고 끝날 줄 알았는데 전남대 안으로 향합니다.

교정 내에도 5.18민주화운동과 연결이 되는 곳들이 있었습니다.



전남대 안으로 향하는 중

대학 안으로 향하다가 왼쪽 건너편에 서 있는 당산나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당시 그 당산나무 뒤쪽으로 마을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이 정문을 이용해서 오가고 했다고 합니다.

518민주화운동 기간 내에 이 마을 주민이었던 최미애라는 분이 돌아가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광주 희생자 중 '5월의 신부'라고 알려져 있는 분인데 임신한 몸을 이끌고 나갔다가 계엄군이 쏜 총탄에 맞아 돌아가십니다.

이야기를 전해듣는 제가 기가 막혀 말도 안 나오는데 가족들은 오죽했을까요.

광주에는 5.18의 흔적이 없는 곳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용봉관 앞에서

용봉관 안에는 작은 전시관이 있습니다.

병원 내 캐비닛을 뚫고 들어와 안에 걸려있던 하얀 의사가운에 구멍을 냈던 검은 총탄의 흔적도 남아있었고

그 당시 쓰인 글들도 보였습니다.

그 중 학생들에게도, 저에게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것은

박승희 열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박승희 열사에 대해서 저희 중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실 5.18 때 돌아가신 분이 아닙니다.

1991년 4월 29일에 고 강경대 열사 추모 및 노태우 정권 퇴진 결의대회 때 분신을 합니다.

민주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인데 광주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도청을 끝까지 사수하다가 운명하신 윤상원 열사의 흉상

"우리는 오늘 여기서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1980년 5월 26일 외신기자회견에서 윤상원 열사)

윤상원 열사의 말그대로 지금의 역사는 그분들을 승리자로 기억합니다.



전남대 정문 앞에서 잠시 쉬면서 도시락으로 싼 주먹밥을 먹었습니다.

금남로로

점심식사 후 모두 금남로로 이동했습니다.

전남도청, 범시민 궐기대회가 이뤄졌던 분수대와 광장, YMCA, YWCA, 시계탑, 전일 빌딩, 당시 불에 탔던 MBC 방송국 건물, 녹두서점 옛 터까지 모두 둘러봤습니다.

날이 갑자기 더워졌고 장시간 걷다 보니 설명을 해주시는 선생님도 저희도 학생들도 많이 지치긴 했지만

그 와중에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봤던 곳을 한 번씩 둘러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시간이 됐습니다.

지금은 잘 몰라도 나중에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듯 알고 배워가게 될 겁니다.



최후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건물. 1930년 일제시대 중에 완공됐다. 당시 2층 건물로 지어졌으나 1975년 3층으로 증축됐다.



전일빌딩 건물. 당시 계엄군 측 헬기에서 쏜 총탄의 흔적이 발견된 곳.

무장헬기 사격을 인정하기까지 38년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그날'이라는 시를 읽어주시는 고명숙 선생님.

다시 숙소로



너무 지쳐서 다들 잠시 앉아서 쉬었습니다.

잠깐 쉬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나니 모두 기운이 조금씩 돌아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숙소에 도착해서 씻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침묵과 독서

휴식을 마친 저희 모두 책을 챙겨서 마당 옆 테이블로 모였습니다.

5분 침묵을 하고 15분 동안 가져온 책을 읽으면서 학교에서 해온 침묵과 독서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걷느라 많이 지친 터라 책을 읽다가 눈꺼풀들이 내려갑니다.

그래도 20분 동안 조용하게 침묵을, 독서를 하는 학생들을 보니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저녁식사

오늘 저녁식사는 계란간장비빔밥입니다.

간장과 마아가린, 계란으로 밥을 비벼먹는데 맛있게들 잘 먹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봤을까?

한 곳에 모여 오늘 오월길을 걸으면서 무엇을 배웠을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박승희 열사에 대한 이야기, 구멍이 뚫린 의사 가운에 대한 이야기 등 전남대 안에서 설명을 들었던 내용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뇌리에 박힌 모양입니다.

탐방 중 고명숙 선생님에게 받았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시민군이었다면 도청에 남았을 것인가?

같은 질문을 해봤습니다.

나오는 대답은 공통적으로 "도망갔을 것이다"입니다.

학생 중 한 명은 나라면 도망을 갔을 것이고 때문에 그때 그분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고 써놓았습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 죽을지도 모르는 그 길을 쉽게 간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을 겁니다.

참 미안한 일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생각을 글로 옮기는 중.

두 번째 광주 공부

5월 19일부터 27일까지 일들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현장을 보고 공부하니 달리 보입니다.

내일 둘러볼 자유공원에 대한 내용도 미리 예습을 했습니다.

오늘의 감정들

감정카드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현수는 오늘 사적지를 둘러보고 화가 나고 슬픈 감정을 내보였습니다.



대선이는 답답함을 느낍니다.



재혁이는 알게 된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불편함과 시무룩함으로 오늘의 감정을 나눕니다.



원지는 부족하다는 표현으로 뭔가 공허함을 이야기합니다.

평온하면서도 어지러운 상반된 감정도 이야기합니다.



유진이는 오늘 땡볕에 걷는라 많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재민이는 친구들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하네요.



추장 선생님은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감동하다'로 표현해주셨습니다.

학생들에게 이런 것들(역사적 사실, 소명 등)을 어떻게 전달해줄까 생각하다 보니 '육중한' 느낌도 드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시 자신을 내어놓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게 교과서와 사실의 차이일까요. 현실의 배움은 활자에는 없는 생명력이 있습니다.

나눔 뒤 각자 일기를 쓰고 하루를 마칩니다.

내일 가게 될 구 전남도청 내부와 상무관, 자유공원에서 어떤 것을 배우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답사 마지막에 들었던 '그날'이라는 시.

2007년 5.18청소년 백일장 대상작입니다.

작가가 고등학생 때 쓴 시라고 하는데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전체 4

  • 2018-05-16 16:35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여기에 글이 올라와 있었네요. 대선이 긴팔옷만 가져갔을텐데 많이 더워보이는군요ㅎ;;; 모교인 전남대도 반갑고 <그날>은 오래전에 읽은적이 있는데 다시 읽으니 또 눈물이 납니다ㅜ 아이들에게 여러가지로 기억에 남는 의미있는 여행이 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 2018-05-16 17:53
      전남대가 이렇게 의미가 깊은 곳인 줄 몰랐습니다. 대선이는 긴팔이라 걱정이 좀 됐는데 다행히 잘 다니고 있습니다.

  • 2018-05-16 18:46
    아이들 사진올라온 줄도 모르고 무소식이 희속식이야 하면서 여행 잘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올리시느라 피곤함을 좀 더 가지시고 올려주시고~~~ 너무 감사해요.
    우리 아이들이 여행일정을 잘 소화하고 있네요.
    각자의 역활도 잘하고 있는거 같구요.
    어리지만 어린가슴에 역사의 한 장면이라도 사진찍히듯 박고 왔으면 합니다.
    함께해주시는 선생님들때문에 함께하는 친구들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듬뿍 드는 날입니다.

    • 2018-05-16 22:30
      말씀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은 힘들어하고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참 대견한 생각이 듭니다.
      어머님 말씀대로 아이들이 역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을 가슴 속에 박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