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삶삶 1] 텃밭정원 선언문 그리고 아침농사 시간

작성자
kurory
작성일
2018-03-27 22:42
조회
1099
'텃밭 삶삶'은 '텃밭 삶을 살아간다'는 말을 줄인 표현입니다.

작년 홍성에서 현재 5학년들과 함께 보냈던 11박 12일의 농적 체험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후기를 작성해서 누리집에 올렸습니다.

그날 함께 한 작업이 무엇인지, 학생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를 꼬박꼬박 기록해서 올렸는데 그 기록들을 모아 작은 책으로 엮고 나니 계속 옆에 두고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때 배운 것들을 계속 잊지 않고자 되새기게 됩니다.

제가 농사 전문가는 아니니, 더더욱 그날 농사를 돌아보는 시간은 필요하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학생들이 무슨 작업을 했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를 차곡차곡 쌓다보면 내년 농사를 위한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제가 여력이 되는 한 매일 아침 농사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고자 합니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빼먹는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올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텃밭정원 선언문

 

우리는 여기서

세상과 우리의 관계를 발견하고 내면의 본질을 바라봅니다.

 

우리는 여기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여기서

서로에게서 서로를 발견하고 공동체를 발견하며 세상을 느낍니다.

 

우리는 여기서

자유를 심고 생명을 키우며 평화를 거둡니다.

 

여기는 우리의 텃밭정원입니다.




 

 

위는 텃밭정원 선언문입니다.

오늘 학생들에게 소개를 했는데

아침마다 이 선언문을 읽고 아침농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사실 위의 선언문은 학교 철학인 자유, 생명, 평화에 대한 글에서 따온 것입니다.

교육계획집에도 실려있는 자유, 생명, 평화에 대한 글에서 중요한 한 문장씩 따와서 텃밭정원에 맞게끔 바꿨습니다.

 

자유, 생명, 평화가 학교 철학인 것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세 가지 철학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보게 되는 건 1년에 한두 번입니다.

아무리 좋은 철학이 있다 하더라도 삶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매일 아침 그 철학들을 소리 내어 불러보고 그렇게 불려 온 철학들이 몸 안으로 들어와 체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침농사 시간

3월 23일 금요일 텃밭 정원을 만들고 (주말을 제외하고) 이틀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학생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3월 26일 월요일에는 텃밭농사를 짓는 세 번째 원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원칙은 자급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자신이 키운 농작물이 자신의 입이나 가족의 입으로 들어가야 온전한 먹을거리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농약과 비료를 듬뿍 뿌려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 번째 원칙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질산염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도 곁들였습니다. 평소 별 생각없이 먹는 채소에 그렇게 많은 질산염이 있는지 처음 알았고 그 질산염이 몸에 들어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도 배웠습니다. 텃밭에 대한 내용으로 시작했지만 과학과도 연결이 됩니다.

3월 27일 화요일에는 네 번째 원칙에 대해 배웠는데 씨앗을 지키는 농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씨를 받아서 그 씨를 내년에 계속 뿌리는 것. 굶어죽는 한이 있더라도 종자는 먹지 않았던 옛 농부들의 마음처럼 저희가 키우는 작물들은 채종을 통해 내년에도 계속 생명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와 함께 농부이자 지식인인 웬델 베리의 책과 글에 대해서도 소개를 했습니다.

이처럼 아침농사는 단순히 나가서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영역들에 대해 배우는 시간으로 꾸려가고자 합니다.

홍성에 자리한 풀무학교에는 '일만 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가서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배움의 시간도 계속 갖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1월 김장축제까지 텃밭정원과 함께 모두 쑥쑥 자라도록 정성을 다해 끌고 밀어주겠습니다.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는 1학년 학생들. 바로 앞에 있는 작은 밭이 1학년들이 꾸려나갈 밭입니다.

 



무엇을 심을지 논의 중인 2~3학년

 



고민 중인 4~5학년 학생들
전체 3

  • 2018-03-28 15:33
    일소공도.. 갑자기 비단 농사일에만 해당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 2018-03-28 23:22
    아침을 침묵과 선언문으로 시작하니 철학이 몸에 스며드는 듯 합니다. 늘 고민하고 실천하는 선생님 모습보며 많이 배우고 있어요.^^

  • 2018-04-19 23:57
    매일 농사 정리..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