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준비기간 (2016. 03.10 - art9474)

작성자
허선영 (규빈 4, 시현, 소현 엄마)
작성일
2017-02-22 22:09
조회
1039


 



 

선생님!

저 입학식 날 무대에 서지 않고 그냥 동영상을 찍어서 보여주면 안될까요?

저 독감에 걸린 것 같아요 아니, 걸렸으면 좋겠어요

입학식이 없었으면 좋겠다~

입학식 준비기간 내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이다.

나 역시 신입교사인지라 입학식이 부담스러운건 마찬가지이다.

아이들과 함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야하는 이곳의 입학식 문화를 거부할수도 없고. .

완성이 되면 감동과 보람이 느껴질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하루하루 아니 매 시간 아이들과 시작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낸 것 같다.

이미 정해진 그리고 그 안에서 내게 맡겨진 업무만 충실히 하면 되는 공교육의 입학식이 떠올랐다. 교사도 아이들도 그리고 학부모도 서로 서먹서먹한 입학실 날이. . .

입학식 준비 첫날!

선배들의 입학식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그야말로 멘붕~

4명의 아이들이 저마다의 색깔을 어떻게 나타낼까? 나는 어떻게 이끌어가야 하나? 기대감과 두려움! 유난히도 대중앞에 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아이들. 하지만 투덜대면서도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을 한다. 그 모습이 무척 예쁘고 사랑스럽다. 해맑은 휘서는 묻는말에 무조건 ‘좋아요’, ‘잘해요’, ‘모르겠어요’를 반복한다. 아마도 입학식준비가 가장 순조로울 듯하다. 경은이는 꿈은 정했지만 꿈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걱정을 한다. 한결이는 한숨만 푹푹~ 아직 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전차에 관심이 많다는 것 외에는 잘 모르겠다는 말만 반복한다. 학교에 오면 전차도감만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으니 전차와 관련된 내용으로 꾸며질 듯하다. 동윤이는 유일하게 악기연주자가 꿈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한다. 플룻연주를 하겠다고. . . 다행이다. 한명이라도 확실하게 정해졌으니~

입학식 준비 둘째날이 되자 아이들의 한숨소리가 더 자주 그리고 더 크게 들린다. 갑자기 경은이와 지원이가 리코오더를 불겠다고 하는데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다시 하루가 지나면서 휘서와 동윤이는 피아노와 플롯연주로 정해졌고 아이들과 인사말준비를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전차에 대해서는 무지한 내가 한결이의 발표가 전차의 역사로 정해지면서 전차의 구조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한결아, 포탑이 뭐야? 참호는?

그것도 몰라요?

~ 전차에 대해 무지한 선생님을 기준으로 가능한 쉽게 설명해줘!

여휴~ 그건 다 안단 말이예요!

유성미선생님 포탑이 뭔줄 아세요?

아니요~

거봐 유쌤도 모르시잖아

알겠어요. ~

늘 이런 식의 대화로 한결이는 전차에 대한 용어를 보다 쉽게 쓰게 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전차를 그리면서부터 한결이는 밥먹는 시간 외에는 교실 한쪽에서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특했고 틈틈이 유성미 선생님께서 도움을 주셨다. 아마도 완성도 있게 표현된 전차그림에 한결이의 자존감은 쭈욱 올라갔을 것이다. 어느새 웃음꽃이 활짝 핀 한결이의 얼굴! 선배들도 오다가다 한마디씩 건넨다. 와우~ 멋진데^^

경은이는 ‘선생님 저 입학식 날 결석하고 싶어요!’ 를 달고 살더니 여신헤어스타일을 직접 보여주기로 결정한 날부터 점심시간마다 언니들의 머리를 빗어주고 꼬아주고 변신시켜주기를 반복! 어느덧 중등 수원 칠보산 자유학교 여학생들 머리가 모두 여신스타일로 변화되고. . . 여학생들도 모두 즐거워했다. 하나같이 달걀형에 긴머리 여학생들이라 여신헤어스타일이 매우 잘 어울렸다. 지원이는 해부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나에게는 정말 힘든 분야인데~ 남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힘들어하면서도 2학년답게 인사글도 스스로, 그림도 스스로, 대본도 스스로 잘 해냈다.

입학식전날 아이들이 한마디씩 했다.

선생님, 입학식 안 나올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있지~

정말요? 뭔데요. .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너희들이 내일 백두산에 오른다면 내가 인정해주지. . .

~ 그건 어려운데, 칠보산 정상은 안될까요?

칠보산은 너무 가깝지 않니? 얘들아 우리 입학식 끝나고 맛있는 것 먹자!

앗싸 . . . 정말이죠?

그럼~~~

우리는 이렇게 입학식을 준비했고,

신입교사인 내게 입학식 준비기간은 아이들의 진면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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