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입니다! (2014.02.26 - 최껄껄)

작성자
허선영 (규빈 4, 시현, 소현 엄마)
작성일
2017-02-14 18:37
조회
760
벌써 수요일이네요. 시간이 참 빨라요.
모두 아시는 것처럼 우리 학교는 아침 8시 30분에 아침농사 수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매일 텃밭에 나가 자라는 생명을 보는 일을 5년간 반복하게 되지요. 그 안에서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느끼고 성장할 것입니다. 요즘은 땅이 얼어서 아직 농사지을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텃밭에도 나가보고, 초등학교 텃밭에도 보고, 시민농장에 가서 토끼와 닭도 봅니다. 오늘은 도깨비 놀이터에 갔습니다. 지역이 품는 아이들이라 마을 구석구석을 알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메타세콰이어 숲 앞으로 지나가는 모습이 멋지네요.



자작나무 선생님과 쇠비름 선생님이 만들어 놓으신 숲속의 숨어있는 놀이터예요. 우리도 숲 어딘가에 우리만의 놀이터를 만들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은기가 자기 안방마냥 편안하게 누워있습니다.


지수도 전에 한 번 와봤다고 즐겁게 놀이기구를 탑니다.




준서도 신이났습니다. 와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데, 타보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아침농사가 끝나고 오늘은 바로 수업을 합니다. 담임선생님이 진행하시는 이야기 수업입니다. 이야기 수업은 오늘이 첫 시간이었습니다. 수업하다가 힘들면 다리도 뻗고, 이불도 덮고, 벽에 기대기도 합니다. 자연스럽습니다. 자연스레 농담도 나오고,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네요. 열악하게 시작하지만 나름 재미도 있습니다.





80분 수업이 끝나면 20분 쉬는 시간을 갖습니다. 하연이는 나비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름을 부르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기도 합니다. 오늘은 나비 사료를 다 먹었다고 걱정을 합니다. 과연 내일은 어떻게 할까요? 저도 궁금하네요.




2교시는 여행시간이었습니다. 5월달에 갈 여행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는 1학년 일 학기 때 일주일간 캠핑을 하려고 합니다. 이번 여행에는 특별한 미션이 있습니다. <캠핑장에서 미디어없이 거뜬하게 살아남기>가 그것입니다. 가기, 자기, 먹기, 시간보내기의 주제별로 아이들이 준비를 해야합니다. 이 모든 준비를 위해 모둠을 짰습니다. 모둠별로 모여서 숙제도 하고 회의도 해야합니다. 아이들이 모둠숙제 때문에 친구집에 가야한다고 말하면 꼭 도와주세요! 학원보다 학교 활동이 더 중요합니다. 여행을 주체적으로 가기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에요. 막상 만나면 별 것 안 하는 것처럼 서툴러 보여도 꼭 필요한 시간임을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제가 11시 50분쯤 초등학교에 가면, 수산나 선생님이 미리 준비해주신 도시락 가방을 들고 옵니다. 오늘의 메뉴는 브로컬리와 쌈장, 직접 만드신 들깨 드레싱, 고등어 김치 찜, 작년에 아이들이 직접 담근 김장김치와 오징어국입니다.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뜨고 있어요. 뜨거운 것만 하정샘이 떠 주시는데, 조금 숙달되면 모두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을 십년하고도 사년이나 살았으니 말이죠. 이렇게 차려놓았는데, 자기 손으로도 못 먹으면 말이 안되잖아요.




준영이가 조심조심 밥을 받아서 옵니다. 준영이는 오늘 혼자서 버스를 타고 왔다고 굉장히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아주 잘 했어요. 훌륭해요!





은기입니다. 말로 은기를 당할 수가 없어요. 남자 아이들의 수다문화를 선도하는 장본인이죠. 창의적이고 세련된 표현과 허를 지르는 말빨, 어떠한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고 반격하는 능글능글함까지! 어느 면으로 보나 단연 최고입니다.




먹었으니 설거지해야죠. 그것이 세상의 법칙입니다. 돈만내면 뒷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문화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만, 이 공간에서는 내가 먹은 것은 내가 마무리합니다. 게다가 물도 길어와야 합니다. 하루 두 번이요. 설거지 때 한 번, 청소시간 걸레 빨 대 한 번.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어렸을 적, 우물가에 모여 빨래하던 어머니와 아주머니들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설거지 이틀만에 한 손으로 물을 부으며 헹구는 비법을 터득한 지수입니다. 팔의 각도와 힘조절, 그리고 균형감을 요하는 A++의 기술입니다. 저 뒤에 있는 서영이. 장갑없이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는 기술. 강한 인내력, 어떠한 상황에서도 유지할 수 있는 평정심을 요하는 A+의 기술입니다. 모두가 설거지 달인이 되기 위해 매일 매일 도를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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