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여행 준비 스케치 171107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7-11-07 13:38
조회
1151
오늘은 입동입니다. 오늘 겨울이 시작됐지만 겨울을 아직은 못 느끼고 있습니다.

보통은 이러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고 겨울이 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럴 때 '봄이 온 게 엊그제 같은데...'라는 표현을 씁니다.

졸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2014년 학교와 함께 살아온 아이들.

그 아이들이 그 사이에 자라고 커서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럴 때 '엊그제 같은데...'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까요.

이제 크게 자라버린 아이들은 졸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졸업 여행에 대한 이야기

졸업 여행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4학년들이 농적 삶을 살고 오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이야기는 계속 됐습니다.

그런데 홍성에서 농적 삶을 살고 온 후 아이들의 생각이 부쩍 자랐습니다.

장소에 대한 논의 정도에서 머물렀던 이야기가 철학과 연결됐고, 그 철학을 뿌리로 하여 가지가 뻗어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졸업여행 때 얻고 싶은 것(갖고 싶은 시간)을 농적 삶의 경험에 비추어 써 보자'는 주제로 글을 써봤습니다.

 

송지수

우리학교는 사실 다른 학교보다 1년 일찍 졸업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성인이 되기 전까지 1년이나 남은 것이다. 진로도 중요하지만 그 1년의 기간이 그때 당장 앞에 와있을 것이기 때문에 1년 동안 무엇을 할 건지, 무엇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 구상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있는 마을들과 공동체를 그동안 둘러보았지만 한정이 있다. 외국에는 더 오래된, 그리고 더 많은 마을과 공동체들이 있을 것이고 그런 곳들을 둘러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그 나라 언어는 어느 정도 숙지해야 할 것이고, 실제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장기적으로 봐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공동체를 구상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위해서 그런 곳들을 돌아다녀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업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것 같다.

아니면 꼭 마을과 공동체를 가기보다는 더 현실적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경험을 얻으려고 여행을 갈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딱 비행기 값과 1인당 10만원을 들고 아무 직업이나 구해서 현장에서 돈을 벌어서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다. (파밍보이즈 처럼) 너무 유토피아적인 이상만 보다가는 막상 졸업을 한 후에 막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차피 도시에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인프라 없이 스스로 노동을 해서 번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을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위에 방식과 지금 이 방식을 같이 결합해도 괜찮겠다.

 

최은기

물론 농적 경험을 하러 가서 제일 많이 한 것은 농적 경험이지만 졸업여행까지 가서 농적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다. 농적 경험에서 졸업여행과 접목시킬 만한 것은 공동체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공동체라고 할 만한 곳은 거의 다 변질된 곳인 거 같았다.(내가 가본 곳에 한해서는) 협업농장을 제외하고.

졸업여행을 가서 여러 공동체들을 돌아보고 짧게나마 같이 생활을 해 보는 것이 좋아 보인다. 꼭 노동하는 공동체나 농업 공동체가 아니더라도 유럽같은 곳들은 마을 문화가 정착된 곳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을에 들어가서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행이라고 해서 꼭 도보나 자전거 여행같은 걸로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공동체 안에서 조금 여유를 가지며 여행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졸업여행은 성취감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나를 생각할 시간, 아니면 우리 모두에 대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졸업여행에 가서도 아침명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이경빈

전부터 졸업여행은 이전에 했던, 바쁘고 정신없는 여행과 다르게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떠나는 여행인 만큼 친구들과 한 달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같은 학교 생활에서 조금씩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했던 것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여유로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농적 삶이 좋았던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협업농장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분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 그걸 함께 나누면서 같은 이야기도 더 다양한 시각에서 볼 수 있었다. 하루 끝에서 했던 나눔들을 통해 같은 하루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했다. 농적 삶에서는 그 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만 짧게짧게 나눴지만, 졸업여행에서는 여행, 그리고 5년 동안의 학교생활을 긴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나눴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면 앞으로 학교를 졸업해서 사회로 나갈 때, 나 혼자 느꼈던 것보다 더 많은 경험과 시각을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그런 것들이 졸업 하고 나서는 다시는 얻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큰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위에 적은 생각들을 정리해 보니 이렇습니다.
  1.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 (서로 다른 생각의 공유)

  2. 5년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나누고 정리하는 시간

  3. 공동체(마을살이)의 삶

  4. 성취감이 목적이 아니라 정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

  5. 졸업 후 1년을 고민하고 구상하는 시간


+ 낭만 깨기 (자급자족, 밑바닥부터)

 

여기서 좀 더 요약해서 들어가면

많은 대화와 생각을 통해 걸어온 5년을 정리하고 걸어갈 1년을 고민하자는 것과 체험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삶'을 살고 오자는 것입니다.

 

저 스스로는 이런 학생들의 생각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감탄도 했습니다. 첫 번째 졸업여행이다 보니 약간은 막막한 감이 있었습니다.

숲에 들어섰는데 길은 없고 풀이 우거져서 그 풀들을 베어내고 길을 만들어가는 입장이라 더욱 그랬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글을 보니 숲 저편에서 불을 비춰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처음 걷는 길이지만 좋은 길을 만들어 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 길을 뒤따르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길이 될 것 같습니다.

 

어제(6일)와 오늘(7일) 이틀은 한 자리에 모여서 책을 뒤적거려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하면서 모두가 생각한 그런 곳이 어디 있을까 찾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찾으면서, 이야기하면서 첫 번째 졸업여행의 모습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조각을 마쳤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올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됩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는 졸업여행이 1기 학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미래를 위한 대들보가 되기를 바랍니다.

 



경기 상상캠퍼스에서 열심히 조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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